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전 남편 사별 행복을 디자인한 헤어디자이너 서혜순

# 서른여섯…쉰하나…잃은 것과 얻은 것

“앞이 캄캄했죠.”

서른여섯 남편이 에버랜드 현장에서 교통사고로 갑자기 떠났다. 그리고 쉰하나, 80세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보지 못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용인미용협회 서혜순 회장(52·포곡면 전대리)은 힘이 되어준 두 사람을 붙잡아 보지도 못하고 말없이 떠나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다. 남편은 시어머니를 통해 힘을 주었고 시어머니는 두 손녀딸에게 덕을 주기 때문에.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어요. 교만하지 않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요.”

용인, 경기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서 회장의 얼굴에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사연을 털어놓지 않으면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니까.

서 회장 앞에 붙는 수식어는 참 많다. 용인미용협회장, 용인여성발전협의회 부회장, 미용협회 경기도지회 부회장, 전대발전협의회 회원, 포곡제일교회 권사…

지금 하고 있는 일만 나열해도 손가락 다섯 개가 모자란다. 그래도 ‘헤어디자이너 서혜순’이라는 말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 또 어머니로서 강하게 살아온 ‘잘난 척’(?)도 대단하다.

‘혼자 되고 나서 중풍 걸린 시어머니 모신다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잘난 척 하면서 모신 거지.(웃음)”

그는 환한 표정으로 아픈 사연을 꺼내 놓았다. 16년 전 남편을 잃고, 둘째 딸 지선(26)씨가 100일 때 현재 운영하는 미용실 헤어21 문을 열었다고.

그리고 2004년 9월 이맘때 쯤, 며느리하고 처음 떨어져 불안해하는 시어머니에게 여덟 밤 자고 온다는 말을 남기고 호주로 떠났는데 결국 옆에서 임종도 지켜보지 못 한 채 시어머니를 보냈다. “어머니한테 불효했죠. 잘난 척 하는 버팀목이 없어져 매사 조심스러워요.”

충북 제천이 고향인 그는 1973년 시집을 오면서 전대리에 터전을 잡았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돈 벌어 두 딸 대학 공부시키고 시어머니 모시고…전대리가 저 돈벌게 해 준거죠.”

“이제는 살아 용인이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30여 년을 여기서 산 것이 정말 행복해요. 자식농사도 잘 지었고 돈도 벌고, 지금부터는 용인시, 포곡면을 위한 봉사를 해야죠.”

그의 큰 딸 지현(30)씨는 고림초등학교 교사로, 둘째 딸은 어머니 서 회장의 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연하게 지선이 나이와 미용실 햇수가 똑같아요. 26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발 보면 머리를 따고 만지더니 고등학생이 되서 미용을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지선씨가 머리 만지는 모습을 보고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부모 욕심은 마찬가지. “전문가 과정 대신 4년제 대학 경영학과로 진학했죠. 경영학을 배우면 미용경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선씨는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미용사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뒤 서울 압구정동 등에서 수습기간을 거쳐 미용실에서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 지금은 경원대학교 미용산업대학원에서 전문가 교육을 받고 유학을 준비 중이다.

“참하게 잘해요. 제가 머리 손질한 후에 딸아이가 조금만 만져주면 스타일이 달라요. 끼가 있어요.”

그는 둘째 딸의 든든한 후원자다. 미용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아 교수로 활동하는 사람이 국내에 거의 없다고 말하는 서 회장은 지선씨가 유학을 마치고 전문적인 후배 양성에 힘을 쏟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엄마가 길을 아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세계 1인자가 되라고 이야기하죠.”

# 두딸. 교사로, 대이을 후계자로

서 회장은 딸을 교육시키면서 미용협회 회원들에게도 매주 화요일마다 4시간씩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용은 사람을 다루는 감성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기업이라고 볼 수 있죠.”

그는 회원들이 “회장님 덕분에 돈 잘 벌고 있다”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뿌듯하다고 한다. 그리고 회원들에게 입버릇처럼 “지금은 힘들어도 앞으로 괜찮을 거라”며 희망을 준다. 또 “(전문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과거는 버리고 미래를 준비하면 살아 남는다”고 강조한다.

준비된 미용인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을 중요시하는 서 회장은 “선진 교육 시스템을 계속해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둘째 딸과 함께 미용실을 경영했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부려본다.

“전대리는 비전이 있는 지역이라고 봐요. 사람들은 왜 딸을 전대리에 잡아 두냐고 하지만 여기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딸의 어머니로서 지역 활동가로 살아가는 여자, 서혜순. 그의 웃음은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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