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개인의 자유, 번영, 발전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이 가치는 충분한 정보와 지식, 교육, 문화를 자유롭고 무제한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바로 그 몫을 담당할 공간이 도서관임을 명시한 유네스코 공공도서관선언의 일부 내용이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책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처럼 독서조차 입시와 조기교육 과열경쟁의 한 축으로 만들고 아이들을 내몰면서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꿈을 키우길 기대한다는 건 어리석다 못해 몰염치한 일이다. 서울대 공대생들 조차 대학수학 시험을 위해 다시 과외를 받는다는 웃지 못 할 현실, 지식기반사회의 기초가 될 도서관의 빈약한 현실을 보면 도대체 우리의 경쟁력을 어디에 기대야 할지, 21세기 선진국 도약의 다짐도 공허하게만 들린다.

도서관이 가장 발달된 유럽은 보통 인구 3천에서 5천 명당 한 개의 도서관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11만 명당 하나에 불과하다. 예산도 미국에서 일개 대학인 하버드대의 연간 책 구입비는 2백7십억이 넘는데 우리나라 전체 공공도서관의 책 구입비는 2백억 수준이다.

그럼 용인시는? 공공도서관은 단 한 곳뿐인데 이 넓은 면적과 인구를 생각하면 결국 도서관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최근 ‘느낌표 현상’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유례없이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지자체간의 경쟁까지 유발하고 있지만 거기서조차 용인시는 예외다.

현재 수지에도 한 군데 시립도서관이 설립중이다. 70명의 봉사자들이 매달려도 늘 업무에 허덕여야 하는 느티나무도서관 식구들은 그 도서관의 개관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몇 차례 시청에 문의를 해도 도서관이 문만 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그저 기다리라는 답변뿐,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새로 세우는 도서관이 제대로 몫을 하기 위해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공청회나 설립방향을 소개한 안내문 같은 것도 본 적이 없다.

과연 지금 용인엔 얼마나 많은 수의 도서관이 필요할지 헤아려볼 엄두조차 안 난다. 최근 몇몇 지역에서 주민의 힘으로 도서관을 만들려는 시도를 보며 다시 희망을 보지만, 애써 뜻과 의지를 모은 사람들이 공간 확보, 운영비 충당 등 시작부터 큰 벽에 부딪힐 걸 알기에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현실은 오히려 민간의 도서관운동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어, 도서관이 단지 지식과 정보를 얻는 곳에서 한 발 나아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새로운 지역문화의 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빈 터만 보이면 집짓기에 급급했던 용인시. 이제 잠시 멈춰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마을 만들기’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출발은 마을마다 누구나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 없는’ 도서관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이뤄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박영숙(느티나무도서관장·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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