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꽃 소식과 더불어 각 지방에서는 옛 성현들의 넋을 기리는 제향(祭享)이 많이 치러지고 있어 전통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현재는 전통의 연속이기 때문에 더욱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삶의 여유를 되새기면서 자기 삶의 정체성을 생각해봄직도 하다. 필자는 지난 3월15일 용인시 상현동에 위치하고 있는 심곡서원(深谷書院)의 봄제향(春享祭)에 다녀왔다. 이 서원은 조광조(趙光祖) 선생과 양팽손(梁彭孫) 선생의 위패를 모시고 그의 학문과 인격을 흠모하며 해마다 봄·가을 제향을 드리는 곳이다.

원래 서원이란 성리학의 한국 전래에 큰 영향을 끼쳤던 안향의 위패를 모시기 위하여 중종 38년(1543) 풍기군수인 주세붕이 백운동 서원(후에 소수서원)을 세운 것이 그 효시이다. 대체로 서원은 선현에 대한 제사를 드리는 제향(祭享)공간일 뿐만 아니라, 유학을 강론하는 강학(講學)공간이요, 각종 문서 등을 발간, 저장하는 장수(藏修)공간이었으며, 향촌사회의 여론 즉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 성리학의 이념을 체득함으로써 도덕적 자기완성을 목표로 도학(道學)을 연마하고 인재를 배출하였던 오늘날의 사립대학격이었던 것이다.

개발에 묻힌 심곡서원

그러나 세월의 흐름 속에서 새 것만을 추구하고 개발 우선의 경제논리에 밀려 옛 것을 소중히 하고 선현들의 지혜를 계승하는 마음이 희박해져 심곡서원은 아파트 그늘에 덮여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지역의 유림들이 뜻을 모으고 명현들에 대한 봉사(奉祀)정신을 이어가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노력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문화유산과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후손의 몫이다. 그런데 오늘날 서원의 운영실태를 보면 대개 제향 이외에 청소년 인성교육을 위한 서예,한문강좌 등을 개설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심곡서원의 미래상을 제시함으로써 후학의 도리를 다 할까 한다.

먼저, 심곡서원의 현안인 문정재단과의 재산소유 및 운영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을 것을 권고한다. 당시 발단이 되었던 서원측과 재단측의 경제적 현실을 십분 고려하여서라도 이에 대한 상호약속을 지킴으로써 서원 본래의 역할과 추후 관리, 운영에 있어 서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동체 조성 역할 기대

둘째로 용인시의 개발정책과 병행하여 서원주변의 난개발로 주변 경관의 침해는 물론이고 서원과 묘역 공간이 날로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지, 상현지역의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이 곳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했으면 한다. 이와 병행하여 비닐하우스 및 음식점들의 막무가내식 허가보다는 주변 부지를 매입하여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서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 시민들의 문화정체성을 형성, 지역사회 일체감을 조성하는 시민공원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이와 병행하여 서원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원래 있었던 동·서재 및 산앙재, 임심각, 문향각 등을 중건하여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여 청소년과 노인층 그리고 성인 주부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되기를 희망한다. 지역사회의 지식정보 교류역할을 수행하고 지역주민간의 정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로 정착되어 새로운 촌락문화, 신도시 문화를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조장해 줘야 할 것이다. 도시 삶의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도록 사람간의 정서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의 인성, 도의교육, 지역주민의 교양교육, 향토문화유산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을 교육, 홍보함으로써 경기도의 유형문화재 7호로서의 위상과 역사적 의미가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번 봄제사에 참여하였던 필자만의 소회일까?

/조병로(경기대 사학과 교수·경기대 경기서원건립추진위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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