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연중기획 - 소통이 희망을 만든다

안녕 계리야 나 설경이야 잊지 않았지?
우리 하룻밤 밖에 안 잤는데 왜 이렇게 보고 싶지…
계리야! 너희 아빠, 어머니 보고 싶다.
그리고 나랑 같이 놀아주던 너희 친구들도 보고 싶다.
아빠, 엄마에게 내 안부인사 전해줘.
너희 친구들 너무 좋았어!
나의 옷까지 사줘서 고마워^^
너의 어머니가 해주신 김밥과 라면 과일 맛있었어.
그리고 너랑 같이 잠을 잤던 그날 밤,
나는 너무너무 좋았다.
또 혹시나 기회가 있으면 또 잠을 자면 좋겠다.
네가 준 인형 너무너무 예뻐.
앞으로도 지금 같은 행복이 영원하길 바랄게.
안녕! 오늘은 이만 쓸게^^*
앞으로 행복해요~ 안녕히 계세요.
사랑해요! 고마워.

두 명 씩 짝을 지은 어린이들이 케이크를 만드느라 바쁘다. 여기저기서 까르르 웃음소리도 새어나온다. “과일은 어디에 올릴까? 이번에는 네가 한번 해봐. 이렇게…”다 완성된 케이크에 개성 있는 이름도 붙여본다. 드디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케이크가 탄생했다.
그리고 평생 친구와 맹세하고 약속했다.


‘평생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고 아끼고 사랑하자고.’

지난 7일 삼가초등학교에 모인 30여 명의 어린이들은 ‘벽’을 깨고 ‘친구’됐다. 같은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삼가초 어린이와 새터민 어린이들은 ‘하나’였다.

지난 6일 1박2일 일정으로 삼가초(교장 양재룡) 어린이들과 안성 삼죽초(심화섭) 새터민 어린이들의 ‘평생친구삼기’행사가 열렸다.

새터민 아이들의 남한 가정 및 교육현장 체험을 위해 안성 삼죽초교(경기도교육청지정 새터민교육시범학교)와 삼가초교가 함께 마련한 것이다.

▲ 양재룡 교장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삼죽초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했던 양재룡(61) 교장이 삼가초교로 부임한 것이 인연이 돼 지난해부터 올해로 2회째 이어오고 있다.

양재룡 교장은 “새터민 아이들에게 가정체험학습은 남한사회 문화를 접하는데 큰 도움이 돼 행사를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며 “어른들의 이념 때문에 잃어버렸던 것을 어린이들이 친구가 되면서 용서하고 화해하며 되찾아 가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양 교장은 “처음엔 의구심을 많이 가졌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홈스테이 신청 가정이 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크다”며 “문자나 사진으로 접하는 것보다 피부로 느끼는 통일교육은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삼가초 15명의 어린이들은 새터민 어린이 15명과 짝을 이뤄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하룻밤을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새터민 어린이들은 친구 집에서 식사도 하고 잠도 같이 자면서 생활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보낸 뒤 같이 학교에 등교해 마술쇼를 보고 케이크를 만들었다.

특히 케이크만들기 행사는 일류 요리사가 직접 지도했다. 케이크가 낯선 새터민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해주고 싶은 학부모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또한 6년째 요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하얏트호텔 요리봉사단 ‘소금과 후추’는 맛있는 점심을 대접했다.
스프, 샐러드, 햄버그스테이크, 디저트…

새터민 어린이들은 어색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삼가초 박명숙 운영위원장은 “지난해에는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는 친구들과 함께 한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며 “어머니회는 물론 교사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새터민 어린이들에게 가족사 등 개인적인 질문을 조심하면 쉽게 친해진다”며 “이렇게 만나고 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몰라 애석하다”고 털어놨다.

박 위원장 말처럼 평생친구가 된 아이들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 새터민 어린이들이 삼죽초교에서 9주 동안 적응기간을 마치면 정착지로 옮겨가 보안과 신변보호 등의 문제로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평생친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꼭 끌어안으며 인사를 하고 또 해도 눈물은 그치질 않았다.

“친구야, 나 잊지마 …또 만나야 돼.”아쉬움을 뒤로한 채 헤어진 어린이들은‘만남’을 약속하며 새로운‘희망’을 가졌다.

“엄마, 연락할 수 있지?”

“우리는 ‘평생친구’가 되어 일생을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우정을 나누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아끼고 사랑하며 도와 줄 것을 진심으로 서약합니다.”
남한에 들어온 지 2~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터민 어린이들이 처인구 역북동 삼가초등학교 친구들과 1대1로 평생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났더니 어느새 친구가 되었습니다. 같이 목욕도하고 밥도 먹고 어디 갈 때는 손도 꼭 잡고 다닙니다.
헤어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꼭 껴안고 있는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손을 흔들며 ‘또 만나자고 했는데…’. 
작별 인사가 길어집니다.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보고 싶다. 내 친구!

삼가초 3 혁이와 재영 "하루가 짧아요"

“나는 평생친구와 에버랜드에서 놀고 집에서 함께 자고 학교에 왔어요. 같이 케이크도 만들고, 햄버그스테이크도 먹고 즐겁고 재미있어요.”
혁이는(삼가초3) 오늘 재영이와 평생친구가 됐다. 재영이와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손을 꼭 잡고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혁이는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처음 만난 재영이와 목욕도 같이 했다.
“자기소개서 미리 보면서 어떤 친구인지 알게 됐어요.”
만나자마자 거리낌 없이 친해진 혁이와 재영이는 오랫동안 만난 친구와 다름없었다. 장난 치는 모습은 다른 어린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혁이 어머니 서경아(42·기흥구 동백동)씨는 “혁이 혼자 자라서 홈스테이를 신청하게 됐다”며“북한에서 왔다고 해 처음에 당황했었는데 서로 모르는 것도 알게 되고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씨는 “재영이도 어색해 하지 않고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서 오히려 고마웠다”며 “하루가 너무 짧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혁이는 햄버그스테이크 맛이 익숙하지 않은 친구 재영이에게 직접 스테이크를 먹여주면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헤어지기 싫다”며 아쉬워하는 혁이와 재영이는 끝내 인사를 전하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이제 두 친구는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며 교사를 통해 만나야 한다.
그래서 혁이는 홈페이지에 마음이 담긴 몇 글자를 게시판에 적어 놓았다. 재영이의 답글이 올라오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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