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제1호 법정에서는 용인 모 아파트 놀이방 실질운영자 Y모씨(64세)의 대법원 최종 판결을 위한 재판이 열렸다. 유죄가 확정되는 순간 피해아동 부모와 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지역주민 몇 명의 숨죽인 눈물이 있었다. 이는 2001년 초 당시 갓 3세를 넘은 유아의 우연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 2년간의 기나긴 싸움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용인여성상담소에서는 판결결과에 따라 두 가지 경우의 논평을 준비했다.

‘유감’의 논평과 ‘환영’의 논평이었는데 판결 결과 후 발표한 ‘미흡하지만 유죄확정을 환영한다’는 요지의 논평자료에서 밝혔듯이 이 사건은 단순히 가해자 한사람의 처벌 여부를 떠나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기에 이 지면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유아의 법정 증언 출두 여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불러온 계기가 되었던 만큼, 겨우 3년 1개월생 유아의 진술이 법정에서 성추행 가해자를 처벌하는 증언으로 받아들여진 최초의 판결이었다. 3∼4세 유아의 발언에는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유아 성추행가해자들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둘째, 따라서 이 사건은 가해자 한 개인의 처벌유무를 떠나 ‘3∼4세 유아의 성폭력가해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법적 사회정의가 실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생업을 거의 포기한 채 유아성폭력피해자의 문제를 사회에 드러낸 피해자 가족들의 사회공익적인 활동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어린이성폭력피해자 가족모임이 결성되기도 하였다. 유아 성폭력 예방활동이 확산되는 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확신과 용기를 주었다.

넷째, 드러내지 않고 있는 다른 수많은 유아성폭력 피해자 가족들의 깊은 상처에 하나의 작은 위로가 되어 사회적 소수자인 성폭력피해자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모든 국민화합의 단초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그동안 지역이기주의로만 뭉쳐졌을 뿐 공익적인 활동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던 아파트의 지역이기주의를 깬 소중한 지역 주민활동의 한 사례로 남을 수 있다.

그동안 아파트 단지내 노인회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은 물론, 병원 관계자, 여성단체들의 꾸준한 문제제기와 진정서, 탄원서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를 감추지 않고 용기있게 드러내고 사회에 알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법적 사회정의의 기준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음을 확신하게 만든 사회공익적인 그 부모님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앞으로 유아의 인권이 보다 확장되고 사법적 사회정의의 기초가 된 이번의 결과가 비슷한 유형의 다른 재판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상담전화 281-1366,7)

양해경/용인여성상담소장·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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