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빛 온도 조절로 농작물 크기·신선도 유지

▲ 권숙찬 회장이 특품 청경채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 유통 물량의 90% 생산. 달달하고 고소한 맛. 모현의 청경채를 설명한 말이다.

모현 청경채는 1년에 19000톤 정도 생산된다. 잎이 너무 커서도 작아도 안 되며 밑둥 굵기가 직경 4∼5㎝정도 되는 것이 바로 청경채 특품으로 구분된다.

현재 청경채를 브랜드화 하기 위해 시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권숙찬(58) 시설채소연합회 회장은 18년째 청경채와 40여종의 쌈종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완전한 유기농 채소를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알려진 수경재배를 병행하고 있어 각 지역에서 이쪽으로 견학을 오고 있다. 기술이 부족해 수경재배가 어려웠던 옛날에 비해 재배액 자체가 좋아졌고 컴퓨터가 식물의 상태에 맞게 농도를 조절해 빨리 자라고 튼튼하며 질이 좋아 소득도 2배다.

‘쌈’이라는 음식이 없는 일본의 한 회사는 현재 몇 년째 모현에 연구소 형태의 작은 아지트를 두고 재배결과와 상품가치 등을 비교하며 상품성 있는 품종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모현 청경채는 브랜드화의 첫단계로 포장디자인을 물색하고 있다. 권 회장은 제대로 브랜드화를 시키려면 농산물지역 실명제로 산지 구분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만 지역 특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고 브랜드로써의 효과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전라도에서 수확한 쌀이 여주에서 포장되면 여주쌀로 이름 붙여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브랜드로서의 가치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바쁜 농장일에 모현 청경채 브랜드화 준비까지 하루가 30시간이어도 모자랄 것 같은 권 회장에게 어려운 점을 물었다. 그는 우선 용인 뿐 아니라 일반적인 농가의 어려움으로 인력난과 인건비문제를 짚고 넘어간 후, 정부나 시가 이론만으로 정책을 정할 것이 아니라 농가의 현실적인 상황을 직접 둘러보고 파악해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농업을 살리는데 중요하다고 꼽았다.

특히 엽채류에는 농약 사용기준이 엄격한데 그렇다면 가격이 비싸 웬만한 농가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쓰지 못하는 친환경제품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농가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뿌리혹병(무사마귀병)은 작물들의 뿌리가 혹달린 것처럼 부풀어 올라 상품가치가 있는 상태로까지 자라나지 못하고 중간에 죽는다. 뿌리를 뽑아보기 전에는 모르고 토양전염성이 강해 계속 키울 경우 옆 농작물로 점점 퍼지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 뽑아버리는 것 이외에는 자연적인 치료방법은 없다.

또 잔류농약검사시 전혀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약을 사용함에도 아직은 이를 유기농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시장에서 다른 지역의 유기농 상품에게 경쟁력이 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여성들은 너무 큰 쌈을 싫어하기 때문에 잎의 크기까지 신경써야한다. 그동안 쌓은 물, 빛, 온도 조절 노하우를 동원해 농작물의 크기와 신선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죠.”

방대한 농장을 둘러보는 동안 그는 일일이 농작물들을 살펴보고 애정 어린 눈길을 줬다.

영상4도를 유지하는 냉장창고에는 다음날 새벽에 나갈 물건들이 쌓여있다. 어떤 하우스에는 벌레들이 싫어하는 냄새의 한약제를 직접 제조하는 기계들이 있고, 오존수 처리 기계와 알칼리수 축출기계, 하우스용 냉온난방기 등 농약을 쓰지 않고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

“요즘은 신용사회지요. 상품에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 할 땐 미련 없이 갈아엎거나 뽑아버립니다.”

일반인이 보기엔 멀쩡하나 최상품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갈아엎는다. 짜투리 땅에는 여러 가지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햇빛에 노출한 양액에 어떤 해충들이 생기는지, 검은 천과 흰 천을 대어 준 토양 중 어느 곳에서 작물이 더 튼튼히 자라는지...전체 농작물의 약 1/3은 기준 미달 또는 실험 실패라며 밀어버리는 식이다. 새벽 3시부터 밤10시까지 계속되는 농장일 가운데서도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나은 품종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 지금 적색청경채를 최초로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웰빙 열풍 때문인지 견학을 오는 신도시 주민부녀회도 늘어났고 농업대학에서 특강 요청도 들어오고 있지만 권회장은 직접적인 농업 이외의 활동은 되도록 지양하고 있다.

“농민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기 위해 더욱 정직한 품질관리와 연구에 치중해야겠지요”

브랜드화를 앞둔 모현 청경채, 그리고 자긍심과 열정으로 뭉친 농업인.

도농복합도시 용인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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