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속에 그리던 고향은 과연 있는가?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고향과 친척에 대한 생각이 더 절실하기 마련이다. 귀성전쟁이라고까지 일컫는 고향길이지만 귀향을 포기하는 예가 적은 것만 봐도 그렇다. 누대에 걸쳐 내려온 우리의 명절 풍습은 시대가 바뀌고 바뀌어도 그리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느 해보다 일찍 찾아온 한가위를 맞이하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문화는 현실의 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민속문화의 복원이 단순히 박제화된 과거를 재현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만 이어져 선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위가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먼저 조상께 올리는 것과 더불어 마을공동체의 한마당이 되지 못하는 요즘 현실은 아쉽기만 하다.

요즘 한가위 전통 민속놀이가 많이 사라지는 것과 아울러 새마을 운동 이후 유행하던 흔히 ‘콩콜대회’라 칭했던 마을 노래자랑행사 등도 점차 시들해지곤 한다. 멀리 고향을 떠나 있던 사람들도 추석전 날 밤 둥근 달이 떠오르면 공회당 앞에 임시로 마련된 가설무대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래자랑이 벌어지곤 했다. 물론 장기가 있는 사람은 이를 뽐내는 자라이기도 해서 흥겨움이 넘쳐나고 고향의 진한 향수를 담아 가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 주축이 돼 추진해야 할 마을청년들이 많질 않다. 또 영상매체의 발달과 함께 개인주의적 생활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비록 힘들지만 일년에 가장 풍성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한가위 명절에는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문화가 복원되길 기대해본다.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어린이들이 즐겼던 거북놀이 등의 복원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거북놀이나 소먹이놀이는 개인과 가정의 복을 기원하면서 동시에 풍년을 염원했던 뜻도 담겨있다. 요즘 아이들이 알 리가 없겠고 어른들이 나서 시연을 한다든가 해서 명맥을 이어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70년대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성세대들 대부분이 느껴 봤을 것이다. 추석날 송편을 빚어먹고 성묘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추석날 밤 거북놀이를 위해 동네친구들이 모여 수숫대 잎을 벗겨 이엉을 엮던 기억들을 말이다.

‘더도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했던 것처럼 우리 고향을 찾는 모든 이들이 풍성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길 바란다. 또 용인에 거주하면서 고향을 찾아 길을 나서는 시민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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