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자들은 일부 주요 국가와 도시가 클러스터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아 발전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는데 대표적 인물이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수석 연구원이다. 오랫동안 클러스터를 연구해 온 복득규 연구원으로부터 정부(지방정부 포함)의 클러스터 정책과 지자체에서 어떻게 해야 클러스터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들어봤다.

- 클러스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클러스터는 대학, 기관, 기업, 연구소 등이 일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기술개발을 통한 사업기회를 확보하거나 지역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기능이나 산업이 특화돼 있어야 하는데 각 부문간 네트워크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되도록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클러스터는 울산이나 창원공단처럼 기술개발보다 비용이나 물류 등을 절감하는 산업내에서의 거래, 즉 기업간 직접적인 거래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클러스터의 본래적 의미라 할 수 있는 혁신클러스터는 대덕단지처럼 R&D(연구·개발) 연구소, 대학, 벤처 등이 모여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클러스터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WTO 체제에서는 자유무역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규제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낙후지역에 대한 지원방안의 대안으로 상용화 이전 단계인 네트워크 형성, 즉 R&D 자금 지원에 집중했다.

특히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노동이나 임금으로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서비스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유용한 수단으로 일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를 하는 것이었다. 차별화 수단은 혁신을 하는 것인데 혁신의 유리한 환경이 바로 클러스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지방자치제가 맞아 떨어진데서 찾을 수 있다.”

- 많은 자치단체에서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차별적인 강점을 살리는 것이다. 차별적인 강점이란 다른 지역과 다른 특화된 것이나 경쟁 우위에 있는 것을 말하는데 특성이 다른데 다른 지역의 성공한 제도나 프로그램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힌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의 클러스터를 해당 지역에 적용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클러스터를 추진하려면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차별적인 강점이 무엇이냐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설비나 시설, 프로그램 도입보다 강점을 확인하고 잘 안 되는 장애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을 얼마나 많이 받는냐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같은 방법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 실패한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나 시사점이 있다면.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 클러스터를 자급자족 경제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클러스터 구성요소를 갖춘다고 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의 교류가 잘 이뤄지는냐가 더욱 중요하다.

즉, 구성요소라 해도 지역의 강점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것이냐가 매우 중요하다. 다른 클러스터에는 있는데 우리가 없다고 갖추려 해선 안 된다. 이는 거버넌스 체계가 명확하게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 용인시에서 클러스터를 추진하면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산업단지 조성의 방향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물리적으로 단지를 조성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쉬울 수 있지만 계속 발전하기는 어렵다. 전국에서 모두 클러스터와 산업단지를 추진하는데 똑같은 전략으로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밝혔듯이 그 지역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적 강점이 무엇이냐, 사업모델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를 찾아야 한다. 대구지역에 콜센터가 집중해 있는데, 약점이 될 수 있는 고학력 여성실업과 낮은 이직률 등 보수적인 문화는 콜센터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전문대학에 콜센터 관련 학과가 생겨날 정도로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차별점을 찾아낸 좋은 예다. 싼 땅이나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그곳에 가야 정보와 기술을 얻을 수 있다면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가는 것이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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