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듯이 가출하던 학생도 꿈을 찾아가다"

공교육 정상화 모델 제시

흥덕고 첫 졸업 성적

116명 중 112명 진학

용인지역 고등학교 가운데 첫 혁신학교로 지정된 흥덕고등학교(교장 이범희)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대학 입시 결과는 현재 교육 환경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평가다.
일명 ‘문제아’들만 모였다는 흥덕고 3학년 학생들의 성적표는 ‘기적’에 가깝다. 그 답은 더불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가르침에 있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3년 동안 같이 울고 웃으며 견뎌내는 동안 학교 안 학생들은 스스로 꿈을 찾아 변화하고 있었다.

▲ 지난 11월2일 금요일 흥덕고에서 진행하는 인권 아카데미 중 ‘아침 등굣길 학생맞이’행사에서 흥덕고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복을 입고 학생의 날을 축하하며 떡과 차를 나누어 주었다. 교사들은 이날 고3 학생들에게 "대학의 문은 좁지만 우리는 날씬하다"라는 스티커가 붙여진 떡을 나눠주며 격려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3년 전 기피학교 1호로 꼽힌 흥덕고등학교.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날라리’들이 판치는 학교로 평가받았다. 비평준화지역 신설학교가 그렇듯 흥덕고에 모인 학생들 역시 다른 학교에 비해 시험 성적은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3년 후, 흥덕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해졌다. 공교육 안에서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꿈을 찾아가는 학생들은 달라졌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대학 진학의 성과를 이뤄냈다.   
흥덕고 3학년 학생들의 입학 당시 내신 성적은 8~9등급이 대부분이었으나 졸업 성적은 116명 중 112명이 대학 합격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 중에는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서울대, 연·고대, 이화여대 합격자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 흥덕고 1학년 가정수업시간에 ‘부모역할’을주제로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각 반에서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다이애나 루먼스 지음) 시를 이용해 조별로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모방시를 지었다. 학생들은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외고나 특목고를 보내기 보다는 흥덕고에 보낼 것이라고 말해 흥덕고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흥덕고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입시지도를 하지 않았다. 학생 개개인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잠재된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을 제시했다.
학교 혁신부 이만주 교사는 “아이들이 하는 것에 대해 신뢰하고 지지해주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며 “친구가 경쟁상대가 아니라 함께 하는 동료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문화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기초하고 있다. 흥덕고는 개교와 함께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거쳐 ‘학생생활(인권) 권리규정’을 만들어 0교시 수업 않기, 두발 자유화, 체벌 없는 학교를 시행했다. 수업도 학생 선택형 맞춤형 수준별 수업을 진행했다. 수학과 영어 교과는 기본과정을 개설해 학생 수준에 맞춰 수업을 실시했고 인턴교사와 협력을 통한 1교실 2교사제인 ‘팀티칭 수업’도 시행했다.
또  인문학, 자연과학, 진로 아카데미를 통해 인간관, 존중과 배려의 중요성과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체계적인 진로아카데미는 학생들이 꿈을 찾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직업인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며 대학입시 전형을 스스로 계획을 세웠다.
이 교사는 “신설학교가 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학교 다니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학교에서 방향만 제시해주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있다”며 “끊임없이 토론하고 서로 격려해주니까 아이들은 반드시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백두대간 종주, 국토순례, 다문화가정 간담회, 농촌봉사활동 등 학생들 스스로 참여하고 만들어낸 활동들이다. 교사 역시 학생 인권 존중을 위해 교복을 입고 학생들을 안아주는 등 서로 존중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더불어 삶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학교 문화는 문제아들도 공부하게 했다. 그 결과 흥덕고 첫 졸업생 대부분은 대학에 입학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공교육 정상화의 모델로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선두에 섰던 흥덕고는 성적 최하위에서 시작한 혁신학교들이 학교문화를 바꿔 나가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높아졌고, 대입까지 연결되는 교육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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