용인은 자족도시 기능 갖추었나

도시의 자족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언급되고 있다. 하나는 도시의 경제기반과 관련된 고용의 자족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도시 내에서 영위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서비스의 자족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도시란 본질적으로 완전한 자족공간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자족도시를 말할 때는 도시가 필요로 하는 요소별로 자족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의 자족성이 높아 대부분의 출퇴근 교통이 도시 내에서 이루어질 때 우리는 이러한 도시를 자족도시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시를 개발함에 있어 자족성 확보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며 현재의 사회지표를 분석하면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자족도시의 기능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2003년 인구 50만 용인은 과연 자족도시라 할 수 있는가. 3년 이내 인구 80만을 돌파할 경우 용인시는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족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 평가해 보았다.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인구 규모, 주택수, 주택보급률 등 도시기능을 수용하는 시가지를 놓고 자족성을 볼 경우 용인시 자체는 자족성이 있다.

도시의 자족성은 ‘일한다 잔다 쉰다 이동한다’ 등의 기준에 따라 평가 가능하다.

하나의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자족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시민들에게 필요한 유통 및 소비의 모든 기능을 갖춘 다양한 시설의 입지 뿐 아니라 도시 내에 적절한 취업기회가 확보되었을 때 달성이 가능하다.

용인시의 자족성 평가를 위해 사회경제지표를 분석하고 전문가에게 그 의견을 들어 보았다.

고용기회 재정자립도↑ 교통·문화시설 유통 서비스↓

용인은 고용자수 증가율이 인구증가율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인구를 사업체 종사자수와 대비해 보면 60.1%(2001년 기준)가 관내에서 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인구 또한 95% 이상으로 취업기회가 확보돼 고용기회에 대한 자족성은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용인의 거주지 기준으로 볼 때 사업체가 대부분 1시간 거리의 용인, 수원, 분당 등지에 분포하고 있으므로 주변지역과의 교통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016년 용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1998년 당시 주요가로의 교통량 진단에서 서비스 수준이 대부분 D, E로 낮게 조사됐으며 현재 수지 구성 등지의 주민들이 교통문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면 교통에 대한 자족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관내 시민들의 출퇴근 차량 이외에도 지형 상 타 시로 이동하는 통과교통량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타 시와 연계된 교통망이 형성돼야 자족성은 높아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는 도농복합 형태의 도시임에도 수원, 안산보다 재정자립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주민1인당 시세 부담액은 23만8000원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센터, 중앙공원, 종합병원, 백화점, 운동장 학교, 공공서비스시설 등의 서비스 부문 자족성은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용인의 인구 증가율에 비해 문화공간과 자연녹지공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연장소는 물론 영화관조차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으며 대형유통매장의 부재로 상업, 판매 서비스 면에서도 자족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의료현황 통계를 보면 의사 1인당 인구수가 275명(2001년 기준)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며 의료기관이 주로 시가지에 몰려있어 시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기반시설 늘리고 첨단산업 이미지 ‘업’

행정, 문화, 산업 등이 주거시설과 연계돼야만 자족형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용인은 삼성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자연환경이 수려하기 때문에 주거지로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은 인구에 비례해서 서서히 생기지만 용인은 인구증가비율에 비해 기반시설이 약하고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문화 등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부문의 자족성 보완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대 이춘호 교수는 “용인은 자족도시로서 성장하기 위해 개발 속도를 줄어야 한다”면서 “서북부권과 동부권의 생활수준, 투표 성향 등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을 보면 동부권의 안정적 개발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주거위주의 기존 개발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족기능의 육성으로 베드타운·위성도시화를 미연에 방지하고 자족기능의 강화를 위해서는 자체 유지기능의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

주민 특성에 맞게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초·중등 교육기능,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업·유통서비스 및 생활·문화기반시설, 공공시설 등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국제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호텔, 회의장 등 국제화 시대의 부응하는 시설 설립도 준비해야 한다.

개발로 인한 신도시와 구도시간의 도시계획 및 생활편익시설의 불균형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반적으로 신도시내에는 도시계획시설 등이 적정하게 구비되어 있는 반면 구 시가지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 균형적 개발이 이루어져야만 도시의 자족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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