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동아리 ‘일곱살’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남순아, 최지은, 이정하, 한정인, 임진경양.


일곱살, 7's Episode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많은 작품들을 만들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청소년들, ‘일곱살’은 용인에 살고 있는 열여덟 살 청소년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동아리의 이름이다.

‘일곱살’은 올해 2월 다섯 명의 청소년들(남순아, 이정하, 임진경, 최지은, 한정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예능활동이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좀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에서 출발했다.

“보통 때는 잘 할 수 없는 속 얘기들을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꺼내 보이고 싶었어요.” 청소년 동아리 일곱살을 결성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정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일곱살’이라는 이름은 “어린아이처럼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하게, 때로는 개념 없어 보일지라도 마음껏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뜻에서 지었다. ‘7's Episode’는 그들이 기획하고 표현해내는 작품들을 의미한다.


첫 작품 <봄>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7+n Puzzle>
7's Episode의 첫 주제는 ‘봄’이었다. 그들에게 ‘봄’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꽃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3월이었다. 3월은 신입생이 되거나 높은 학년으로 진급하는 등 새로운 시작이 많은 달. 시작에는 설렘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두려움도 있을 거라고 ‘일곱살’은 생각했다.

누구나 그런 기분을 조금씩은 갖고 있겠지만 “그래도 힘내! 꽃을 피우자.”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으로 표현한 3월의 작품 <봄>이었다.

3월 작품은 <7+n Puzzle>. 일곱 살과 또 다른 사람들이 퍼즐처럼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였다. 그들은 여섯 개의 캔버스에 사람 얼굴을 그린 뒤 다섯 명 각자의 개성과 방식으로 꾸미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의 캔버스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캔버스로 남겨두었다. 각각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여섯 개의 캔버스를 모두 한 곳에 모아 정해진 대로 배열하여, 절규하고 토해내는 듯한 사람얼굴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진경은 “우리는 서로 다른 개성과 관심 장르(영화, 디자인, 미술, 음악)를 지닌 다섯 명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도 서로의 개성을 죽이지 않고 어우러지고자 했어요.”라고 작품 취지를 소개했다. 그런 의미에서 <7+n Puzzle>은 그들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해준, 남겨진 하나의 캔버스를 통해 관객도 그들과 소통하며 뭔가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 일곱살의 두 번째 전시작 <7+n puzzle>


서울시청 앞 광장서 퍼포먼스
지난 6월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두 번의 퍼포먼스를 했다. 쇠고기수입 자체보다는 ‘잘못된 축산업에 반대’하는 의미로 <나는 소인데 왜 고기를 먹이나>라는 주제 아래 참여하는 시민들과 함께 소가 되어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여준 첫 번째 퍼포먼스. 또 촛불집회 자체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자발적인 시민참여’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세상을 바꾸는 ○번째 촛불>이라고 쓴 촛불을 시민들에게 나눠준 두 번째 퍼포먼스.

8월에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8’에 설치작품으로 참여했다. 한 사람이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휘청거리며 몸을 앞으로 숙인 채 힘겹게 토하고 있는 형상. 살아가면서 토해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들, 괴로운 것들,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것들을 토해내고 있는 사람, 작품 <숙취해소>는 그런 모든 사람을 담고 있었다.

기획에서부터 작업, 완성에 이르기까지 2개월이 넘도록 준비한 이 작품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혀 관객도 작품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마치 친구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지은은 “관객들이 작품의 등을 두드려줌으로써 그들 스스로의 괴로움도 토해내고, 그럼으로써 다시 한 번 주변 사람들의 슬픔을 둘러보고 자기 자신도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라며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보름간의 전시를 마친 뒤 순아는 “관객 참여 설치작품이었기 때문에 준비과정에서는 물론 전시 중에도 끊임없이 손길이 가야 해서 힘이 들었습니다”라면서 “그래도 작품에 대한 애정, 활동에서 오는 뿌듯함, 관객들의 격려와 관심 등이 어우러져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벅차고 보람 있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숙취해소>는 서울 홍대입구 걷고 싶은 거리에 8월 14일부터 30일까지 전시됐다.

▲ 지난 8월 14일-30일까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8에 전시되었던 설치작품 <숙취해소>.


조금은 더디게, 그러나 다양하고 자유분방하게
“제멋대로인 일곱 살 아이들을 두고 엄마들이 ‘미운 일곱 살’이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장르는 물론 학교, 나이, 지역, 성별 등 세상이 정해놓은 틀을 넘어서서 자유분방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청소년동아리 ‘일곱살’은 이렇게 한뜻으로 뭉쳤다. 대형조형물, 영화, 사진, 연극, 벽화 등 그들이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다양하다.

‘일곱살’은 아직 다달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전시하지는 못한다. “한 달 혹은 두 달, 어떤 때는 그 보다 더 긴 기간을 두고 한 주제를 정한 뒤 그 주제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정해요.”. 정하의 말대로 그들은 긴 회의를 거치면서 조금은 더디게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홍대 프리마켓 참여, 영화 제작, 한 해를 마감하며 1년을 전시하는 파티 등 하반기에도 그들이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끊임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예술인의 혼을 불태우며 회의와 작품 활동을 반복하고 있는 일곱 살이 아닌 ‘일곱살’ 청소년들. 그들 다섯 명의 하루가 오늘도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기에, 새로운 7's episode, 그들의 다음 이야기 또한 곧 세상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