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도시 용인 클러스터가 경쟁력이다

글 싣는 순서

① 2020년 용인의 미래, 클러스터에서 찾자
② 국내의 지역특화 클러스터(상)- 이천·원주에서 배운다
③ 국내의 지역특화 클러스터(하)- 부천의 전략산업 육성
④ 해외에서 배운다(상)-중소기업의 나라 이탈리아
⑤ 해외에서 배운다(하)-그들은 왜 클러스터를 택했나
⑥ 이제는 지역특화 클러스터다

이탈리아 산업의 원동력은 피에몬테주의 알바나 발렌자에서 알 수 있듯이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가내수공업체 포함)과 각 지역의 강점을 찾아 그에 기반한 특화된 클러스터(산학협력지구)에서 찾을 수 있다.

토리노를 주도로 하고 있는 피에몬테주와 밀라노를 중심으로 롬바르디아주와 함께 이탈리아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타일로 잘 알려진 모데나가 있는 에밀리아-로마냐주 등이다. 이탈리아 학자들은 20세기 대안적인 지역경제 모델로 제3이탈리아 산업지구를 언급했는데 20개 지역 중 피에몬테주를 제외한 8개 지역을 흔히 가리키고 있다.

▲ 가이도 나세티 엔지니어가 볼로냐 세라믹센터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의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이탈리아 중부와 북동부 일부 지역에 있는데 수많은 산업단지(지구)에서 의류 신발 가구 세라믹 등 전통적인 제조업부터 기계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지구별로 특화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3이탈리아라 불리는 8개 지역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에밀리아-로마냐주인데, 이탈리아 전체 수출 규모의 1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에밀리아 로마냐주에는 10여개 각기 특화된 업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산업이 섬유 의류(까르피), 신발(푸시나노), 세라믹·농업용기계(모데나-레지오에밀리아), 포장기계(볼로냐) 등이다.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경제의 근간 역시 중소기업이다. 대개 10명 이하 소기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50명 이하 중소기업은 지역에 따라 80%에서 99%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지역경제를 떠받칠 수 있었던 것은 전문성과 협력적 네트워크로 이뤄진 지역 생산시스템, 지역혁신과 국제적인 지원 등에 힙입은 공공정책, 기업가주의와 사회적자본으로 이뤄진 지역사회제도가 상호 긴밀한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모데나-사수올로 산업지구에서 생산한 타일로 건축된 서울 한남동의리움박물관 전경.

특히 산업지구 내 기업간 협력네트워크는 기업들이 핵심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높은 수준의 전문화뿐 아니라 간접비와 운영비의 절감하며 최신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라믹산업의 도시로 불리는 모데나와 사수올로(Sasuolo)다. 모데나와 사수올로 타일산업 역시 300년이 넘는 도자기 제조라는 오랜 장인정신과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라찌아노 파뚜찌 사수올로 시장은 “강을 사이에 끼고 있는 모데나와 사수올로에서 세라믹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세라믹의 원재료인 고운 흙을 채취할 수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사수올로 산업지구의 세라믹타일 산업단지 전경 / PROMEC제공
1930년대 들어 기술자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설립하면서 기업화가 이뤄졌는데 타일업계에 잘 알려져 있는 마라찌와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그 후 60-70년대 들어 타일에 대한 폭발적 수요는 회사 설립을 가속화시켰는데 그런 가운데 마라찌와 이리스 같은 선도기업도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데나와 사수올로의 경우 다른 산업지구와 달리 기업규모가 큰 편인데, 1970년대부터 산업형태의 변화로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렉스(REX)와 체림(CERIM) 등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플로림(FLORIM)과 같은 대기업이 이 때 출현했다.

보석산업이나 와인산업과 같이 기업 자율에 맡기는 정부 정책 탓에 타일산업 역시 시나 주정부 등의 지원은 거의 없다. 그라찌아노 파뚜찌 시장은 “제품 특성상 재료 채취에 대한 인허가와 조절 등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정책적으로 지원은 하지 않는다”며 “대신 주정부 등은 산업 특성에 맞춰 운반이 용이하도록 선로 증설이나 도로 확장 등 기반시설과 함께 학교에 대한 기자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라믹 산업이 사수올로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여느 도시보다 더 크다. 3만명의 인구 중 절반인 1만5천명이 타일과 관련한 산업(운송, 기계 등)에 종사하고 있다. 1930년대와 비교해 세라믹산업이 3배 이상 성장했다.

