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손맛 한번 보고 싶어요

어…나누는 것 그렇게 어려운 것 아닌데…
몰라서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면 음식 만들 때 조금 더 해서 나누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면 얘기가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고…
(웃음) 그렇게 손을 내밀 때 세상은 더 따뜻해지는데…
쉬운 일부터 나눌 수 있는 만큼, 지금 시작해 보세요.
나눌수록 채워집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탤런트 정애리씨의 나눔 광고 목소리는
어떤 노래를 듣는 것보다 기분이 좋다.
이 말을 천천히 듣고 있으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
남편 뒷바라지하고 애들 키우며 지극히 평범하게 사는 아줌마.
아줌마는 음식을 맛깔스럽게 참 잘한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음식 만들 때 조금 더 해서 나누며 살아가는 아줌마다.
그 덕에 알이 꽉 찬 간장게장에 푹 빠져 본 적도 있으니까.
아줌마는 한달에 두 번 음식을 담아 찾아가는 곳이 있다.
아줌마를 보면 ‘나눔’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삶의 지혜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 양복순(47·처인구 역북동)
양복순(47·처인구 역북동)씨는 경력 19년차 가정주부다. 요리를 잘하는 주부, 아니 어쩌면 19년 동안 한 일이 살림이라 음식 솜씨는 남들 앞에서 자랑할 만하다.
덕분에 안성에서 몇 개월간 운영한 분식집을 용인으로 옮겨 다시 열려고 준비 중이다.

남편 뒷바라지하고 애들 키우며 살림하는 그의 일상은 다른 주부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아줌마가 베푸는 사랑은 문어발처럼 외롭고 힘든 곳에 다양하게 걸쳐 있다.

역북동 신성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았던 양씨는 2003년도부터 5년 동안 장경사의 장학회를 꾸려오고 있다.
고3, 중2가 된 아들 둘이 있어 한창 애들에게 신경 써야 할 때지만 양씨는 남보다 먼저 일어나 가족을 챙기고 남을 돕는데 그 시간을 할애한다.

그래서 그는 남몰래 독거노인 두 분에게 한달에 두 번씩 반찬을 만들어 배달한다. 그가 갈 때마다 노인들은 환하게 웃으면서도 눈시울을 붉혀 양씨의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다.

“우리 집 반찬 만들 때 조금만 더 만들면 할아버지한테 갖다 드릴 수 있어요.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주면 가슴이 뿌듯해요. 이웃들한테도 많이 나눠주니까 특별히 봉사라 할 것도 없죠.”

경기도 포천이 고향인 양씨는 경북 예천이 고향인 남편과 결혼해 큰 애가 초등학교 2학년 되던 해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에 자리를 잡았다. 원삼에서 5년 동안 살았던 인연으로 원삼에 사는 독거노인을 돕게 된 것이다.

“생활여건이 넉넉해 자주 해다 드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 제 마음이 더 아파요. 농번기에는 동네서도 바쁘니까 노인들한테 신경을 못 쓰잖아요. 처음에 음식을 갖다 드렸는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짠했죠.”

양씨의 남편도 처음엔 그의 활동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나눌수록 채워진다는 말처럼 남편도 지금은 반딧불이문화학교 후원위원으로 활동하고 두 아들도 어려운 봉사활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큰 아들은 입시생이지만 지난 방학 내내 반딧불이문화학교 달그락교실 특강 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사진을 찍어주었고 장애인들과 편견 없이 지냈다. 막내도 문화체험에 함께 참여해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족들 마음 씀씀이가 나눌수록 더 커지는 듯 했다.

양씨의 ‘문어발식 사랑’은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주변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용인시여성축구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목욕봉사를 다녔던 그는 디스크 때문에 목욕봉사를 접고 학생들 위주로 활동하는 한마음봉사단을 시작했다. 용신, 용인중학교 20명의 학생들로 출발했던 한마음 봉사단에는 학생들의 부모들까지 참여해 ‘자원봉사자의 날’ 큰 상을 타기도 했다.

“애들이 처음엔 봉사시간을 채우러 왔는데 지금은 봉사가 몸에 배어 어른이 돼서도 실천하겠다고 말해요. 참 기분 좋죠. 힘들어도 그런 말 들으면 기운이 솟으니까요.”

4년 전만해도 양씨는 남을 돕고 그것을 또 다른 사람이 알면 부끄러울 만큼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봉사자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가정을 돌보고 장사도 하며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만나면 봉사자의 어떤 손길이 필요한지 먼저 살핀다.
지난해 반딧불이문화학교 풍물단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그는 올해부터 풍물 보조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수업 받는 학생들을 위해 1년 동안 간식을 지원해 주었다.

지인들은 그가 푸른 소나무처럼 묵묵히 자기 할일만 하기 때문에 그를 닮고 싶어 했다.
그는 “누가 알아주거나 몰라주거나 상관없이 기쁨을 갖고 활동하고 의무감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한테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며 지역사회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그를 보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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