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찾아 떠난 철 이른 흑산도 홍도여행의 별난 멋
여든을 목전에 두신 장모님께서 언젠가 TV를 보시다가 "홍도는 섬이 모두 붉어서 홍도라 하는가 부지?" 하시는 말씀을 듣고 언젠가 홍도 구경을 한번 시켜드려야 겠구나 하는 맘을 먹고 있던 터에 3월말이 장모님 생신이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지금 홍도가면 어떠려나 했더니 오히려 여행철이 아닌 지금이 좋을 것이란다. 그럼 이번기회에 홍도를 한번 다녀오자고 합의를 하고, 내친 김에 두 자매 뿐인 처형 내외와 함께 한식도 가까이 다가 왔으니 전라도 보성의 장인 어른 산소도 둘러볼겸 함께 다녀 오기로 결정되었다.
고향에서 선산을 돌보고 살고있는 처 숙부댁에서 하룻밤을 묵고 익일 새벽 7시에 보성읍내 골목시장을 찾았더니 규모는 작지만 주변의 갯벌 등에서 갓 잡아온 주꾸미, 바지락, 고막, 키조개 등이 붉은 함지박에 담겨 주인을 기다린다. 요즘이 제철이라 값이 비싸다는 주꾸미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는 키조개를 사서 무우와 대파 등을 썰어 넣은 육수와 함께 냄비에 넣고 살짝 데쳐서 샤브샤브 식으로 먹는 맛은 일품이다.
관광 안내 겸 택시운전을 하는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섬내에 등록된 차량은 약 300대 밖에 되지 않고 이중 특이하게도 4륜구동의 택시가 11대 있으며 이중 유일하게 1대가 개인택시라고 한다. 택시들은 주로 관광객을 싣고 섬 일주 관광을 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며 약 2시간 반 정도의 섬 일주관광을 시켜주는데 약 7만원 정도를 받는단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이 섬에는 교통순경이 없으므로 면허증도 필요없고 음주운전도 가능하다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민박집에 방 두 개를 5만원에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택시를 대절하여 섬 일주 관광에 했는데 일주 도로의 일부 구간은 포장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깎아지른 절벽 위를 지나는 도로가 경사와 굴곡이 심하여 버스는 물론 일반 승용차의 운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보고 4륜구동차량으로 택시영업을 하는 의문이 풀어졌다. 옛부터 흑산도는 뭍에서 거리가 멀어서 조선시대 때 참형에 처할 정도의 중죄를 지은 사람들의 유배지로 유명한 만큼 절해고도나 다름이 없었고 따라서 사람의 발길이 그만큼 한적하여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은 듯싶다. 조선 고종 때 강화도조약 반대상소와 도끼를 함께 올릴 정도로 대쪽선비로 유명한 최익현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다는 천촌리 마을은 선생이 울분을 삭이며 살았던 집은 없어졌으나 선생의 지조를 여행객에 설명해 주는 외로운 비석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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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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