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통소 소장

박서연
중학교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타로카드 특강을 할 때였다. 시작하려는데 한 선생님이 손을 번쩍 들고 “호기심에 이 자리에 오기는 했지만, 카드를 뽑는 것으로 그 사람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이 가당키나 합니까?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요. 대체 어떤 원리인가요?”

30대쯤 보이는 수학 선생님의 질문에 구구절절 감응이나 공명의 원리를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어 보였다.
“그렇죠! 그게 당연히 궁금하실 거예요. 좋아요. 그럼 우리 재미있는 실험을 해볼까요? 선생님이 아는 한 학생을 떠올려 봐주세요. 물론 증명해줘야 하니까 다른 선생님들도 아는 학생이여야 해요. 그리고 그 아이 이름을 부르고 여기 타로카드 9장을 뽑아주세요. 그럼 제가 선생님이 뽑은 카드를 보고 그 학생이 어떤 성격이나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얘기해 볼게요.”

“여기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나오나요?”

“그럼요”

8번 컵이 7번째로 나오고 그 학생의 모습은 전차카드였다. “꽤 능력 있고 자부심이 강한 학생인가 봐요. 그런데 지금 뭔가 심정이 안 맞아서 학교를 떠나려고 하네요.”

내 말이 끝나자 다들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그 학생은 학교에서 우등생이었고 많은 선생님들에게 칭찬받는 아이었는데, 갑자기 전날 자퇴를 하겠다고 해서 학교가 발칵 뒤집힌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타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비추는 거울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거짓 없이 보여준다. 그 아이 마음은 ‘컵8’이었고 그것은 틀과 조직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의 느낌이 통하는 세상을 찾아가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을 뜻한다.

'시크릿컵8' 타로카드
쳇바퀴 도는 반복된 훈련을 컵8은 거부한다.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슬그머니 조직을 떠나는 사람의 비장함이 서려있다.

타로가 왜 맞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 어떤 식으로든 타인의 마음과 진실을 알아줄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안아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타로를 해석하다 보면 편협한 나의 좁은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우기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나와 너무 다른 생각이나 행동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타로는 보여준다.

그렇다고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쉽게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또 다른 나의 성숙과 성장이 있어야 제대로 긍정적인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매번 타로를 읽으면서 절감한다. 

세상은 참 넓다. 그리고 내가 커진 만큼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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