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용인농업, 6차 산업으로 파고 넘자(1)

자유무역협정 FTA 등 시장이 개방되면 될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농업이고, 지역적으로는 농촌이다. 실제 시장 개방으로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며 농민과 농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농업소득은 정체되고 농가소득 증가는 저조했다.

손은일 경남농업6차산업화센터장에 따르면 2013년 현재 농가소득은 10년 전인 2003년과 비교해 2.54%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농업소득은 오히려 0.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만 보면 농업·농촌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 마을단위 6차산업화에 성공 모델을 만들고 있는 원삼 학일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귀농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0년 4000여명 수준이던 귀농·귀촌인이 2014년에는 4만4000여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아직 귀농·귀촌이 본격화 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농업에서 희망을 찾아보겠다며 농촌을 찾는 도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생산자간,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한 생활협동조합과 일반협동조합 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농업·농촌에 미치는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다.

농촌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활력 잃은 농촌은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새로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1차 산업과 2차 식품 가공, 3차 체험·관광이 결합한 농업의 6차 산업화에서 농업·농촌의 미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6차 산업인가

▲ 경기 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 이미지 캡처
일반적으로 ‘6차 산업’은 농촌에 있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특산품을 제조·가공(2차 산업)하고, 유통·판매·체험·관광(3차 산업) 등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농업 생산물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더하면 다양한 형태의 가공상품과 관광체험 서비스 상품이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쌀 10kg을 즉석밥으로 가공할 경우 가격이 5배, 떡으로 가공하면 6.3배, 이를 증류주로 가공하면 10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다.

1차 생산물인 쌀을 가공하면 부가가치 증대되는 것이다. 만약 쌀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 예를 들어 떡메치기, 화전만들기 등을 개발, 운영하면 부수입은 더 증가한다.

더 나아가 지역의 다른 관광자원과 연계해 계절 투어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관련 농가소득 증대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문경 오미자의 경우 2005년 300농가에서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013년에는 1200농가로 늘고 매출도 69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렇게 창출된 부가가치는 농업·농촌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이는 지역자본으로 형성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대형마트는 지역에 환수되지 않지만 농업의 6차 산업화는 지역주민이 함께 누리는 순환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100만의 용인시는 개인과 단체, 마을이 6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농업·농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는 융·복합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은 산채를 가공식품과 체험관광, 경북 의성군은 마늘을 가공해 기능성 마늘과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1차 산업을 중심으로 2·3차 산업을 견인한 사례다. 2차 산업을 중심으로 1·3차 산업을 견인하는 곳도 있다.

전북 순창군은 발효식품을 통해 콩과 고추 재배지를 늘리고 체험관광으로 확장해 나갔다. 충북 영동군은 코레일과 함께 와인트레인이라는 관광상품(3차 산업)을 개발해 포도와 와인(1·2차 산업) 농가 확대를 가져왔고, ‘와인=영동’이라는 도시브랜드로 확장됐다.

6차 산업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주체도 다양하다. 양평 다물한과나 영동 사토미소는 개별농가 중심인 반면, 파주 장단콩연구회와 예산 사과와인은 법인 등 단체가 주체적으로 6차 산업(유통, 관광)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마을단위 사례도 적지 않다. 서천 달고개모시마을(모시떡 가공), 남원 흥부밥상(음식), 단양 한드미마을(체험·관광) 등은 마을단위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특산물 발굴과 체험프로그램 개발
농가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한 원삼 학일마을

▲ 마을단위 6차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한 원삼 학일마을. 한 주민이 된장 등으로 사용할 메주를 만들고 있다.


수많은 지역에서 6차 산업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용인에도 마을공동체가 5~6년 전부터 6차 산업화에 나선 곳이 있다. 계절별 농사와 문화, 생태, 놀이체험을 하고 있는 처인구 원삼면 학일마을이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마을에는 청소년과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1차 농산물인 쌀로 만든 가래떡과 콩으로 담근 장 등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1차 농산물 직거래, 2차 상품 가래떡과 전통장 판매, 3차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여간 3억원이 넘는 매출과 건당 2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옥수수 따기, 벼 베기,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얼음 썰매장 등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위해 학일마을을 찾는 방문객만 2014년 기준으로 연간 1만명에 달한다.

학일마을은 6차 산업을 선도하며 용인을 대표하는 농촌체험마을이지만 불과 6,7년 전까지는 여느 농촌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구 100만에 육박하는 대도시와 어울리지 않게 학일마을은 130여명 48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일 정도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이 곳이 2009년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마을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부터다. 2008년 연고도 없는 학일마을에 터를 잡은 김시연 운영위원장이 마을을 이끌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꾸라지, 우렁이 등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청정지역을 마을의 경쟁력이자 차별화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봄이면 딸기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한다. 여름에는 미꾸라지 잡기와 야외 물놀이를 즐긴다. 가을에는 논에서 메뚜기를 잡고 벼를 베고 탈곡해 쌀이 되는 과정을 체험한다.

겨울이면 벼를 수확한 논은 아이들의 놀이터인 얼음 썰매장으로 변신한다. 농업·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절미 만들기, 두부 만들기, 야생화 압화, 천연염색 등 다양한 체험도 진행된다.

첫 해 1200여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은 해마다 두 배 이상 늘면서 2013년 1만명을 넘어섰다.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에도 1만명 이상이 학일마을에서 농촌체험과 소중한 추억을 안고 돌아갔다.

체험 인원을 늘려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었지만 학일마을은 1일 1단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체험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속가능한 농촌체험 관광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주민 복지 위한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목표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어촌 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학일마을은 2012년 농사를 짓는 10가구 중 8가구가 모여 영농조합도 설립했다.

조합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우렁이 농법을 이용한 유기농쌀과 함께 저농약 배, 무농약 표고버섯과 콩 등을 학일마을 특산물로 만들어냈다. 콩, 감자 등 각종 농산물은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100% 소비된다.

2013년 기준으로 체험 프로그램 수입만 1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직거래를 통한 1차 농산물 판매 1000만원, 전통장류 판매 8000만원, 가래떡 생산 판매로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연간 3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학일 마을의 1차 목표는 마을 주민 모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일마을은 올해부터 한국형 ‘클라인가르텐’ 즉, 체류형 주말농장을 준비하고 있다. 목조주택, 텃밭조성, 부대시설 등을 마련해 자연 친화형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학일마을의 강점을 살리고, 마을 주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마을 만들기를 6차 산업에서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2500만 수도권을 배후에 두고 지리적인 강점을 갖고 있는 도·농복합도시 용인,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해 위기의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학일마을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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