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우리 미래 있지요”

“우리 아이들이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 박병인 이학박사
수학을 잘 가르쳤던 이학박사 박병인 관장(47)은 돈 잘 버는 수학 과외선생부터 강남의 유명학원장, TV강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수학과는 떼려야 땔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박 관장은 미래지식산업의 희망인 수학을 가슴에 품었다. 시련이 와도 수학에 대한 애정은 그에게서 떠나질 않았다. 오히려 더 견고하게 되살아났다.

기흥구 보라동에 위치한 수학마을체험관 ‘매쓰인’이 문을 열고 수학교육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공식만 달달 외우는 수학교육에 체험을 벗어 던졌다. 공식에 끼어 맞추던 수학교육에 교구를 활용하고 직접 보고 만지니까 어느새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깨닫게 된다.

이 곳은 이름처럼 수학을 체험하면서 배우는 공간이다. 다만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수 백 가지의 다양한 교구와 흥미와 호기심을 유도해주는 선생님의 해설이 있다. 특히 박 관장의 수학철학은 수학체험마을의 주춧돌이다.

“학생들은 공식을 암기해서 답을 내는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절차적 지식교육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세상은 최첨단 시대를 가고 있는데 아직도 교육현장에서는 1950~60년대 공식을 답습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교육을 받은 교사가 지금도 똑같이 가르치고 있지만 인간의 창조적 사고를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수학교육이다.”

#실패와 좌절…더 확고해진 신념

박 관장이 수학마을 문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본고사가 있던 시절 잘 나가는 수학과외선생이었다. 그는 한달에 1~2억원을 벌 만큼 강남에서 유명세를 탔다. “한때는 과외로 한달에 아파트 한 채를 벌었어요. 그 당시 강남의 42평형 아파트가 1억~2억원이었는데 지금 시세로는 10억원 정도니까요. 그 때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벌 때죠.”

그는 수학선생으로 살던 시절을 회고했다. 실력이 있어서 인기가 대단했고 돈도 잘 벌어 강남에 일등학원을 운영했다. 잘 나간 덕분에 고향인 전북 익산에도 7층 건물 2채를 사서 똑같은 학원을 차렸다. 서울의 유명강사들을 초빙해 강의를 하자 학원 문을 열기 무섭게 3000명의 수강생이 몰리기도 했다. 그 때도 그는 개념과 원리를 강조했다.

그러던 그는 95년 경기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생각이 변화됐다. 대학을 졸업한 후배들에게 공부하라고 권유해 수학체험마을의 연구를 책임지는 (사)수학사랑모임의 석박사들을 키웠다.

“애들한테 가르칠 것이 없다면 내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아이부터 수학의 개념을 바꿔야 했죠. 먼저 수학교사들이 뭉친 수학사랑을 94년도부터 지원했고 대학에 강의를 나가던 해 독립 연구소를 설립했죠. 이 때 수학체험 마을에 대해 정립하기 시작했죠.”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무엇보다 강조한 박관장은 97년도 MBC와 손을 잡고 드라마수학을 시도하기도 했다. 체험수학과 드라마 수학을 동시에 추진한 셈이다.

“주변에서 강의가 너무 아깝다고 비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자고 제안했어요. 스튜디오를 따로 만들고 그 당시 탤런트인 정준, 김규리씨가 출연해서 원리를 설명하고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죠. 제작비 50억원 투자해서 68개를 제작했죠.”

하지만 박 관장은 쓰디쓴 좌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유통이 문제였다. 당시 (주)일영 대표인 주수도(JU 대표로 불법 다단계 영업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재판 중임)씨가 회원이 10만 명인 다단계 회사 대표였다. 비디오테이프 세트를 150만원에 1만 세트 주문 할 테니 독점권을 달라는 요구에 복제방지 기술까지 넣어서 납품했다. 그러나 주씨는 물건을 받은 뒤 일주일 만에 부도를 냈다.

▲ 수학마을 매쓰인

# 수학교육을 위해 다시 오뚝이처럼

박 관장은 2002년도에 본격적으로 수학체험마을에 열정을 쏟으며 수학교육에 희망을 걸었다. 박 관장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수학교육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앞으로 교육은 개념적 지식교육, 단계적 지식교육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수학이 수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리, 과학, 그리고 철학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교사들이 가르치고 교육환경이 변해야 한다. 논리가 형성되면 사고력이 높아지고 직관력이 생긴다. 수능의 수학이 어렵다고 직관력이 있으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박 관장은 수학교사들의 변화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현직교사들도 수능에 출제된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 절차식 교육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학문을 탐구 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교육받고 있는데 자질 없는 수학교사가 학생을 가르친다면 수학교육도 변하하지 않고 이는 곧 국가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수학교육의 변화가 곧 우리 미래의 희망이고 가치라고 여긴다. 그래서 그에게 시련은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런 말 하면 미친놈이라고 하죠.(하하) 선진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수학교육이 중요합니다. 초등교사 교육이 우선돼야 하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사교육을 능가해야 공교육도 살 수 있다.”

박 관장은 또 다른 교육 사업을 구상 중이다. “미래의 지식산업 기초 교육은 수학”이라고 말하는 그의 외침이 더 이상 외롭지 않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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