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끝났다. 4년에 단 하루 주어지는 시민주권의 날! 시끌벅적한 선거운동은 있었지만, 정작 투표소를 향한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5월31일은 용인시 한해 예산 1조2천억 원, 임기동안 약 5조원을 주무를 수 있는 자리, 3천억 원으로 레포츠공원 하나 만들지 아니면, 동네마다 도서관·복지센터·공원 등을 만들지 결정할 수 있으며, 각종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갖고, 지역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조례제정 권한 등을 지닌 소위 ‘소통령’을 뽑는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막강한 권한에 견줄 만큼, 우리들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선거기간 내내 월드컵송에 트로트까지 동네방네 선거분위기로 들썩들썩 했다. 시커먼 정장의 남성들이 독점하던 정치판에 빨갛고 파랗고 노란 물결의 여성들이 거리 전면에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 동네 공원하나 만드는 것에서부터, 우리 살림 몇 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에 이르기까지 ‘너희들은 몰라도 돼!’로 일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열심히 허리 숙여 시민들의 눈과 마주치려고 했다. ‘아~ 1460일 중 그나마 13일 동안은 시민주권을 행사하는구나’ 기대도 해보았지만, 정작 그 13일, 그리고 마지막 투표
일까지 우리는 우리 살림살이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데 정권심판에 싹쓸이나 운운하고, 토박이니, 외지인이니 하는 소모적인 정치놀음이 그 중심에 있을 뿐이었다. 매니페스토다, 정책선거다, 선언은 열심히 하면서도, 시민사회와 지역언론의 후보자 검증에 ‘나 바빠~~’ 라고 당당히(?) 거부하는 후보자, 시민단체들이 지역 살림살이에 필요한 의제를 제안해도 이면지 취급하는 후보자, 몇 천억 원의 예산을 마치 자기 돈 인양 선심성 개발공약만 남발하는 후보자들이 과연 그네들 말처럼 시민을 진정 주인으로 생각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을 놓고 나의 권한을 4년 동안이나 넘겨주는 투표행위는 정말 힘겹게 하였다.

투표는 끝났다. 결과도 나왔다. 지방선거를 마치 총선이나 대선인양 착각하는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우리 지역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용인은 총 유권자 51만여명 중에 48%가 투표를 했다. 당선자는 53%의 지지를 획득했다. 과반수를 넘는 득표율이다. 그런데 다시 따져보니,전체 유권자 대비로 보면 25%이고, 70만 시민 기준으로는 19%이다. 과연 이런 선거에서 ‘민의 반영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전체시민의 1/4도 못 미치는 대표성, 이제 ‘선거 결과가 곧 민의다’ 라고 단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모두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다만, 선거가 민주주의의 전부가 될 수 없음을 재확인할 필요는 있다. 선거 과정에서 시민과 소통하려는 후보자들의 자세는 이제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로부터 막강한 권력을 이양 받은 지방정부는 이제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용인시장 당선자는 무엇보다 먼저 시민의 주권이 일상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행정시스템을 점검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 시민사회도 선거 후 단순히 공약 이행만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선거 끝’과 동시에 다시 4년간 박탈당할 시민주권 회복에 고민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정근(용인환경정의 상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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