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공주들이 부엉이 박물관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리 부는 공주>는 동백에서 독서수업을 하고 있는 1학년 아이들의 모둠 이름이다. 1월, 2월에 혼자 하던 아이가 3월에 다른 친구와 함께 하게 된 첫 수업에서 둘이서 생각해내고 붙인 이름이라 매우 큰 애착을 느낀다.

여름 방학이 끝난 후 이웃 학교를 다니는 새로운 친구가 더해져서 3명이 된 <피리 부는 공주>들의 9월 나들이는 서울 삼청동에 있는 부엉이 박물관에 다녀오기다. 부엉이 박물관은 지난 7월말에 예정했다가 갑작스런 폭우로 가지 못하고 지금까지 미루어진 곳이다.

10시에 만나서 5000번을 탔는데 몸집이 자그마한 이 아이들, 3명이 함께 앉아 가겠단다. 서울까지 가는 동안 웃고 떠들고 다투고 하더니 서울 시내에 들어서서 조금씩 정체되니 언제 내리냐고 조른다. 버스가 노선대로 가는 거 같지 않아서 물어보니 광화문 쪽 공사 때문에 노선대로 가지 않고 돌아간단다.

1학년 아이들을 많이 걷게 할 수가 없어서 롯데백화점 앞에서 택시로 감사원까지 갔다. 부엉이 박물관으로 가는 작은 골목에 들어서서 박물관 간판을 찾아보라고 하늘로 눈을 들면 보인다고 했더니 높다랗게 달린, 멋진 부엉이 박물관 간판을 가리키며 셋 다 목소리가 커진다. 간판이 달린 집 모퉁이를 돌아서면 부엉이 박물관 입구가 바로 보인다. 들어가는 문엔 부엉이를 수놓은 흰 천으로 된 작은 가림막이 걸려서 밖에서 안이 곧바로 보이는 것을 살짝 가려준다.

‘부엉아 친구하자’는 글을 새겨 놓은 조각 근처부터 그러니까 박물관 문 밖에서부터 부엉이들을 볼 수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도자기, 크리스털, 금속 등 여러 재질과 다양한 크기의 부엉이들, 빵으로 만든 부엉이, 줄을 당기면 부엉이 소리가 나는 부저 소리, 딱지에 그려진 부엉이, 종류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부엉이들로 가득하다.

방문자들이 그려놓고 간 그림들도 틈틈이 빈곳마다 붙여져 있고, 천정에도 진열대에도 화장실 거울까지 부엉이 모양이며 그림이다. 온통 보이는 것은 부엉이, 부엉이... 정말 가지가지의 부엉이가 다 있다. 어쩜 이런 것까지 하는 탄사가 저절로 나오고 또한 몇 번이나 하게 만든다. 배명희 관장님이 학창 시절 우연히 수학 여행길에 구입한 부엉이 조각품이 이뻐서 모으기 시작했다는 부엉이들이 35년의 시간 동안 2500 여 점이 넘었고, 이곳에 미처 다 진열하지 못한 멋진 작품들이 집에 더 있다고 하시니 참 놀랍다.

모아놓으신 수량과 다양한 모양들도 놀라운데 그 작품들을 진열해 놓으신 솜씨에 다른 나라에서 온 박물관 전문가들도 감탄한다고 한다. 아주 작은 부엉이 작품들까지도 빠짐없이 잘 살펴 볼 수 있도록 진열을 세심히 해놓은 안목과 정성에 놀란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서 배우신 것도 아니고 자문을 받으신 것도 아닌 관장님의 오롯한 부엉이 사랑에서 비롯한 결과라고 하신다.

책 위에 앉아있는 도자기로 된 부엉이 작품을 들여다보며 아이가
“우리도 책 좋아하는데 이 부엉이도 책을 보고 있어요.” 한다.
관장님은 “부엉이는 서양에서 아주 지혜로운 동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책 위에 있는 부엉이 조각이 많단다.” 고 말씀해주신다.

부엉이 박물관에서는 입장료(어른 5,000 / 어린이 3,000원)를 내면 맛있는 포도 주스나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부엉이 스탬프를 찍고 그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잠시 쉴 수도 있고, 사람이 많지 않을 때에는 ‘부엉이 엄마’인 관장님의 재미있는 부엉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우리가 찾아 갔던 시간엔 마침 사람이 적어서 처음 갔을 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부엉이 박물관을 열게 된 이야기, 처음엔 돈이나 단순한 평가를 하며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고 마음까지 다쳤던 일, 하지만 찾아와서 보고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먼 다른 나라에서도 소문 듣고 찾아와 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찾아와 감동을 하는 모습으로 보람을 느낀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이 부엉이 박물관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인 부엉이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고 요즈음엔 부엉이가 그려진 천을 모으신다고 한다. 이곳 박물관의 간판은 멋진 디자인으로도 이름나 있다.

미술을 공부하겠다고 해서 무척 반대를 했던 둘째 아드님이 이제는 박물관의 모든 것 - 독특한 명함, 간판, 스탬프, 배지, 티셔츠, 포스터, 목걸이, 열쇠 고리 등을 디자인해주신다고 자랑하신다.

<피리 부는 공주> 아이들이 작은 종이에 부엉이를 그려서 드리니 참 좋아하신다. 아이들만이 그릴 수 있는 아이들다운 예쁜 그림이라고 하시며. 부엉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귀 기울여서 마음 담아 듣고 읽고 모았던 한 분의 관심과 사랑, 정성이 비록 규모는 작지만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도록 큰 부엉이 나라를 만들었고 거기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놀라고 감탄한다.

삼청동 북촌 곳곳엔 부엉이 박물관처럼 작은 박물관이 많이 있다. 저마다의 관심과 정성을 기울인 작은 박물관들을 찾아서 그만큼 많은 의미와 이야기를 담아올 수 있는 곳, 다른 나라엔 그런 작고 알찬 박물관이 더 많다고 한다.

길도 건물도 골목길도 벽도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인 곳, 그곳을 한참 걸어오며 아이들의 순간순간의 모습을 빠르게 카메라로 찍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보고는 귀엽다며 웃음 짓는다.

세 아이들과 나도 ‘동글이’라는 부엉이가 그려진 배지를 멋지게 달고 돌아왔다. 우리도 부엉이처럼 더 지혜로워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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