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나흘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풍성함이나 설레임이 그다지 크지 않은 듯 하다. 재래시장도 예년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불황에 물가상승으로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추석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기 때문일까. 비록 마음은 무겁지만 모처럼 찾는 고향이기에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올 한가위에는 가족과 함께 조용하게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며 송편을 빚어보자. 그리고 추석의 의미를 알고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를 찾아 자녀와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추석의 유래
추석은 음력 8월15일로 한가위 또는 가윗날이라 한다. 또 한문으로는 ‘가배’ ‘중추절’이라고 한다. 이날은 설과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의 하나로 쳤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삼국시대 초기로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에 도읍 안의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15일부터 8월 한가위날까지 한달 동안 두레 삼삼기를 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보통 추석 무렵에는 넓은 들판에 오곡이 익어 황금 빛으로 물들며 온갖 과일이 풍성하다. 그래서 이날에는 새 옷을 입고 집집마다 햇곡으로 만든 술과 햅쌀떡(송편)에 햅쌀밥을 지어 조상에 제사를 지내며 선조의 산소에 성묘한다.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끝낸 뒤 신곡주, 햅쌀밥, 송편 등을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지내는데 이날 저녁 어린이들은 만세재끼를 하고 젊은이들이 칭칭이놀이, 강강수월래등을 부르며 추석 달빛 아래 즐겁게 노는 풍습이 전해져오고 있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는 계절이므로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만큼만’이라는 말이 생겼다 한다.

◇추석 절식
추석에는 시절에 맞는 여러 음식이 있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 제사에 쓸 음식을 준비하는데 설날의 제찬과 별 차이는 없다. 다만 추수의 계절이라 햇곡식으로 밥, 떡, 술을 만든다.

철이 이르면 추석 차례에 햇곡식을 쓸 수가 있고, 철이 늦으면 덜 익은 벼를 베어서 찧은 다음 말렸다가 방아를 찧어서 햅쌀을 만들어 쓴다.

추석차례에 대비해 농사를 짓는다. 햅쌀로 밥을 지으면 맛이 새롭고 기름기가 있으며 떡도 맛이 있다. 추석떡으로는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올벼로 만든 송편이라 해서 올벼송편이라는 말이 생겼다. 송편 속에도 콩 팥 밤 대추 등을 넣는데 모두 햇것으로 한다.

예전에는 열나흗날 저녁 밝은 달을 보면서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만드는데,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예쁜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서 처녀, 총각들은 예쁘게 만들려고 솜씨를 보였다 한다. 지금은 떡집에서 사서 쓰고 있지만 역시 집에서 빚는 송편이 제맛이 아닐까.

재미있는 것은 송편 속에 솔잎을 가로넣고 찐 다음 한 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끝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을 징조라고 점을 치는 일도 있다.
제사를 지내려면 술이 꼭 있어야 하는데, 추석 술은 백주(白酒)라 하여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 했다. 술을 많이 준비해야만 이웃 사이에 서로 청하여 나누어 마시고, 소놀이패, 거북놀이패들이 찾아왔을 때 일행을 후하게 대접할 수가 있었다. 추석 때면 풍년도 짐작되기 때문에 인심이 후해서 술대접을 서로 하게 된다.

가을 과일로는 감·밤·대추·호두·은행 등이 전래의 것이고, 요즈음에는 사과와 배가 첨가되었다. 밤·대추·곶감은 제물로 필수이어서 가을에 알밤을 말려 두었다가 쓴다.

추석 때의 풋밤은 제상에도 오르거니와 밥과 송편에도 넣고 단자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녹두나물과 토란국도 미각을 돋우는 절식의 일종이다. 녹두나물은 소양(消陽)한다고 하지만 잔치상에 잘 오르고, 토란은 몸을 보한다고 해서 즐기는데 지금은 토란을 올리는 집이 점차 줄고 있
는 실정이다.

◇추석의 민속놀이
추석 무렵은 좋은 계절이고 풍요를 자랑하는 때이기에 마음이 유쾌하고 한가해서 여러 놀이를 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농악을 치고 노래와 춤이 어울리게 된다. 농군들이 모여 그 해에 마을에서 농사를 잘 지은 집이나 부잣집을 찾아가면 술과 음식으로 일행을 대접한다. 먹을 것이 풍족하니 인심도 좋아서 기꺼이 대접을 하지만 용인에서는 이러한 민속놀이의 맥이 거의 끊겨 안타깝기만 하다.

