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산을 칠 때
소리를 듣고 일어선 산이
생명을 품어 안고
계곡으로 맑은 하혈을 한다

수평선을 향해
외로움의 깊이 만큼
발이 빠지면
가슴을 내준 안개 속으로 침몰하며
허물어져 내리는 산

휘몰아치던 바람을 만난 날
수세미처럼 벗겨진
살 한 점을 붙들고
돌 같은 아픔을 꾹꾹 삼키며
밤새 울었다.

가슴으로 들어오던 날이 선 칼바람에
벽은 두터워만 갔고
몰려드는 실핏줄을 바람이 막고 섰을 때
나무의 전신을 반항하며
푸른 피톨이 움직였고
봄은 천둥 같은 벽을 파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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