사수올로 세라믹타일 산업지구의 강점은 산업의 집중화다. 화장실부터 바닥타일, 내·외장재 등 각종 건축에 필요한 타일을 생산하는 크고 작은 업체가 타일산업지구를 형성하고 있다. 잎서 밝혔듯이 산업지구라는 것 외에도 다른 산업과 달리 기업당 평균 종사자가 100명을 넘을 정도로 이탈리아 내 다른 클러스터 평균 종사자보다 10배 이상 많을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이다. 특히 세라믹타일 부문의 경우 플로림(FLOROIM)이나 마라찌처럼 종사자가 500명 이상 대기업이 2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중대기업의 밀집은 유기적인 산업협력 체계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공산업이 발달한 발레자의 경우 협회와 인력양성기관, 업체간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나 업체의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 규모는 크지 않다.

반면, 사수올로와 모데나산업지구 내 연구기관과 대학, 업체, 협회간 협력적 네트워크의 짜임새나 교육과 연구 등에 대한 투자가 잘 이뤄져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라믹 기술에 대한 혁신이 이뤄지고, 이같은 혁신은 직업훈련기관인 체르폼(CERRORM)이나 디자이너 인력 육성기관인 Scuola de Arte와 협력에 의한 재교육으로 선순환되고 있다.

▲ 2006년 이탈리아의 지역별 세라믹타일 생산비율

대표적인 예가 타일생산 공정의 기간 단축이다. 대개 세라믹 제품은 2번 정도 굽게 되는데 이를 한 번만 구으면서도 더 단단하고 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키는 기술혁신도 협력체계의 결과다.

이같은 기술혁신과 협력 관계는 이탈리아 세라믹이 세계 최고의 수출국가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라믹협회의 알폰소 판짜니 회장은 “기계산업과 디자인산업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노하우가 생겼고, 여기에 타일산업의 디자인과 제품기술, 판매능력이 결합돼 160개국으로 수출하는 사수올로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수올로 생산시스템을 지원하는 체계는 크게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구성돼 있는데 그 하나가 이탈리아세라믹협회라면 다른 하나는 세라믹센터다. 그밖에 사수올로의 세라믹타일산업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디자인 인력 양성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는 Scuola de Arte와 인력 양성 및 기업 종사자들의 재교육 기관인 체르폼이 있다.

체르폼은 1990년대 중반경 사수올로 지방정부와 생산자협회가 세라믹분야 전문가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설치한 직업 훈련센터다. 이 곳은 기업에서 일하는 전문 인력뿐 아니라 학교를 졸업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전문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에 대한 교육도 함께 맡고 있다.

체르폼은 일자리와 질을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세라믹협회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각 업체에서 교육을 요청하면 그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는데 최근 마라찌(타일 전문잡지에서 10대 타일 기업에 선정되기도 함)에서 1000명의 직원에 대한 훈련을 요청해 올 정도로 질적 수준이 높고 전문화 돼 있다.

과정당 10명-15명으로 진행되고 있어 심화학습이 가능하고 기자 방문했을 당시에는 각 교실마다 1대1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디자인부터 판매 마케팅, 기술, 안전문제에 이르기까지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어 세라믹에 있어 기술혁신 과정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사수올로 세라믹 산업지구 지원체계

 * 볼로냐세라믹센터 
* 이탈리아세라믹협회 
* 볼로냐 및 모데나 대학 
* 에밀리아-로마냐 주정부
* Cerform(직업훈련센터), Scuola de Arte 
* 모데나 상공회의소 PROMEC

체르폼이 교육을 맡고 있다면 볼로냐세라믹센터(CCB)는 연구와 시험, 인증, 훈련 및 교육을 담당하는 사수올로 산업지구 내 지원구조의 정점에 있다. 특히 볼로냐세라믹센터는 영국의 영국세라믹리서치을 포함한 EU 회원국 센터 중 하나이면서 전세계 10여개 세라믹연구기관의 최 정점에 있을 정도로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센터는 품질인증과 시험에 관련한 서비스와 경영자문을 제공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부터 세라믹 원료, 물리적 화학적 기계적 특성, 새로운 제품의 개발, 세라믹 제조공정의 환경적 영향, 세라믹 제조공정의 합리화와 최적화 등에 관한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모데나 대학과 기업, 주정부 3개 조합으로 구성된 이 센터는 대학내 세라믹센터를 산업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세라믹센터는 볼로냐와 모데나 등 대학과 기업(각 협회), 에밀리아 로마냐 주 등이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한 연구기관으로 각종 타일산업에 관여하며 기업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제품 질 향상, 작업시간 단축, 환경 친화적인 타일생산, 재료 개발, 세라믹 표준 제정, 대학과 연계한 후진 양성, 각종 세미나나 잡지 발간 등 세라믹과 관련한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 센터는 기업이 요구하는 문제를 빠른 기간 안에 해결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모든 연구는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센터의 기술력은 기업에 신뢰와 기대를 심어주어 연간 30억 원의 수입을 올리며 자립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탈리아 세라믹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대학과 연구기관, 생산자협회와 주정부, 교육기관과 기업간 협력체계 때문인데 이를 용이하게 한 매개 역할이 산학협력지구로 불리는 클러스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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