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둔화되면서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더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와 북한 핵 문제, 국제 원유가격 상승 및 원화가치의 과도한 상승이 시장을 압박하면서 종합 주가지수는 600선마저 맥없이 무너져 투자자들 대부분이 투자손실을 입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품논쟁이 일었던 부동산 시장 역시 거래조차 제대로 성립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회사들이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나,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은행 차입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벌써 투자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갈곳을 잃은 시중 자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시장으로 유입되어 시장금리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내고 있어 채권시장 거품논쟁도 조만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예금과 보험, 주식과 채권시장의 성질을 이용한 혼합형 금융상품을 설계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한달 동안 약 1조원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선진국형 퓨전 상품 인기

금융권별로 보면 은행은 정기예금과 주식을 연동한 상품 또는 채권과 주식을 결합한 신탁형 상품을 내놓고 있고 증권회사와 투자신탁 회사들은 주로 채권과 주식을 결합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보험과 주식투자를 결합한 상품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혼합형 금융상품의 특징은 ‘주식, 채권, 부동산이 상호 작용하면서 시차를 두고 가격이 변동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하나의 재테크 수단만을 이용한 투자자의 경우,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더라도 위험을 관리할 수 없었다. 해당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면 투자손실이 발생하거나 상당기간 자금이 묶이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혼합형 금융상품은 주식시장이 침체될 것 같으면 채권시장에 투자하거나, 주가지수 선물매도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고,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혼합형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중간 점검해 본 결과, 은행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기예금과 주가지수 연동 상품의 경우, 한달 전과 비교해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신탁이나, 증권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가지수와 채권 혼합형 금융상품 역시 당초 제시된 수익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가 시장금리와 주가지수 하락을 예상한 경우에는 수익률이 목표 수익률보다 높고, 정반대로 예상한 경우에는 수익률이 은행권 상품보다 오히려 낮은 상품도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므로 혼합형 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①가입시기와 만기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한지, ②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능력과 성향은 어떠한지, ③가입 당시의 금융시장 환경과 만기 시의 금융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화될지, ④채권과 주식의 편입비율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 지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어떤 금융상품이 매력적인 투자수단인가?”는 펀드매니저의 능력과 투자자들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투자자들도 이제 금융환경변화를 수용해 재테크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련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올해 펀드수익률 마이너스

연초부터 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연초 인기를 얻고 판매된 혼합형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펀드규모는 작지만, 삼성투신의 ‘드래곤 승천주식 3-24’ 펀드가 0.72%로서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일 펀드평가 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편입비율 70% 이상인 성장형 펀드(펀드규모 300 억원 이상)의 운용사별 수익률은 2월7일 기준으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실적이 좋은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2.14%(SEI 에셋)이고, 랜드마크투신, PCA 투신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3% 이상이다.

주식편입비율이 40∼70%인 안정성장형 펀드의 운용사별 수익률 역시 채권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운용사별 수익률을 보면 LG 투신이 마이너스 0.89%로서 가장 양호하고, 삼성투신은 마이너스 1.39%를 기록하고 있다.

제로인의 펀드 수익률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삼성투신의 경우 성장형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안정성장형은 채권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국면에서도 LG보다 수익률이 크게 낮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돈운용 장기예금으로 바꿔야 하나?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세금을 공제하면 3.2% 수준에 불과하고, 금년도 예상물가 상승률(3.8%)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서 이자소득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만약 금리가 연중 지금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지금이라도 장기예금으로 갈아타는 것이 당연히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현 수준에서 장기예금으로 갈아타기에는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지금보다 시장금리가 1.5% 이상 높았던 지난해 5월에는 금리상승을 예상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금리가 바닥(국고채 3년기준 : 5.3%)이라고 주장하다가, 금년 들어 금리가 크게 하락한 이후에 추가적인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있어 신뢰를 잃었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3년 기준)금리가 불과 1개월 사이에 0.5%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금리가 하락한다면 얼마나 하락할 수 있을까? 반면에 금리 상승의 여지는 없는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 차를 인정하더라도 연간 0.3% 차이라면 1억 원 정도 예금할 경우, 월 3만원 차이도 나지 않는다. 반면에 전문가들이 지난해 말 바닥이라고 주장한 수준까지만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4만원 이상의 기대 수익을 상실할 수도 있다. 또한 연 3%대의 금리라면 주가지수가 500선대 중반까지 하락한 상태이므로 90%는 단기금리 상품에 운용하고, 나머지 10%만 주가지수가 낮은 시기를 이용하여 한번만 시장에 참여하더라도 장기예금에 100% 맡기는 것보다 수익률은 높고, 위험도 크지 않다.

지금의 낮은 금리 수준은 금융시장의 불투명성에도 원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간 돈이 묶이는 것보다 단기로 운용하다가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장기예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지금은 단기예금을 장기예금으로 전환할 때가 아니라는데 이견이 없다. 만약 지금 전환한다면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장기예금으로 전환하더라도 기대 수익은 월 3만원 수준에 불과하므로 합리적인 투자의사 결정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테크 시장은 가격이 상승할수록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여 시장금리가 1.5% 이상 하락한 상황이므로 금리시장을 추격하는 것보다 관망하다가 기회를 노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적정 금리 이상에서 시장을 추격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고, 금리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급등한 경우에는 관망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투자한 사람의 성공사례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지금은 때가 아닌 듯 하다.


[금융회사 추천 상품]


증권회사와 투자신탁회사는 안정성이 높은 변동금리 상품을 대부분 추천하고 있고, 은행은 확정 금리 상품을 주력상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축은행(구 상호신용금고)은 6개월 예치 때 은행보다 다소 높은 연 4.80∼5.70%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우체국은 수익률이 은행권 수준인 1년 만기 정기예금(4.90% 확정 금리)을 추천하고 있다.

절세형 금융상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 축협 저축은행 등에서 취급하는 ‘세금우대 예탁금’은 이자소득세(16.5%)가 면제되고,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아 세금 공제 후 이자수입을 늘릴 수 있다.

최근에는 보험과 은행예금 성격의 혼합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상품의 특징은 은행 예금 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위험발생 시 보험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KB실버 플랜 신노후생활 연금신탁 에 가입하면 최고 5년간 무료로 현대해상(주)의 ‘여성 3대 특정 암보험’또는 ‘일반상해보험’에 가입해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협의 ‘큰사랑 연금공제’‘큰보람 저축공제’ 및 신협의 ‘참사랑 연금공제’ 상품도 예금과 보험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이다. 우체국에서도 ‘파워적립보험’과 ‘복지보험’이라는 예금과 보험의 성격을 가진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보험관련 혼합형상품의 단점이라면 만기가 대부분 3년 이상이라는 점에서 순수 예금보다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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