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부는 대안 농업의 신바람

▲ 도농복합시 용인에서도 친환경 유기농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생명과 생태계의 복원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대안 농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원삼오리농법에 의한 유기농 모습.<사진제공 원삼농협>
앞서 3회에 걸쳐 쿠바의 도시농업을 중심으로 한 유기농의 현장을 소개했다. 기록적인 고유가와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에 따른 식량위기론이 고조되는 속에서 쿠바의 사례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했다. 쿠바의 대안농업은 생존차원의 먹거리 해결을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됐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생명과 생태의 복원이었고, 자연과 함께하는 참다운 인간 공동체의 회복이기도 했다. 그 곳에선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안이 영글고 있었다. 수도권에 위치한 전형적인 도농복합시 용인,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에게 농업은 결국 포기해야 할 사양산업인가. 쇠락하는 농촌이 다시 생기넘치는 공동체로의 부활은 불가능한 것인가.
용인 지역의 취약한 친환경 생태 유기농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농업을 통해 새롭게 희망을 엮어가는 현장을 찾아나서 보기로 한다.


생명·생태계의 복원 지속가능 미래 대안

# 362농가의 ‘희망촛불’
용인에도 ‘362’곳이 있다. 뭘까. 바로 용인의 친환경인증 농가 수다. 친환경인증제는 정부가 농업의 환경보전 기능을 증대시키고,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일반농산물을 친환경농산물로 허위표시하는 것으로부터 생산자·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인증체제다. 1993년 유기, 무농약재배 농산물에 대한 품질인증을 실시한 이래 2001년부터 아예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의무인증제 시행하고 있다.

용인지역 친환경 농업의 현황을 알아보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친환경농산물 정보시스템(www.enviagro.go.kr)에 접속해서 경기도→용인을 클릭하면 유기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등으로 나뉜 목록을 볼 수 있다. 인증번호, 품목, 생산자와 연락처까지 친절하게 안내돼 있다. 대표적인 것은 쌀의 경우 이동농협이 무농약농산물, 원삼친환경 오리쌀작목회가 유기농산물로 각각 등록돼 있다. 그 외 배, 포도, 오이, 상추, 수박 등 종목 또한 다양한 편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원삼친환경 오리쌀작목회’(대표 천세환)다.

# 유기농을 선도하는 원삼 오리쌀
 원삼농협 이강수 조합장의 주도로 시작된 원삼의 유기농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심지어 외국에서조차 벤치마킹을 위해 원삼을 찾고 있다. 매년 500~1,000여명 수준인데, 지난해에는 일본을 비롯한 각지에서 1,000명을 넘기기도 했다. 올 2월에는 고성군수를 포함한 군의원 전원에 이어 무려 100여명의 고창 농업인들이 집중 방문해 원삼 유기농을 익혀갔다.

그러나 이처럼 유명해진 원삼의 유기농은 1993년, 처음 두창리 4농가가 초라하게 시작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작목회 회원이 161농가로 늘었다. 재배면적도 200ha(약 62만평)가 넘는다. “농협과 계약을 통해 전량 수매되니까, 판로 걱정은 없지만 처음엔 유기농 쌀도 손해를 보기도 했다.”천세환(57) 원삼친환경 오리쌀작목회 회장의 말이다. 유기농산물이 궁극적으로 생태를 보전하는 친환경 자연농법이라는 데 그 가치가 있지만, 소득면에서도 일반 벼와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유기농 오리쌀은 수매가 기준으로 일반벼보다 일단 48% 비싸다. 과거에는 해마다 기준을 정했지만 지금은 아예 일반벼를 기준으로 한 고정 비교가격이다. 대개 처음 가입한 회원들에게 적용되는 무농약 쌀은 28% 비싸다.

오리농법에 의한 유기농 재배는 어려운 점도 적지않다. 천 회장은 “논둑 제초도 약을 쓰는 대신 노동력으로 해야 하는 등 힘들다. 더구나 농업종사자의 고령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다”라면서도 “가을 수매 때 50%가량 높은 가격을 받고나면 안한다는 사람이 없다”며 웃는다.  

▲ 오리농법 쌀 재배를 위해 오리넣기 행사는 하나의 문화이벤트가 돼 가고 있다.

