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노벨평화상 후보이자 세계불교계의 상징적 인물인 틱낫한 스님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라크에서 전쟁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TV에서 그와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성스럽고 멋져 보였으며 그들이 사람을 귀하게 대하려는 자세에서 감동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 ‘저 분과 같이 세계의 평화, 마음이 평화를 이끄는데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들이 전쟁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라크 곳곳에 둥지를 틀고 평화를 기원하는 적극적인 실천을 했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들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향해 미사일을 쏘기 전에 조금 더 다른 생각으로 서로의 국익을 위해 협력해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무구한 생명들 특히 자신이 아직 누구인지도 모르고 죽어 가는 어린아이들의 희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구의 한쪽에서 전쟁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뉴스를 통해 서로를 죽이고 죽는 일들이 일어나는 생생한 장면들을 보면서 마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미국의 전쟁을 막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파병도 막을 수 없어 이라크 사람들의 희생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마음을 접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면서 뉴스가 온통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비참한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생각하며 태평하게 지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반면 다른 나라의 슬픈 전쟁을 눈멀게 지켜보고 있는 내 자신이 괴롭다.

앞으로 분단된 조국의 현실과 국익을 향해 치닫는 세계정세를 생각하면 이 전쟁은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럴 때 다른 나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성실하게 사는 것이고, 둘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원인 우리 청소년들을 잘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끔 가정의 전쟁(이혼 등)으로 청소년들이 상담실을 찾는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생겨난 상처에 많이 아파하고 방황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비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아픔을 경험하는 아이들을 볼 때, 문제아동으로 다루지 말고 문제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권선희/청소년상담실장·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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