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10일 용인시 통일공원에서 전교조 용인지회, 세원바이캠 노조, 용인청년일꾼들 등 100여명의 노동자가 참석한 가운데 ‘공교육 정상화·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용인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참석한 노동자 중 이러한 주장이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될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노동계는 현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 조정를 반대하면서 각종 정책에 있어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계 제안이 받아들여지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 노동계 스스로의 평가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국민승리21’의 이름으로 당시 초대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 후보를 내세웠지만 권후보가 얻은 국민의 지지는 전국 30만표에 불과했다. 이는 당시 전체 득표율의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특히 유권자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50만명임을 고려한다면 국민승리21에 대한 유권자의 표심은 냉정했다.

올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평가하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왔다. 기존 정당의 움직임과 함께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용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민주노동당 시 을지구당 창당대회겸 공직선거후보를 선출하는 행사가 열렸다. 독자후보를 내는 것이다. 한국노총 용인지역 지부의 경우 출마 후보는 없다. 다만 기존 정당 후보 가운데 지지 후보자를 선정,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말경, 본지가 창간 3주년을 맞아 조사·발표한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관내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의 ‘정치세력화’숙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 한노총-독자 출마 시기상조

한국노총 용인지역 지부(이하 용인지역 지부)는 지난 1, 2회 지방선거에서 조합원 가운데 후보자를 내지는 못했다. 반면에 기존 정당 가운데 후보자 지지선언을 해왔다. 1995년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용인지역 지부는 후보자 초청 강연회,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시장후보로 김정길씨를 지지했다. 하지만 김정길 후보가 낙선하고 조합원 대상의 설문조사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있어 첫 집단적 정치 의사표현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1998년 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 최재봉 국일제지 노조위원장이 시의원 출마를 내부적으로 선언했다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불출마해 결과적으로 용인지역 지부 차원에서 후보자가 나서지 않았다. 대신 경기도지사 후보로 임창렬 현 도지사를 지지했으며 2대 용인시장 보궐선거에서 예강환 현 용인시장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전 용인지역 지부 의장이자 현 경기도본부 황윤진 의장이 2회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몫으로 도의원에 진출, 한국노총이 기존 정당과 함께 보수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 민노총-민노당 을지구당 창당

용인에서 민주노총 조직이 정비되기 전 1995년 1회 전국동시지방선에서 민중정치연합 용인시지부 이름으로 김춘식씨와 용인민주청년회 자문위원회 김동수씨가 시의원으로 출마했지만 당선되지는 못했다.

또 용인청년일꾼들과 용인노동자회가 1·2회 지방선거에 주경희씨를 추대, 선거에 나섰지만 고배의 잔을 마셨다.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현재 민주노동당 용인시 을지구당 당원 중 한국전력기술(KOPEC)노조 출신인 김종구씨를 후보를 추대ㅎ지만 역시 당선권에선 멀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용인노동자회나 용인청년일꾼 등 노동운동 단체들은 민주노동당 경기도본부 소속으로 성남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했다.


## 6·13 지방선거와 정치세력화 과제

▲한국노총

한국노총은 4월20일까지 출마후보를 모집했다. 용인지역 지부는 내부적으로 박명근 의장, 김수정 KDM 노조위원장, 최재봉 국일제지 노조위원장 등을 거론했지만 현재까지 이번 선거에 출마할 자체 후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시장 후보 가운데 용인지역 지부 조합원 결의나 대의원 결의를 통해 지지후보를 밝힐 계획이다. 용인지역 지부 김완규 상임부의장은 “지부에서 후보자가 직접 나온다면 지지하고 당선으로 연결시킬 자신이 있다”며 “하지만 친노동자 성향의 후보라면 기존 정당의 후보라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그간 정책연합이나 특정후보 지지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용인지역 지부는 현재 휴면노조 20개 사업장을 제외하고도 70여개 사업장 5000여명의 조합원으로 조합원만 선거인단으로 나서도 정치적 세력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1995년 1회 지방선거부터 정치세력화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용인지역 지부는 내부적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 당선가능성에 대한 후보자의 확신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2004년 총선에서 독자정당을 창당해 2012년 정권창출까지 장기적으로 정치세력화에 나설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지역 차원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한 실정이다.

▲민주노총

지난 24일 민주노동당 용인시 을지구당(이하 용인시 을지구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의 첫발을 뗀 셈이다. 이날 창당대회에서 오영진 한국전력기술노조 부위원장이 을지구당 위원장에 추대됐으며, 주경희씨가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창당대회에서 오는 6·13 지방선거 시의원 후보로 주경희씨를 추대, 참여전술을 구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곧 민주노동당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내에서 조차 이견이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단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한국총학생회연맹 등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과 모든 진보세력을 흡수한다는 입장이다.

1995, 1998년 지방선거와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듯이 국민승리21, 민주노동당 또한 아직까지 정치세력화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용인시 을지구당 창당대회에 230명의 당원 가운데 30여 명만이 참석하는 등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보여준다.

신용욱 용인시 을지구당 선거관리위원장은 “노동현장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당원들이 당활동을 활발하게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 또한 민주노동당이 정치세력화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여러 차례 선거에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의제 발굴의 부재도 지적되고 있어 민주노동당 차원의 가장 큰 과제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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