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사랑회.
샘물을 찾아 다니는 동호회모임? 아니다. ‘사랑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생수와 같이 순
수한 사랑을 베푼다’는 의미로 지어진 장애인 사랑의 공동체다.

남사면 진목3리에 위치한 소담한 집에 해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닌 장애아와 이들을 뒷바라
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편부 또는 생활보호대상자 자녀이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 생후 두 달도 안된 유아부터 스무살에 이른 청년까지 대개 정신지체 장애우들이다.

경쟁사회에서 태생적으로 밀려난 아이들. 하지만 이들에게도 따뜻하게 기댈 든든한 언덕이
있다.

안연이씨(33). 그는 이곳의 총무선생님이다. 건강한(?)체격에 동글동글한 얼굴, 33세라는 나
이답지 않게 앳된 얼굴을 한 그가 아이들의 누나(언니)이자 생수사랑회의 살림꾼이다. 그가
아이들과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부터다.

“우연한 기회였어요. 일반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육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시각
장애인 봉사를 한번 해 보자고 해서 무심결에 따라 갔어요.”하지만 당시에도 학교에서 지
체아들의 보육문제에 대한 공부를 줄기차게 한 점이나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 가는 그를
보면 은근한 관심과 깊은 애정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지금의 생수사랑회 원장인 정순범(41·여)씨를 만난 것은 그즈음 이었다. 당시 모임을 이끌
고 있었다. 의왕시에 있는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의 길을 열어갔던 안총무는 아예 장애
우들을 위한 공간을 꾸며보고 싶었다.

정원장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것이 오늘의 생수사랑회. 처음엔 인천에 자리를 잡았
다. 새벽2시에 일어나 김밥을 만들고 4시부터 어류경매가 이루어지는 연안부두에 나가 김밥
장사를 하며 장애우들의 생계를 꾸려갔다. 하지만 주위 주민들의 탄원, 특히 아이들에겐 필
수적인 놀이공간이 없어 고민 끝에 정원장의 고향이자 생가인 이곳 진목리로 내려오게 된
것이 5년전이다.

그의 나이 33세. 사회통념상 노처녀다. “결혼요? 왜요. 생각했었죠. 그리고 결혼하면 이 일
은 안하겠다고까지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마음이 정반대예요. 데리고 이곳에서 함께 살아야
죠.”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안총무의 일상. “아이들이 천사같지 않느냐”며 예의 그 수줍
은듯한 웃음을 날리고 아이들의 의사표현인 괴성도 이젠 정겹게 들린다는 그지만 그만의 고
통이 없으랴. “새벽에 인근교회에 나가 1시간씩 기도를 드리는것도 다 신앙적 힘으로 이를
이겨내고자 함이죠.”

안총무가 살림을 꾸리는 생수사랑회는 몇가지 점에서 다른 느낌을 준다. 대개 비인가복지시
설이 허름한 외양이다. 그러나 생수사랑회는 당당하게 마을의 초입 첫집이다. 바깥마당 한
켠에는 텃밭이 있고 박넝쿨이 담장에 매달려 있는 여느 시골농가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어렵다고 말하지 않는다. “돈 들어갈 곳이 뭐 별로 있나요. 왠만한 것은 스스로 경작해 먹
고 있고 이러저러한 경로로 지원이나 자원봉사가 끊이질 않는데요, 뭘.”

그의 생활과 말속에 하나의 강한 주장이 읽혀진다. 대부분의 장애시설과 장애인들이 동정을
보내야 할 그 어떤 부류가 아니라 우리의 당당한 이웃으로 봐 달라는 것이다. /우상표 기자



<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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