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철(코에코하우징 프로젝터 매니져)

사진 코에코하우징 캡처
건축재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무, 돌, 흙, 콘크리트, 철골 등 건축의 주요 구조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이러한 요소들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재료들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건설의 황금기를 겪으며 건축은 곧 콘크리트라는 도식화가 보편적으로 형성돼 이전 조상들이 써왔던 나무나 흙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무의식중에 깔려 있다.

시멘트와 철근, 모래와 자갈이 어우러져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 뿐만 아니라 작은 주택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철근콘크리트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친환경건축의 건축패러다임으로 시각을 바꾸어 보면 참으로 불편한 존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건축재료가 만들어지는 내재에너지(천연상태에서 최종적으로 건축현장에서 재료로 쓰이기까지의 전체 에너지. 즉 원료 채취, 가공, 배송 전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측면에서 본다면 콘크리트는 다른 나무나 흙, 돌보다 자연부하가 많이 걸리는 소재이다.

천연상태의 석회를 채취해 소성과정을 거쳐 시멘트를 만들고 이를 물과 자갈, 혼화재와 섞어 건설현장까지 배송되는 전체 단계에 들어가는 콘크리트의 내재에너지가 나무를 벌목하고 가공해 건설현장에 최종 배송되는 전체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약 2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콘크리트 7.5MJ/kg, 목재 3.4MJ/kg 지역에 따른 편차는 있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쓰레기 시멘트 경우처럼 시멘트 제조업체는 국내 환경지침에 위반되지 않는 폐기물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외국의 경우보다 훨씬 느슨한 국내 규제를 악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친환경 건축은 자연생태계에 줄 수 있는 이러한 부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건축재료를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이후 건축물을 유지 관리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친환경 건축재료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건축물의 냉・난방과 유지관리에 화석에너지가 무분별하게 쓰인다면 올바른 의미의 친환경 건축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70년대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인간이 직면하게 될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한 우려는 적극적인 자연에너지 개발에 대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주택에서도 태양광이나 태양열, 지열 등을 통한 설비시스템 개발과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단열재 및 기밀성 창호 개발 등 에너지손실을 최소화 해 외부로부터 인입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건축이 실현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는 흙, 나무, 돌과 같은 건축재료는 최상의 건축재료 임에는 틀림없지만 시공 현실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

국내 목재가공산업은 수종과 활용도 면에서 건축 뼈대를 구성하는 제재목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고 인공조림을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제재목 수준의 나무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흙과 돌을 이용한 건축물 또한 재료 확보의 어려움과 시공 인력 품귀와 함께 형태의 다양성을 확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기에 주로 건축 보조재료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열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자연재료들을 이용한 전통적인 시공방법으로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구현하기가 힘들거나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설계에서부터 자연기후와 지형을 최대한 이용하고 단열성능을 높일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시공법이 개발, 보완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뀌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인식이다.

건축은 곧 콘크리트이며 주택은 곧 아파트라는 도식이 깨져야만 더 다양한 친환경 건축재료 및 시공법이 개발돼 지구와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건축문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친환경 건축은 공공건축에 먼저 적용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학교건축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나무를 포함한 친환경 건축 소재들은 자외선을 흡수함으로써 아이들의 눈을 보호하고, 놀라운 제습 기능으로 실내 쾌적성을 유지하며, 아토피 개선에도 효능이 있으며 난방성능을 높여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태양광과 태양열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어떻게 축적되고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변환되는지, 빗물과 오수가 어떻게 재활용되고 생태계가 어떤 과정으로 순환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오감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생명과 환경, 지구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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