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그림이 있는 정원'에서

▲ 정성스럽게 가꾼 흔적이 또렷한 '그림이 있는 정원' 수목원입니다.
ⓒ 구동관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자리 잡은 '그림이 있는 정원'은 이름이 워낙 예뻐서 기억에 또렷이 남은 수목원이었습니다. 그곳에 계신 분이 주신 팸플릿으로 처음 그곳을 알게 되었는데, 그 팸플릿에는 빨간 낙엽이 수북이 깔린 장면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 3만평 규모의 수목원에서 다양한 나무들이 여행객을 반겨줍니다.
ⓒ 구동관
봄의 아름다운 신록이나 한여름의 무성한 나뭇잎도 아니고 절정을 이룬 단풍도 아닌 그 사진은 마치 여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한 폭의 한국화 같았습니다. 문득, 이름이 예쁜 수목원에서 여백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관엽류 등 다른 식물들과 어울린 소나무 모습이 멋졌습니다.
ⓒ 구동관
제가 그곳을 찾은 날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1일이었습니다. 지난 봄, 팸플릿을 주며 초대했던 분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직원이라고 생각했던 그분을 그곳에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팸플릿 준 분을 찾은 것이 인연이 되어 그곳에서 임형재(39) 화백을 만났습니다.

▲ 수목원 풍경도 가을을 재촉합니다.
ⓒ 구동관
"안에 화백님이 계실 거예요. 들어가서 만나보세요."
안내를 받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 저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화백이라고 생각되는 분은 보이지 않고, 몸이 불편한 한 분만이 누워있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 다시 물으니 그분이 임 화백님이라고 했습니다. 그때야 임 화백께서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당황스러운 눈빛을 눈치 챘는지, 임 화백께서는 더 반가운 얼굴로 절 맞아주었습니다.

▲ 쭉쭉 뻗어오른 나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 구동관
화백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언뜻 만난 모습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정원 이야기며, 이정표가 잘 정비되지 않아 찾아오기 불편했던 점들을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임 화백님은 작년 개장 후 조금씩 방문객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었던 자연캠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인간극장>에 소개된 뒤 방문객이 조금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프로그램에 소개된 가족이란 것도 알게 됐습니다.

▲ 가파른 비탈을 이용하여 만든 계곡과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여행객이 쉴 자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 구동관
30분쯤 이야기를 나눈 뒤,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천천히 정원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참 정성껏 가꾼 정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정원을 돌아본 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미술관이었습니다. 미술관에는 임 화백의 구필화(口筆畵)가 여러 점 전시되어 있습니다. 구필화는 대학을 다니다가 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1급의 중증장애인이 된 임형재 화백이 붓을 입에 물고 그린 작품들입니다. 대단한 그림들이었습니다.

▲ 미술관입니다. 입으로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구동관
미술관까지 돌아본 뒤 수목원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금세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들렸던 그 수목원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수목원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 수목원에 '아버지의 정원'이라는 또 다른 멋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길을 만들어둔 돌 틈 사이에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 구동관
그 이름은 <인간극장>에서 사용한 부제입니다. 갑자기 중증 장애인이 된 아들을 위하여, 창 밖 풍경만을 봐야만 하는 아들을 위하여 임 화백의 부친이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그 나무들이 이제 그 넓은 터전을 가득 채웠습니다. 지금은 '아들의 그림'과 '아버지의 정원'이 어울려 '그림이 있는 정원'이 된 것입니다.

▲ 공연을 열 만한 공간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 구동관
수목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며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오늘도 '아버지의 정원'을 가꾸고 계실 것입니다.

▲ 가운데 자리잡은 빈 공간은 한국화의 여백처럼 오히려 마음을 채워줍니다.
ⓒ 구동관

'그림이 있는 정원' 수목원 홈페이지 www.gallerygarden.co.kr

위치 : 충남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 459-1
문의 : 041-641-1477
입장료 :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

  2006-08-22 08:37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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