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 수지읍이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정붙일 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먼지를 휘날린다. 도로는 자동차로 가득 차서 걸어 다니기 조차 불편하다. 아파트와 자연마을 사람들은 서로 이질감을 느끼며 산다.

60-70년대 일이다. 해외 나간 우리나라 사람에게 외국인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으면 일본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정치 경제적으로 내세울 것 없는 작은 나라에서 살다보니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이 창피했기 때문이리라. 지금 수지에 사는 사람들의 심정이 꼭 그렇다.

얼마전 수지 본토박이 인사와 점심밥을 함께 먹었다. 그 양반은 하소연을 했다. 수지에 사는 초등학생에게 “너 어디 사니?” 물어보면 대부분이 “수지시 살아요”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한 주부는 승용차의 경기 65번 번호가 수지지역의 번호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용인지역 번호라며 차를 몰고 다니기가 창피하다고 한다. 이들에게 용인이라는 이름은 떼어내고 싶은 이름인 것이다.

또 이런 사람도 있다.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분당 수지’에 산다고 한단다. 이들에게 애향심이 없다는 말로 책망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나에게 그럴 자격도 없다. 그냥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생각해 낸 것은, 분당의 이미지는 깔끔한데 용인수지의 이미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사실 분당과 수지를 다녀보면 왜 분당의 아파트 시세가 좋고 수지의 아파트값이 싼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일단 수지는 분당보다 살기 불편하다.

가장 고질적인 것은 주차문제다. 도대체 수지 상업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차 세울 곳을 찾을 수가 없다. 3차선 도로가 2중 3중 주차되어 있기 일쑤다. 일방통행은 있으나 마나 제멋대로 차가 다닌다. 그야 말로 전쟁터이다. 이 정도면 단속을 할만한데 단속도 없다. 원래 이쪽은 이런 곳이니 그러려니 하는 건가. 행정력이 부족해서 인지 관심이 없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수지는 정리가 되지 않았다.

둘째 인구에 비하여 모든 것이 모자라다. 읍사무소 공무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여 행정서비스가 부실하다.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같은 공공기관이 모두 인구수에 맞지 않는다. 적당한 쇼핑센터도 없다.

정치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인구가 10만 명 이상인데 시의원은 1명뿐이다. 수지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동부지역 시의원에게 밀려 투자가 되지 않는다고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셋째 시민들의 무관심이다. 인구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외지인들은 그야말로 이방인이다. 아파트 시세가 괜찮으면 팔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늘 ‘대기중’이다. 서울로 진입하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관심은 아파트 가격이다. 지역문제는 관심 밖이다. 지난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8%대의 투표율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대안은 하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용인시 수지읍’에 산다는 자긍심을 심어 주어야 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산을 깍지말고 더 이상 사람을 받아들이지 말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되 편의 시설을 늘려주어야 한다. 모름지기 사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좋은 동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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