-가마싸움: 가마싸움은 일명 자메쌈 또는 가마놀이라고도 하며 과거 서당의 학동들 사이에서 행해졌던 놀이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각 서당의 학동중 대표를 뽑아 총사로 삼고 각기 가마와 기를 만들며 가마싸움 준비를 한다. 연습이 끝나면 학동들은 가마를 끌고 마을을 누비고 다니며 기세를 올린다. 마을 주민 모두가 나와 응원을 하고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한다.
마을을 누비고 나서 시장 넓은 마당에 모이면 서로 한참 입시름을 하다가 총사의 지휘에 따라 접전을 하게되는데 적군의 기를 많이 빼앗는 쪽이 승리하게 되는 놀이다.

-소먹이놀이: 멍석안에 두사람이 들어가 소의 형상으로 꾸미며 집집마다 찾아다닌다. 거북놀이와 비슷하나 거북놀이가 개인이나 가정의 복락을 위한 것이라면 이 놀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중부지방에 널리 퍼져 있으며 황해도 일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한다.

-강강술래: 남해안 일대에 전승되어 오는 민속놀이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주로 팔월 한가위에 여성들이 노는 놀이인데 여성놀이 중 가장 정서적이며 율동적인 놀이다. 고대 부족사회의 공동축제 등과 같은 모임때 서로 손과 손을 맞잡고 뛰어 놀던 단순한 형태의 춤이 강강술래의 기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십 명의 부녀자들이 손을 맞잡고 둥그런 원을 지어 무리를 이룬다. 이 들 중에서 목청이 빼어난 사람이 앞소리를 메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뒷소리를 받으면서 춤을 춘다.

이 놀이는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이 창안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원시시대에 1년 중에서 가장 밝은 만월을 맞이해 놀이하던 원무를 의병술로 채택해서 임진왜란 때에 왜군을 격퇴하는 데 썼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소싸움놀이: 두 소를 맞붙여서 싸우게 하는 놀이로 주로 경상남도 지방에서 성행되었으나 강원도, 황해도,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었다. 소싸움에서는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밀리면 패하는 것으로 한다는 등 승패의 요건을 미리 정해두고 순서에 따라 싸우기 시작한다. 소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큰 자랑거리로 여겼기 때문에 농민들은 송아지 때부터 잘 먹이고 관심을 기울여서 키웠다고 한다.

-줄다리기: 한 마을에서 편을 가르거나 몇 개 마을이 편을 짜서 하거나 또는 남녀로 편을 갈라서 하는 일도 있다. 줄의 크기나 편의 규모는 일정하지 않고 많을 때에는 수천명에서 작을 때에는 수십명이 모여서 하는 수가 있으나 집단을 이루며, 줄의 큰 것은 줄 위에 올라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큰 경우도 있다. 만든 줄을 줄다리기 장소로 옮길 때에 너무 커서 들고 가지 못하면 근래에는 트럭에 싣고 가거나 끌고 가는 일도 있다.

줄다리기의 승부는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것으로 여기는 일도 있어서, 암줄이 이기면 풍년이 드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용인은 추석 때가 아닌 정월 대로름 풍작을 기원하는 뜻으로 유방동 지장실과 남사면 봉무리 산정마을에서 이어지고 있다.

-씨름: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씨름판을 벌이는데, 어린이들은 아기씨름을 하고 장정들은 어른씨름을 한다. 잔디밭이나 백사장에서 구경꾼에 둘러싸여 힘과 슬기를 겨루게 된다. 씨름에서 마지막 승리한 사람에게는 장사라 부르고 상으로 광목, 쌀 한가마, 또는 송아지를 준다. 지금은 프로씨름이 활성화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활쏘기: 궁사들은 활쏘기도 한다. 사정(射亭)에 모여 일정한 거리에 과녁을 만들어놓고 활을 쏘아 과녁을 맞추는 경기이다. 활쏘기는 상무정신을 기르게 하고 심신을 단련하게 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마음을 통일시키지 못하면 과녁을 맞출 수가 없기에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쏘아야 한다. 여러 궁사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쏘아 과녁에 맞으면 지화자 노래를 부르면서 격려하고 축하를 해준다.

-콩서리: 농촌의 소년들 사이에는 콩서리를 하는 일도 있다. 콩을 통째로 꺾어다 불을 피운 속에 넣어두었다가 익으면 꺼내어 먹는데 맛이 별미이다. 밭콩보다는 논두렁콩이 더 맛이 있어 초가을에 흔히 한다. 30대 이상의 성인들은 한 번쯤 콩서리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료: 한국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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