# 생산과 유통의 지역순환형 구조,   용인은 어디까지 왔나?
이처럼 생산영역에서는 친환경유기농이 확산되고 있는 반면 유통과 소비시장과의 관계는 여러 가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농산물의 특성상 빠른 순환구조를 가져야 하는 처지에서 각 주체들의 고민은 깊다. 우선 유기농 상품에 대한 유통시장의 현실은 어떨까. 용인에서 유일하게 지역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은 용인농협이 운영하는 ‘파머스마켓’이다.

이곳에는 유기농쌀을 기본으로 청정채소류, 포도 등 과일이 별도 유기농 코너를 통해 소비자와 만난다. 하지만 기대만큼 그 매출규모는 크질 않다. 하루에 야채와 과일 등 농산물 판매량이 얼추 1천만원대에 이르지만 쌀을 제외한 유기농산물은 1~20만원대에 불과하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용인농협 배건선 조합장은 “가장 핵심은 유통구조와 소비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선 식당처럼 대량 소비처에서 사가길 꺼린다. 시각효과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벌레가 나올 수도 있고, 값마저 두 배나 비싼 채소 청과류를 아직 많이 찾질 않는다”는 것이다. 또 “소비규모가 적은 지역에 납품하는 것이 번거로운 생산자들은 비록 값이 좀 덜하더라도 서울 가락시장 같은 대형 유통망으로 보내길 원한다”며 아쉬워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익적 차원에서 유기농을 권장하고 판매하는 용인농협조차 매장을 축소하는 추세다. 일반농산물보다 빨리 시드는 유기농산물 특성상 품질의 가치가 금방 떨어져, 쓰레기로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가공 유기농의 유통망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용인에는 친환경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이 수지와 기흥 등 아파트가 많은 도시권역을 중심으로 여러곳이 있다. 기흥구 구갈동에 있는 ‘용인생명살림터’도 그중 하나다. 용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이자 여성운동가로 유명한 양해경씨가 얼마 전부터 운영을 맡고 있다. 매장규모가 널찍한 편인 이곳에는 7~800여종에 이르는 유기농 품목이 있다. 하루 매출 규모는 물론 수입도 요즘처럼 자영업이 힘든 상황에 비춰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양소장의 설명이다.

주로 고정 소비층이 있고, 특히 젊은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생산자와의 직접거래가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락동유농센터 내에 있는 대형 유기농 물류센터나 군포에 있는 복합물류센터에서 물품을 가져온다. 즉 중간 유통망을 이용하고 있다.       

“유기농 유통매장은 직거래를 통해 저렴하고 질높은 농산물을 먹는 소비운동이면서 아이들의 미래와 더 많은 환경을 만드는 대안사회운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비자협동조합과 생산자협동조합이 각각 개별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양 소장은 친환경유기농의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유기농의 지역 유통구조는 시장의 영세성과 함께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기흥구 구갈동에 있는 한 친환경농산물 유통매장.

# 지자체 움직임, 아직 갈길 멀어
이처럼 미래의 생명운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유기농산물의 생상과 유통에 정부와 지자체는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유기농의 세계강국 쿠바를 둘러보고 난 다음이라 기대치가 너무 높은 탓일까. 한마디로 갈 길이 멀어보였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싹을 키우기 위한 노력 또한 열심히 벌어지고 있었다. 우선 앞서 소개한대로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는 전국의 친환경농산물 재배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검색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또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을 통해 285개의 친환경 제품을 지정해 공공기관부터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친환경상품진흥원 역시 5217개 제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은 어떨까. 두 가지 점에서 고무적이다. 2007년 말 제정한 ‘용인시 친환경상품 구매촉진 조례’가 그 중 하나다. 이에 따르면 부시장이 위원장이 되는 ‘협의회’를 두어 공공기관은 강제이행토록 하고 민간기관도 자발적 협약을 통해 이행토록 못 박고 있다. 다만 여기엔 농산물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다행히 이를 보완하는 조례가 지난 해 제정됐다.‘용인시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2007년 4월 개정)’다. 여기에선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은 우수농축산물을 원료 또는 가공한 식품으로 학교급식에 식재료로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대립이 온 나라의 정국현안이 돼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확연하게 갈린다. 이를 둘러싼 시시비비를 떠나 중요한 것이 있다. 안전한 먹거리는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무관하지 않은 친환경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은 행복한 미래와 생명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있어 선택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 농약대신 목초액으로 병충해를 없애고 있는 유기농 현장.

▲ 생산자 공동체와 소비자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생협은 유기농 확산과 직결돼 있다. 하지만 현재 용인에서의 생협운동은 걸음마 단계를 넘어서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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