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일 양일간 용인독립운동기념 학술대회와 창립총회, 그리고 3.21 용인만세항쟁 기념식이 각각 용인문예회관과 좌전고개에서 연이어 진행됐다. 다채롭게 구성된 이번 행사는 시·군 단위로선 전국적으로도 유래가 드믄 경우로 독립운동가 선양사업과 용인지역 민족운동사 연구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틀간의 행사를 묶어보도록 한다. ·편집자


## 용인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 창립 선언문

올해로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57년째를 맞는다. 그러나 분단의 철조망이 우리 앞에 놓여있는 현실은 끊임없이 국권을 넘보고 끝내 식민통치로 이 땅을 강점했던 일제 하의 아픔, 그 연장에 다름 아니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안겨주었던 일제를 비롯한 외세의 침략사에는 그에 맞섰던 선대들의 자랑스런 투쟁의 역사가 함께 했다. 특히 우리 용인은 고려 대몽 항쟁을 비롯해 임진왜란과 구한말 의병항쟁 그리고 3.1만세운동과 해외 독립투쟁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선대들의 애국충절이 있어왔다.
충절의 고향으로 널리 알져진 우리 용인은 조상 한분 한분의 보이지 않는 애국심이 절절히 배어있는 터전이요, 고장인 것이다. 또한 이름도 남기지 않고 숨져간 이들의 땀과 눈물과 피의 결실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자랑스런 우리 선대들의 희생을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가를 겸허하게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선양은커녕 일년에 한번씩 넋을 추모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모습이다.
이에 우리는 오늘 용인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 창립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부끄러움을 씻는 첫 걸음을 내 딛고자 한다. 오늘을 통해 오로지 이 나라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제의 압박과 오욕에 항거하다 무참히 쓰러져간 선대들의 뜻을 받들어 선양하고 연구와 교육활동을 통해 애국심과 애향정신을 함양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용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슴에 새기고 그 정체성을 다져나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오늘 우리는 작은 첫 걸음을 떼었다. 한 알의 밀알이 새싹을 틔우고 그 열매가 또 다시 풍성한 들판을 이뤄나가듯 우리의 뜻과 의지를 널리 알리고 실천해 후손들에게 선대들의 값진 희생정신과 구국정신을 일깨우고 계승해 나가자. 위기 앞에 단결하고 슬기로웠던 그 뜻을 받들어 영광되고 찬란한 용인의 미래를 열어나가자.

2002년 3월 20일 발기인 일동




## 용인항일독립운동기념 학술대회 (사회·홍순석/강남대 교수)

■제1주제: 한국독립운동사 속의 용인과 인물(김명섭 박사, 강남대, 한국사 전공)

■논문 발표 요지(용인에서 전개된 항일민족운동과 독립운동가에 대한 개괄 생략)

우리 독립운동사의 전체 전개과정을 통해 볼 때, 용인지역은 실로 항일운동과 독립운동가를 키워낸 중요‘성지’중의 하나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빛나는 민족운동의 전통과 지역사회의 자긍심을 심기 위한 선학들의 노고에 힘입어, 이제 용인지역 민족운동사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용인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의 향후 과제중 하나는 21세기 지역자치 사회의 문화창조 시대에 걸맞는 미래지향적 역사교육이 아닌가 여겨진다. 즉 단순히 기념탑이나 흉상을 세우고 옛날 얘기를 반복하는 굳은 역사이기 보단, 함께 즐기며 뜻을 새기는 살아있는 역사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제2주제: 용인독립운동 선양사업의 과제(조규태 박사, 국가보훈처 연구원)

■논문 발표 요지

용인 독립운동을 선양하기 위해선 △독립운동 선양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 상설적인 ‘독립운동 선양사업 모임’을 만들고 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선양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용인독립운동을 선양할 수 있는 종합적 기념관의 설립이 요망된다. 인근 안성시, 화성시, 여주군 등지에서는 각기 독립운동을 선양할 수 있는 기념관을 갖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학술적으로 독립운동의 구체적 실상을 제대로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료 수집과 발간, 생존독립운동가의 인터뷰 작업과 채록내용 발간 등의 작업도 병행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독립운동가 중 아직 포상되지 못한 인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독립유공자로 포상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3.1운동재현행사 등을 통해 범시민적 행사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립운동 관련 시설물의 체계적 설치와 효율적 관리가 돼야 한다. 아울러 독립운동가를 선양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리명·공원명 등에 독립유공자와 독립운동을 기리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종합토론

