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찾아 떠난 철 이른 흑산도 홍도여행의 별난 멋

여든을 목전에 두신 장모님께서 언젠가 TV를 보시다가 "홍도는 섬이 모두 붉어서 홍도라 하는가 부지?" 하시는 말씀을 듣고 언젠가 홍도 구경을 한번 시켜드려야 겠구나 하는 맘을 먹고 있던 터에 3월말이 장모님 생신이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지금 홍도가면 어떠려나 했더니 오히려 여행철이 아닌 지금이 좋을 것이란다.

그럼 이번기회에 홍도를 한번 다녀오자고 합의를 하고, 내친 김에 두 자매 뿐인 처형 내외와 함께 한식도 가까이 다가 왔으니 전라도 보성의 장인 어른 산소도 둘러볼겸 함께 다녀 오기로 결정되었다.

▲ 새벽이면 보성읍내 뒷골목에 반짝 서는 신선한 해물 시장
ⓒ 양동정
2박3일 일정을 잡고 3월 30일 11시 반쯤 서울을 출발하여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보성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쯤 되었다. 뉘엿거리는 봄날 석양을 뒤로하고 장인어른 산소를 둘러보고 보성읍내 재래시장을 둘러보았다. 맛좋기로 유명한 율포에서 나는 생선이나 태백산맥에서 적나라하게 소개된 벌교 고막이라도 있을까 기대했으나 새벽에 나와야 싱싱한 생선을 구할 수 있단다.

고향에서 선산을 돌보고 살고있는 처 숙부댁에서 하룻밤을 묵고 익일 새벽 7시에 보성읍내 골목시장을 찾았더니 규모는 작지만 주변의 갯벌 등에서 갓 잡아온 주꾸미, 바지락, 고막, 키조개 등이 붉은 함지박에 담겨 주인을 기다린다.

요즘이 제철이라 값이 비싸다는 주꾸미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는 키조개를 사서 무우와 대파 등을 썰어 넣은 육수와 함께 냄비에 넣고 살짝 데쳐서 샤브샤브 식으로 먹는 맛은 일품이다.

▲ 홍도에 목포까지 운항하는 쾌속선 모습
ⓒ 양동정
싱싱한 해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목포의 여객선 터미널 1부두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12시30분 흑산도행 쾌속선을 타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다와 섬과 배 밖에 없는 해상국립공원 다도해를 달리고 달려 약 2시간 30분 후에 흑산도에 도착했다.

▲ 다도해 도초도와 비금도를 연결하는 연육교로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가 한국에도..
ⓒ 양동정
어느 관광지를 가나 마찬가지이지만 배에서 내리자 손님을 유치하려는 민박집 주인과 택시기사들의 호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참 동안 복잡했던 선착장이 이내 조용한 섬 풍경으로 돌아간다.

관광 안내 겸 택시운전을 하는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섬내에 등록된 차량은 약 300대 밖에 되지 않고 이중 특이하게도 4륜구동의 택시가 11대 있으며 이중 유일하게 1대가 개인택시라고 한다. 택시들은 주로 관광객을 싣고 섬 일주 관광을 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며 약 2시간 반 정도의 섬 일주관광을 시켜주는데 약 7만원 정도를 받는단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이 섬에는 교통순경이 없으므로 면허증도 필요없고 음주운전도 가능하다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민박집에 방 두 개를 5만원에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택시를 대절하여 섬 일주 관광에 했는데 일주 도로의 일부 구간은 포장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깎아지른 절벽 위를 지나는 도로가 경사와 굴곡이 심하여 버스는 물론 일반 승용차의 운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보고 4륜구동차량으로 택시영업을 하는 의문이 풀어졌다.

옛부터 흑산도는 뭍에서 거리가 멀어서 조선시대 때 참형에 처할 정도의 중죄를 지은 사람들의 유배지로 유명한 만큼 절해고도나 다름이 없었고 따라서 사람의 발길이 그만큼 한적하여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은 듯싶다.

조선 고종 때 강화도조약 반대상소와 도끼를 함께 올릴 정도로 대쪽선비로 유명한 최익현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다는 천촌리 마을은 선생이 울분을 삭이며 살았던 집은 없어졌으나 선생의 지조를 여행객에 설명해 주는 외로운 비석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 정약전 선생이 유배와서 자산어보를 집필한 사리라는 마을 앞의 낚시배들..
ⓒ 양동정
깎아지른 절벽 위를 굽이굽이 돌아 다음으로 도착한 곳 또한 외지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사리마을로 남쪽바다는 지중해의 어느 아름다운 항구를 연상케 했다. 잔잔한 쪽빛바다를 내려다보며 양지 바르게 잡은 마을터가 범상치 않구나 싶었는데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형이신 정약전 선생이 유배를 와서 15년간 생활하며 자산어보를 집필했던 유명한 마을이다. 옛날식 돌담이 길게 싸여진 골목과 복성재를 비롯한 옛집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어 매우 운치있고 아름다운 마을임을 알 수 있다.

▲ 다도해 동,서쪽 바다가 함께 보이는 상락봉 정상의 진달래
ⓒ 양동정
다도해 섬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곳 역시 서울에서는 조경수로나 볼 수 있는 동백나무가 섬 어디에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상락봉에 올라서니 동쪽바다와 서쪽 바다가 동시에 내려다보여 일출과 일몰을 같은 장소에서 감상할 수 있고, 전망대 주변의 금방 터질 듯한 진달래 분홍 꽃망울은 고독한 방문객을 반기는 쪽머리한 여염집 아낙의 미소 같이 느껴진다.

▲ 상락산 정상을 올라가는 동쪽 구배길
ⓒ 양동정

▲ 이미자씨가 노래한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 양동정
기사의 안내에 따라 진짜 흑산도 홍어맛을 보기위해 좀 덜 삭힌 홍어 반쪽을 8만원에 구입하여 막걸리와 먹어 보았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도 않고 별맛을 느낄 수 없었다. 현지에서 노점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맛을 보게 하고 진짜 흑산도 홍어맛인가 물었더니 흑산도 홍어는 아니고 군산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라고 한다. 요즘 군산 앞바다 쪽에서 홍어가 많이 잡혀 이곳으로 내려온다는 이야기에는 기분이 씁쓸하다.

▲ 홍도 선착장이 있는 홍도1구 앞바다 풍경
ⓒ 양동정
다음날 홍도행 쾌속선을 타고 약 30분을 달려 홍도에 하선하자마자 일인당 6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창구가 여행객을 맞는다. 땅을 밟는데 6천원이라니?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발을 디디는 순간 입장료를 받고 있단다. 홍도에는 1구, 2구 두개의 마을이 있으며 마을간 교통은 육로는 불가하고 오로지 선편을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 홍도비경 1
ⓒ 양동정
본인에게는 비경이 많이 알려져 있는 홍도보다 흑산도가 편하고 운치있다는 생각이 든다. 섬 주변을 둘러보는 유람선 여행을 하면 암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라고 있는 온갖 풍상을 겪은 작은 소나무의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바람이 너무 많아서 인지 모든 나무의 키가 2미터를 넘지 않는다. 화분에 옮겨심기만 하면 고가의 분재나 다름없어 보인다. 따라서 섬 전체를 분재섬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

▲ 홍도비경 2
ⓒ 양동정
홍도 주변의 독립문 바위, 거북바위, 석화굴, 부부바위 등 홍도10경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소개를 생략하기로 하고 관광객이 적은 비수기에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편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