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주민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용인 여기저기에 있는 문화유적과 유물을 보곤 놀랐다는 것이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한 허균의 묘소를 비롯해 허성, 허봉, 허난설헌 등 당대 최고 문사집안의 세장지가 있는 원삼면 맹리를 가본 사람들은 왜 이곳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지에 대해 의아해 하곤 한다. 이런 곳들을 가본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용인의 유구한 역사의 맥과 전통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뭐하나 정가는 곳이 없어 보이는 용인에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많은 유적들로 인해 애향심이 절로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유적지를 돌아 본 유입시민들이 또 한번 놀라는 것이 있다. 방치된 문화 유물과 유적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는 멀리 있지 않다. 보물 9호 수지 서봉사 현오국사비의 보존실태와 향토 사료관의 운영실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용인에는 향토사료관이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일반시민들은 많지 않다. 아예 문을 닫은 탓이다. 그 곳에는 전기 신석기 시대의 생활도구인 엇갈림떼기 찍개를 비롯해 청동살촉, 청자 대접, 고려백자, 포은 정몽주 초상 등 무려 130여기에 달하는 유물이 있다. 결코 작은 박물관에 뒤지지 않는 보존량이다. 그럼에도 향토사료관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아무리 이를 지적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발상까지 나오고 있다. 아예 예술인들의 연습실로 개조하자는 제안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은 문을 닫고 있느니 차라리 다른 용도로 쓰자는 것이니, 이 말을 한 사람을 탓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다른 용도로 쓰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우리 문화재와 향토자료가 몰지각한 행정관료들에 의해 시민들과 접할 수 없다는 것은 한심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 뿐이 아니다. 보물 9호로 지정된 현오국사탑비 일대가 폐자재 속에 방치돼 있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녹슨 철조망이 가로질러 있고 안내 표지판 하나 제대로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겼는지 누군가 종이 코팅 안내판을 살 짝 걸어두었다 한다. 국가 보물은 직접적인 시의 관리 소관이 아니라 하더라도 귀한 국가문화재를 우리 스스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향토문화지킴이 시민모임’이란 곳에서 비 지정 향토유적에 대해 안내 표지판을 거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처럼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 더 이상 관련 기관과 당국도 바라만 봐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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