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한 ‘고향사랑’ 거침없이 쏜다

일요일 아침 이면 어김없이 그라운드로 향하는 김성기(48)씨.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둔전조기축구회는 빠지질 않는다.

조기축구회에 쏟는 열정은 17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유니폼에 깊숙이 스며드는 땀처럼 고향에 대한 그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용인시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 둔전발전협의회장, 포곡읍체육회 수석부회장, 용인로타리클럽 재단위원장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는 그는 ‘둔전 일’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다. 어떤 사람은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역에서 단체장을 한 자리 정도 차지하고 있으면 혹여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경계심부터 보인다. 그런데 정작 그는 그러한 눈초리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터전이 살기 좋아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고향사랑은 지나쳐도 좋은 것이 아닌가.

김성기 부회장은 올해 시민의 날을 맞아 체육부문 문화상을 수상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 지난 30일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김성기 부회장이 서정석 시장으로부터 체육부문 문화상을 받고 있다.
“상 받으러 나갈 때는 참 쑥스럽더니 받으니까 좋더군요. 체육인으로서 영광이죠.”

하지만 김 부회장은 둔전의 체육발전에 공헌한 기여도 크지만 수 십 년 전부터 지역 일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 밑바탕이 됐다.

포곡초, 용인중, 태성고를 졸업한 그에게 따라붙는 직함은 새로 이사 온 둔전 주민들에게는 생소했다.
포곡읍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둔전리 주민 대부분이 다른 곳에서 이사를 온 사람들이어서 둔전리의 생활 모습은 낯설게 다가왔다.

“둔전은 빠르게 달라졌어요. 지역 환경이 급변하면서 옛 고향의 모습도 사라졌고 마을을 이루며 살던 토박이들도 많이 떠났고 새로운 이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그래서 주민들이 이질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처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는 새로운 주민들과 얼굴을 익히고 자주 만났다. “둔전에 살면 다 같은 주민이고 용인 시민 아닙니까.” 조기 축구회를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의 단체장들과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고 안부도 챙긴다. 또 미래의 둔전을 이끌 후배들도 아낌없이 지원한다. 모교인 포곡초 축구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정인환, 이정수, 이요한, 이강진, 이상협… 내로라하는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축구 선수들이 포곡초에서 축구를 처음 시작했다.

큰 어려움 없이 포곡초 꿈나무 선수들이 실력 있는 선수가 되기까지 포곡초 축구부 후원회 역할은 컸다. 그는 후원회 결성의 주역을 맡아 애정도 남다르다.

“지금도 성적이 아주 좋아요. 앞으로 기대되는 유망주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죠. 힘이 닿는 대로 끝까지 지원해주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니까요.”

▲ 조기축구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한 김성기 부회장.(두번째 줄 가운데)

지난 5.31지방선거 때 기초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특정 정당 공천을 신청했던 그의 이력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그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 뛰는 자신에게 ‘생색내는 것이 아니냐’며 따끔한 소리를 던지는 사람도 있지만 김 부회장은 꼿꼿하다.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받아들일 여유는 있어야겠죠.”

김 부회장은 이러한 활동이 둔전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고향인 둔전이 발전한다면 가장 좋은 것 아닌가요?”

김 부회장이 오랫동안 지역에 봉사를 하면서 93년 이웅희 국회의원, 2001년 남궁석 국회의원, 2002년 용인시의회 의장상 등을 수상했어도 아쉬움은 늘 남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무는 것이 용인지역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부권, 용인지역 발전을 막고 있는 각계각층의 단절 현상을 극복하고 화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염총량제는 용인의 숙원과제 아닙니까. 지역의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고 리더십을 발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월화수목금토일, 1월부터 12월까지, 해마다… 쌓여가는 ‘고향사랑’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단지 고향에 대한 애정을 쏟는 그라운드만 다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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