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협회 용인시지회(지회장 현원일)는 지난 10일 삼가동 백설웨딩홀에서 200여명의 도내 시·군지회 임원과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31회 흰지팡이의 날 및 제84주년 점자의 날 겸 용인시각장애인 복지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권익과 협회 발전에 공이 큰 유상숙·손재덕씨가 용인시장 표창을 수상하는 등 협회 회원과 직원 9명이 시장과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표창을 수상했다.

현원일 회장은 대회사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신체의 일부분이자 소통의 도구이며 점자는 소통과 삶의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비장애인들이 흰지팡이와 점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리는 세상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
용인시시각장애인협회 한울풍물단


지난 10일 열린 흰지팡이의 날 기념행사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인 무대가 마련됐다. 용인시시각장애인협회 풍물동아리 ‘한울풍물단’의 식전 공연 무대가 그것.
시각장애인들에게 소리는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자 삶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풍물은 악기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라 할 수 있는 상쇠를 볼 수 없어 오로지 꽹과리 소리에 집중해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데서 한울풍물단원들에게 이날 공연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한울풍물단이 발족한 지는 3년이 넘었지만 공연 무대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3번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달 주간보호센터 즐거운 집 2주년 행사 때 첫 봉사활동에 나설 정도로 배울 것을 선보이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그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한울풍물단 지도강사를 맡고 있는 안기수씨는  “장애인들도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 아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아쉽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연단이 한 번 움직이려면 악기를 싣고 공연팀과 자원봉사자가 탈 수 있는 대형버스나 승합차 3대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이들 단원들이 풍물을 배우는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시각장애인협회에 연습할 공간이 없어 용인종합운동장 내 산악연맹 클라이밍 연습장을 빌려 이용하고 있다. 더욱이 단원 모두 시각장애 1~2급의 장애인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비장애인과 달리 배우는데도 시간이 적잖이 걸린다. 악보를 보거나 강사의 행동을 보면서 따라하는 게 아니라 소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년여 간 풍물 강의를 받은 박명현씨는 “채 잡는 것부터 장단과 가락을 익히고 순서를 기억해야 하는 등 시각장애인들이 풍물을 배우고 가르치기란 여간의 노력과 열정이 없으면 힘든 일”이라며 “쇠 소리에 집중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악기와 가락이 익숙하다 싶어도 흥에 취하다 보면 앞서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해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안기수 씨는 “일반인들 속에서 배울 때 녹음기를 갖고 다니며 순서와 가락을 녹음해 듣고 연습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겨우 쫓아갈 수 있었다”면서 “그만큼 어려운 풍물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자활 의지를 심어주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안씨는 “공연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도 할 수 없는 여건이지만 기회만 되면 공연이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장애인이 무조건적인 수혜의 대상이 아님에도 봉사할 수 있어도 할 수 없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해 공연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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