△한시준 교수(단국대)=용인은 이미 전국에서 향토사 연구에 앞장선 모범적인 지역이다. 또한 개인을 위한 기념사업회는 많이 봤어도 지역단위의 기념사업회가 창립되는 경우는 아마도 전국에서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쪼록 독립운동 연구와 선양사업에서 모범적인 활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환 교수(수원대)=본인 역시 용인에 10년째 사는 사람으로서, 기념사업회 창립과 좋은 발표에 감사드린다. 주제발표에 모두 동의하지만, 도움이 될지 모를 몇 가지 얘기를 보태려 한다. 우선 왜 용인지역에 이같이 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되었는지, 그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용인에 이미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는 만큼, 사적지 개발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민속촌과 인근의 김혁 장군 생가, 그리고 고기리 계곡을 잇는다든지, 또한 만주의 김좌진 장군기념관을 연계하여 전적지탐방과 자료수집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남만주 신빈(新賓)지역에 가면 이홍광 장군 흉상이 건립되었고 홍광중학교도 있는 만큼, 용인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하는 방안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박용익 이사장(용인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오늘 많은 학생들이 참석해 반갑고 고맙다. 앞으로 이런 젊은 학생들과 현장답사를 다니며 선조들의 민족운동을 전해주고 애향심을 키우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 생각된다. 앞서 발표에서 밝혔지만, 특히 원삼면 출신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임옥여 의병장이나 여준, 오광선, 오의선 선생 등이다. 임옥여 의병장은 한때 도적놈으로 평가받은 적도 있는데, 관련자료가 많이 유실된 탓이다. 자료보전과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현재 활동중인 용인출신 민족운동가로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조문기 이사장 같은 분도 있다.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이인영 원장(용인문화원)=본인은 1986년부터 3년간 학예연구사로 재직하면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해 향토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경기지역에서 3·1운동에 가장 많이 참여한 지역이 김포인데, 용인에도 3백명 이상이 검거되었다. 그런데 30여 명만 공적이 인정되었고 나머지는 범죄인명부에 실린 것을 보고 자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보훈처에 계신 분들게 당부드리는 바는 독립유공자공훈록 등 중앙의 자료를 지역에 제공하여 연계하길 기대한다. 또한 기념사업의 우선 순위와 대상, 기준 등의 조언을 주면 기념탑이나 기념관 건립 등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한시준 교수=본인도 창립소식을 듣고 자료를 보던 중 김혁 장군과 어대선(魚大善) 의병장의 자료도 확인할 수 있어 이 자리에서 자료를 기증하려 한다. 앞으로 기념사업회가 해야 할 일도 많은 만큼, 부디 전국에서 모범적인 기념사업회로서의 활동을 기대한다.



[시]

일만 삼천의 님이여, 3월의 넋이여!

-------------------- 이인아

기미년 3월 1일
서울의 만세소리는
이천만 겨레의 가슴에
거센 불길로 타올라
이곳 좌찬현에 퍼지고

대한독립만세
일만 삼천 님들의 피맺힌 함성
지축을 흔드는 천둥소리가 되었다.

오늘은 삼월 스무 하루

한 조각 붉은 마음
찢기고 뿌려진 님들의 살과 피
그 날의 얼굴 하나 하나가
충혼의 아지랑이로
우리 눈 앞에 다시 피어나고 있다.

보이는가! 보아야 한다.
자유를 갈망하던 얼룩진 깃발을
들리는가! 들어야 한다.
조국 영원의 절규를

흘린 피보다 강하게 타오르는 영혼들이여!
3월의 넋이여
님들은 위대했노라.

내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 어머니의 어머니가
여기 모인 우리 모두의 손과 발이 되고
진정 그대를 따라 부활의 아지랑이로 다시 피어날지니.

일만 삼천의 님이여, 3월의 넋이여
부디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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