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공동경작 지역공동체 실현

아파트 단지 사이에 남아있는 자연부락은 그 풍경만으로도 정겹고 푸근한 마음이 들게 한다.

수지 신봉동 자연부락에는 100여 세대의 마을 주민이 작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몇 년 전 개발의 바람이 불어와 땅을 팔고 외지로 나가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지고 마을에 범죄가 발생하는 일이 생기자 마을 청년들이 단합하여 자율방범대를 조직했다.

마을에서 방범에 필요한 장비를 협찬하고 청년들은 조를 짜서 자율적으로 방범활동을 하고 있다. 외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도 부모님을 생각해서 당번이 되면 알아서 찾아와 활동을 할 정도로 그야말로 자율적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라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하며 자주 만나다보니 주민들간 화합이 잘 되고 정감이 오고 간다고 한다.

자율방범대 활동이후 범죄가 한 건도 생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범대초소가 마을 청년들의 모임장소가 되었다.

이창식 통장은 “서로가 돌아가면서 내집 네집 할 것 없이 마을 순찰 활동을 하게 되니 치안이 안정되고 동네 선후배나 어르신들과도 친목을 도모하게 될 뿐만 아니라 상(喪)을 당했을 때 품앗이의 전통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고 방범대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말했다.

신봉동에는 민속 놀이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단오날과 정월 대보름 행사에는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 수지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함께 즐겁게 어울린다.

단오에는 마을 앞 670년 된 느티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과 무병장수를 비는 단오제를 올리고 음식을 푸짐히 장만하여 함께 나누어 먹는다.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청년회와 부녀회에서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윷놀이 행사를 벌인다. 서봉골을 찾는 이웃들에게는 비빔밥과 떡을 돌리며 푸근한 인정을 나누었다. 지난 대보름에는 청년회에서 쥐불놀이용 깡통을 준비하여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루는 바람에 음식이 동이 날 정도였다. 신봉동의 마을잔치는 이제 수지 전지역의 잔칫날로 기다려지게 되었다.

항상 친근한 얼굴로 마을의 궂은일은 도맡아 하는 마을 청년회장 이상학씨는 지난번 쥐불놀이 행사 때도 아이들을 위해 여기저기 돌면서 꺼져버린 불씨를 붙이고 행여 길가의 유리조각에라도 다칠까봐 주변을 정리하고 다녔다.

마을 행사가 있을 때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손수 솥단지를 씻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부녀회에서는 경로당 옆 슈퍼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마을 살림을 사는데, 경로잔치나 노인들의 봄 가을 나들이 행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노인들은 실버봉사대를 조직하여 교통정리 거리청소 환경정화운동 등의 봉사활동을 하여 모범을 보이고 있다.

4∼5년 전부터 마을의 텃밭을 공동경작해서 고구마를 심어 가을에 수확한 것을 주민들에게 팔아 그 수익금으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하였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쌀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올해도 주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한다고 하는데 농사가 잘돼서 많은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기를 기대하고 있다.

임효정 객원기자 hjleem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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