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철(코에코하우징 프로젝터 매니저)

땅을 구하는 과정은 인터넷이나 여러 참고서적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면상 그 모든 정보들을 다시 정리할 수도 필요성도 없을 듯 싶다.

아래 내용은 주택상담 과정 중 예비건축주들이 피상적으로 그러려니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에 대한 몇 가지 첨언정도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땅의 형태나 도로와 관계, 여러 지적공부상 확인을 통한 법적인 검토, 그리고 전기나 하수 같은 기반시설 이용가능성 등의 검토 등은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개인이 혼자 판단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아마 지역 부동산 업체를 통해서일 것이다. 특히 지역에 오래된 부동산 업체는 땅의 역사부터 땅의 물리적 특성까지 잘 알고 계신 분들이다. 하지만 부동산업도 사업이기에 금전적인 욕심이 앞선다면 상대방에게 큰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예전 아파트에 염증을 느낀 한 지인이 새로 집을 짓기는 금전적으로 부족하고 기존 주택을 매수해 살고자 지역 여러 부동산 업체에 주택 매물을 수소문 해놓았다.

몇 주를 기다리던 중 한군데에서 연락이 와 방문하니 주위 관공서도 가깝고 도시지역과도 멀지 않은 지역에 시골풍경도 느낄 수 있어 앞뒤 재지도 않고 계약을 해버렸다.

그런데 이사 들어오는 날 이웃 어르신이 지나가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 집은 물이 잘 안 빠지는데…’ 라며 뒷말을 흐리고 지나가셨단다.

아니나 다를까 이삿짐을 들여놓기 전 장판지를 들쳐보니 시멘트 바닥에 물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비도 잘 오지 않던 겨울에. 아뿔싸. 부랴부랴 마당에 짐을 부려놓고 급한 데로 바닥 방수를 하고 장판을 새로 깔았다.

하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물이 쉬이 잡힐 리 만무하다. 그 분은 그 집에 사는 몇 년 동안 곰팡이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인해 고생을 한 추억(?)을 갖게 됐다고 한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동네 건축업자가 10년 전에 지은 집으로 땅 위 20cm 매트기초에 철근도 부실하게 넣었는지 기초가 깨져 기초 밑바닥 틈 사이로 물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 지역에 오래전부터 부동산업을 했던 분이 인근 주택들의 상황을 모를 리 만무하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 때문에 그러한 정보를 말하지 않은 비양심으로 인해 겪어야 할 매수자의 고초는 어마어마하다. 만일 그 주택에 알레르기 환자가 있었더라면 곰팡이로 인해 심각한 중병을 앓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해 땅을 고르는 일은 아마도 집을 짓는 일보다 더 조심스럽고 힘든 일일 것이다. 한 번에 목돈이 나가는 금전적인 이유도 이유겠지만, 심리적으로 나와 가족이 앞으로 몇 십년 아니 평생을 살아야 할 수도 있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집은 기본적으로 유형이든 무형이든 주변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 공간이다. 그 주변이라는 것은 이웃이 될 수도 있겠고 자연환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웃과의 관계가 흔들리면 더 이상 편안한 집이 될 수가 없고 자연환경을 무시한 주택이 더 이상 쾌적한 주택이 될 리가 없다.

어떤 분은 집성촌 마을 내 매입한 부지에 주택을 짓고자 했으나 지역 텃세에 밀려 결국 집짓기를 포기하거나 마을 경로당 조경에 가린다는 이유로 결국 터파기도 못한 채 마을을 떠난 분도 있다.

큰비가 오면 침수되는 지역을 모르고 샀다가 여름도 채 지나기 전에 이삿짐을 싸는가 하면 햇빛이 들지 않는 뒷마당에 바람도 불지 않는 땅에 집을 짓고 매년 곰팡이와 물이끼에 시달리기도 한다.

집을 짓는 행위는 이처럼 주변 환경과 관계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려는 인간들의 인공적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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