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동 압록강공원에서 함께 한 일행 너머로 압록강과 끊어진 철교, 그리고 멀리 신의주가 보인다.

본지는 지역주간 신문으로는 처음으로 「용인시 소년·소녀 고구려 역사탐방대」를 구성, 최근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구려 역사왜곡 현장을 답사했다. 특히 이번 답사는 고구려 유적뿐만 아니라, 우리민족 구성원 중 가장 많은 해외집단인 약 2백만 명에 달하는 조선족의 삶과 옛 역사 흔적도 살펴봤다. 국경지역인 압록강변 단동에서 시작해 최북단 두만강변 훈춘과 러시아 영토를 거쳐 동해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었다. 이번 기획은 여행업체인 (주) 화인투어와 공동으로 마련됐다. <편집자>   


용인시 고구려역사탐방대가 중국 땅 랴오닝(요녕)성 단동에 닿은 것은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떠난 다음날인, 21일 아침녘이었다. 항구 주변의 칙칙하고 낙후된 모습과는 달리 도시 권역은 빌딩 숲을 이루고 있었다. 옛스런 정취와 현대화의 몸부림이 공존하는 70만 인구의 국경도시 단동. 이곳이 커다란 변화의 교차지점을 통과하며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 그 사이 일행을 실은 미니버스는 목적지에 다 왔음을 알린다. 

압록강이다. 끊어진 철교가 분명히 강 위에 얹혀있다. 강 건너편에는 낡은 굴뚝이 보인다. TV에서 자주 보았던 익숙한 모습이니, 분명 압록강이다. 창 너머로 유심히 강가를 살피던 아이들도 탄성을 지른다. 그러나 그 순간 왠지 잠시나마 허탈감이 밀려온다. 금강산도 못 가본 필자로선 그토록 가까이 해선 안될 땅이자,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우리민족의 또 다른 한쪽이 너무 쉽게 손에 닿을 듯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리라. 

끊어진 철교와 북녘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보트에 올랐다. 군 복무 시절, 철책선 안 비무장지대에서 한가로이 뛰어 노는 노루를 보면서도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더 들여놓을 수 없었다. 그런 경험을 가진 필자로선, 비록 강물일 지라도 중간 이상을 못 넘어가겠거니 했다. 하지만 보트는 거침없이 내달려 북녘 땅에 닿을 듯 다가간다. 관념의 벽을 현실은 이미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웃옷을 벗은 채 ‘압록강각’에 무료하게 앉아있거나 주변을 오가는 북녘의 아이들. 인공기를 매단 낡은 작은 배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어른들. 망원렌즈 카메라를 들이대자 뜻 모를 손짓을 하는 그들의 표정 하나 하나까지 렌즈 안으로 들어온다. 왠지 궁색함이 묻어난다. 그래도 마음가짐만큼은 유도선수 계순희처럼 당당할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보트에서 내린 우리 일행은 1950년 한국전쟁 때 미국 폭격으로 끊어진 철교에 올랐다. 당초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을 연결하는 관문으로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놓여져 있는 944m의 다리, 압록강 철교. 중국 침략의 교두보를 삼고자 하는 일본이 1911년에 완공한 다리이다. 한국전쟁 후 폭파된 철교 옆으로 똑같은 설계에 따른 다리가 중국과 북한을 잇고 있다. 중국 측은 ‘압록강 단교’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곳곳에 한국전쟁 당시 철교 파괴와 관련된 사진을 설명서와 함께 전시해 놓고 있었다.  

끊어져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 자리에 서서 압록강을 바라보았다. 물의 색깔이 맑고 푸르며 흡사 오리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라는 압록강(鴨綠江). 백두산에서 발원해 우리와 중국 국경을 이루며 거대한 물줄기가 서해로 흘러내린다. 압록강 단교 지점에 섰다. 시야를 멀리 해 강줄기 하구 쪽을 바라봤다. 강물을 경계로 중국 땅 단동과 신의주가 두 눈에 절반씩 들어찬다. 한쪽은 거침없이 하늘 위에 건물이 솟구쳐 줄을 잇고 있다. 단동이다.  또 다른 쪽은 낮은 숲의 평행선을 이루는 가운데 크레인과 공장 굴뚝이 간간히 솟아있다. 신의주다.  

그 이면엔 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겠지만, 한쪽에선 변화와 역동성이 느껴지고, 또 한쪽은 그저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몰려온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깨끗이 날려 주는 겨레의 따스함도 있었다. 북한이 직접 운영한다는 식당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남쪽의 어린 손님들을 그들은 덤덤히 맞이하지 않았다. 빼어난 악기연주와 노래 솜씨를 가진 아리따운 북녀(?)들이 남쪽과 북쪽의 노래를 번갈아 가며 압록강가까지 시원하게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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