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 모호·보훈병원 전국에 5곳 뿐

호국보훈의 달 6월은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국가수호의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지는 달이다.
우리는 지금도 외세에 항거했던 선열들과 6·25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장병들의 희생위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은 아직 부족하기만 하다.

국가유공자 복잡한 등록과정

군대에서 다친 뒤 제대한 경우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국가로부터의 혜택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부상 제대 군인 경우 유공자 등록에 목을 메는 형편이다. 하지만 등록과정상의 문제들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고통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전쟁이나 군복무 중 부상으로 인한 국가유공자가 되기 위해서는 주소지 관할 보훈청에 등록신청 서류를 접수한 뒤 국가보훈심의위원회로부터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되는지를 먼저 심사받는다.

심사에 따라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되면 관할 보훈병원에서 상이등급 구분에 따른 신체검사를 받을 수 있고 1급부터 7급까지의 판정을 받아야 국가유공자로 등록된다. 등록 판정을 받게 되면 매월 일정액의 보상금이 지급되고 각종 취업 혜택 등을 받게 된다.

그러나 등급 판단의 기준이 되는 상이등급표의 인정 범위가 1급에서 7급에 불과해 14등급으로 세분화돼 있는 산업재해등급 보다 선택 폭이 작고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안구 이상의 경우 상이등급표상에 따르면 ‘한 눈의 안구 작용이 곤란한 자(안구의 운동기능이 통상의 2분의1로 감소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안구 움직임이 곤란한 경우만 인정하고 거리조절 능력을 상실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조절 능력 이상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장애보상의 기준으로 삼는 장해등급표는 ‘한 눈의 안구 조절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거나 뚜렷한 운동기능 장해가 남는 사람’으로 설명해 양자를 다 인정하고 있다. 물론 상이등급표에도 조절 장애에 대한 보완 규정이 있지만 규정이 모호해 신검의(身檢醫)의 판단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명백히 장애를 알 수 있는 외상과 달리 디스크, 무릎관절 이상, 희귀 질병 같은 내상은 관련 규정이 객관적이지 않아 신청자들의 원성이 높다.

복무 중 발병한 디스크로 수술 받은 뒤 신체검사에서 3번 모두 등급 외 판정을 받은 한 신청자는 보훈병원 수술 담당의로부터 “자신이라면 등급을 줄 정도의 상황이라는 말까지 들었으나 모두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훈병원의 신체검사는 자신을 계속 담당했던 의사가 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보훈병원 의사에게서 받는다.

아픈 몸으로 병원 가는 게 더 힘들어

김영달씨(79·처인구 마평동)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포탄을 맞아 두 손을 못 쓰게 된 김영달씨(79·처인구 마평동). 2년 전 넘어지면서 골반뼈를 다치고 당뇨로 왼쪽 엄지발가락을 절단해 혼자서는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거실에 앉아 TV나 보는 것이 전부다. 두 달에 한 번씩 서울보훈병원(강동구 둔촌동)에서 타는 약이 치료의 전부다. 혼자 거동할 수 없으니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온 식구가 총동원돼야 병원에 갈 수 있다.

지난 2002년 강남병원(기흥구 신갈동)이 위탁병원으로 지정돼 있긴 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김씨가 사는 마평동에서 신갈까지 오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집에서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병원이 생기는 것이다.
공무 중 부상 인정자 경우 보훈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훈병원이 전국에 5곳밖에 없고 진료 서비스 역시 일반 병원에 비해 열악해 치료 자격이 주어져도 자비로 진료 받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훈처가 위탁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종합병원급은 거의 없고 1차 진료기관급 병원이 다수다.

수원지방보훈청 관계자는 “각 시마다 위탁병원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보훈병원의 신설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병원 하나 없이 고통을 겪고 있는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은 인천과 경기서부지역에서만 10만여 명. 이 때문에 인천보훈지청이 1000억여 원을 투입해 500병상 규모의 보훈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850개 병상을 갖춘 이곳 서울보훈병원이 2010년까지 1400개 병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천 등 수도권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거동이 불편하고 연로한 보훈대상자 입장에서 볼 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유공자와 그 가족들은 하소연한다.

지자체 소극적, 보훈법령의 통합 필요

현재 용인에는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미망인회, 무공수훈자회 등의 보훈단체가 있으며 이들 단체에는 각각 722명, 426명, 456명, 36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보훈단체를 통해 파악된 보훈가족만 2000여명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은 대부분 국가보훈처에서 지원하는 보상금, 대부지원, 교육·취업·의료보호 정도다.
시의 지원은 매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현충일 추념식과 전적지순례 등의 보훈행사와 1년에 한 두 번 지급되는 위문금이 전부다. 시 관계자는 “타 시·군과 비교했을 때 위문금 전달의 횟수나 금액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지만 한 국가유공자는 “보훈의 달이나 광복절, 명절 등에 이뤄지는 일시적인 도움은 보훈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훈가족과 관련된 시의 조례가 보훈기금운용조례와 보훈회관설치조례뿐이어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근거조차 부족하다. “법률이나 지침에 자세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따로 조례를 제정할 이유가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훈 관련 법률은 7개나 되고 그에 따른 시행령, 시행규칙은 무려 39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보훈법령은 국난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정권에 따라 보훈당사자 달래기용으로 입법화돼 왔기 때문이다.

현재 유공자는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광주민주유공자 등으로 그 분류가 복잡하다. 이는 보상의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보훈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