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유상호(39·가명)씨는 K은행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입금이 잘못돼 손님 통장으로 240만원이 들어갔으니 꺼내서 원래 주인인 최순영(41·가명)씨에게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마침 은행에서 다른 볼 일을 보고 있던 중 전화를 받은 유씨는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지만 알려준 통장번호를 적은다음 예금청구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씨가 은행연체 상태여서 잘못 입금된 돈을 찾을 수 없다는 창구직원의 대답이었다.

이렇게 되고보니 다급해진 것은 최씨. 은행 계좌번호와 이름을 적어 온라인 무통장 입금을 했는데 엉뚱한데로 돈이 빠져나간데다 그 돈을 당장 찾을 수 없다니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잘못이 있었지만 돈 받을 사람의 통장번호와 이름이 분명히 다른데도 입금이 돼버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은행직원에 물아본 결과 며칠이 걸릴 지 모르지만 잘못 입금된 타은행을 상대로 송금반환청구를 신청하라는 것. 하루가 급한 돈인지라 일단 안내해준대로 송금반환청구서를 작성해 제출한 후 입금통장 주인인 유씨를 찾아가 만났다.

사정이 딱한 것은 유씨도 마찬가지. 최근 개인사정이 어려워 은행연체는 물론 카드연체까지 물고 있었던 유씨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잘못 입금된 돈 때문에 결국 200만이 넘는 돈을 어렵게 구해 최씨에게 전달해 주는 것으로 이 헤프닝은 끝났다.

그러나 돈을 잘못 입금해 뛰어다니며 며칠을 허비했던 최씨, 마찬가지로 엉뚱하게 입금된 돈을 되돌려 주기위해 남에게 힘겹게 돈을 꾸러 다녀야 했던 유씨는 누구의 잘못인가하는 지점에 이르러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창구직원이 통장번호와 소유자를 대질 확인해 보지도 않고 그냥 입금해 버리는 것은 분명 은행 책임 아닙니까? 그런데도 자기들의 책임은 없다고 합니다.”최씨의 항변이다.

“괜히 중간에 끼어 있다고 생각해 처음엔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아무튼 은행이 손해나는 짓은 안한다는 걸 또다시 알게 됐습니다.” 유씨다.

최근 많은 서민들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지만 카드회사는 엄청나게 높은 대출금리와 연체이자로 수천억씩의 순수익을 올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을 받은 다수의 부실기업들이 그 돈마저 다 까먹었지만 경영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뉴스도 접하게 된다.

“서민들만 울화통이 터지는 거죠. 자그마한 실수로 이렇게 여러날을 뛰어다녀야 하는데 정작 책임져야 할 은행은 느긋하고…”두 사람은 씁쓸하게 웃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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