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2001년 용인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 가운데 하나가 ‘러브호텔’건립 문제이다. 당시 러브호텔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호텔 부지 인근 주민들은 도덕적, 교육적 문제를 이유로 건립을 반대했다. 1, 2년이 지난 현재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던 지역에는 대부분 러브호텔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아파트나 대형건물 공사가 끊이지 않는 용인시의 경우 공사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이 해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근본적인 대안은 뒷전이고 피해보상액을 놓고 건설업체와 주민들이 줄다리기를 하다가 합의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시는 건설업체와 주민 사이에 보상금을 조정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용인시 삼가동 늘푸른 오스카빌 아파트 공사로 인해 인근 진우아파트와 선봉전원주택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진우아파트와 선봉전원주택 중 한 쪽 주민들은 보상금을 제시해 민원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다른 쪽 주민들은 늘푸른 오스카빌 아파트의 동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어 건설업체와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 쪽은 지금까지 아파트 등 대형건물 공사과정에서 발생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 해법과 크게 다르지 않는 방법을 택한 반면 나머지는 다른 해법을 제안한 셈이다.

그런데 양 쪽 주민들의 다른 해법을 두고 시 관계자와 건설업체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 관계자와 건설업체 모두 보상금을 요구한 주민 대표자에 대해서는 갈등을 빨리 해결할 수 있다며 환영한 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한 주민 대표자에 대해서는 대표성까지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와 건설업체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데는 민원을‘작은 피해를 기회로 건설업체에 돈 뜯어내기’라는 식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의혹을 제기한 러브호텔 건설의 경우 주민들이 처음에는 건설을 반대했다가 업주로부터 돈을 받고 민원을 철회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다.

또 지난 해 6월 구성읍 S아파트 건설 과정 중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 분진 피해를 제기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주민대표는 “승소하더라도 조정위원회를 통한 보상액은 적기 때문에 건설업체와 협상을 통해 보상금을 받겠다”라고 말해 민원 제기의 목적을 의심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결국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시가 민원의 의도를 순수하게 판단하지 않는 빌미를 주민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없이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보상금으로 민원을 접는 경우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지난 해 11월경 구성읍 D아파트 공사과정에서 건설업체가 인근 주민들의 출입로를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 주민들은 출입로를 원상복구하고 피해보상을 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건설업체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알고 보니 D아파트는 공사 초기에 인근 주민들에게 앞으로 발생할 소음, 분진에 대한 보상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D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미 보상에 관한 부분은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보상은 없다”고 말해 주민들의 약점을 건설업체가 오히려 이용하고 있었다.

늘푸른 오스카빌 아파트를 상대로 보상금에 앞서 동 재배치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한 일부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제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싸움으로 갈 경우 주민들이 지치고 힘들 겠지만 문제해결에 있어 한 차원 높은 시민의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