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교실 미술시간. 우유팩에 색지를 붙이고 창문을 오리고, 집 만들기에 신이 난 아이들과 마을 만들기를 해보자고 놀이터로 나섰다. 우유팩을 모래 위에 세우고, 화단에서 주운 나뭇가지로 공원도 만들고… 어느새 놀이터 한 구석을 옹기종기 아담한 마을로 꾸며 놓는다. “우와! 근사한데. 이건 뭐야?”참새처럼 외쳐대는 아이들을 보며 ‘이 다음에 녀석들이 만들 세상엔 마을마다 한 가운데 이렇게 도서관이 있겠구나’ 흐뭇한 상상에 젖는다.

이번 주만 지나면 개학. 밀린 방학숙제를 들고 찾아오는 아이들로 또 며칠 도서관이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방학만 되면 학교마다 추천도서 목록과 함께 책읽기를 과제로 내주지만 막상 아이들이 편안하게 찾아가 책을 볼 공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조기교육 열풍에 입시위주의 경쟁으로 범람하는 과외, 학원, 참고서는 아이들 스스로 자료를 찾고 공부할 기회를 오히려 빼앗고 만다.

뿐인가. 정보화, 세계화를 외치며 전국의 학교마다 전산망을 설치한다지만 정작 그 컨텐츠를 채울 지식, 정보의 기반이 되는 도서관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찍부터 컴퓨터를 익힌다 해도 ‘종이 책’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아이들에게 정보화 시대의 경쟁력을 기대하는 건 앞뒤가 뒤바뀐 게 아닐까.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곳 느티나무 도서관만 해도 매달 서너 군데씩 전국에서 도서관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하나같이 도서관의 필요성은 절실하게 느끼지만 공간확보, 자료구입, 운영인력 어느 것 하나 민간의 힘으론 만만치 않고 참고할 모델도 없으니 물어 물어 이 작은 도서관까지 찾아오는 것이다. 그때마다 새로 개발되는 아파트 단지 관리동이나 동사무소, 마을회관, 우체국… 어디든 작은 공간 한 군데씩 아이들과 주민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도서관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진다.

마을마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키우며 올곧고 튼실하게 자랄 수 있는 작은 도서관 한 군데씩 만드는 일. 아이들을 기르며 미래를 꿈꾸는 우리 기성세대가 가장 작은 노력으로 큰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일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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