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대세인가 실업자 절반이 지원

‘공무원 되기’가 대세인 듯하다. 올해 전반기 경기도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7~9급)에는 4만4천여 명이 몰렸다. 1296명을 뽑는 시험에 경쟁률은 34대 1이 넘은 셈이다. 지난해 말 경기도가 발표한 도내 청년실업 인구 7만6천여 명을 기준으로 하면 실업인구에 58%가 공무원 되기에 열중한 셈이다.

채용업체 한 관계자는 “정작 공무원 임용에 청년 구직자가 몰려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신입사원 되기가 최선이라면 공무원 되기는 차선책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혹시 “왜곡된 직업 선택 문화가 아닌갚 하는 비판적 시각과 “공무원이 그렇게 좋은갚하는 호기심속에서 ‘공무원 되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 보통 100대1 고시촌서 씨름

‘취업도 안 되는 마당에 공무원이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온 지모씨(27·서울)는 지난해 합격했다. 2002년부터 준비해서 3년여 만에 빛을 본 셈이다.

“하루 8시간 공부는 기본이죠. 흔히 경쟁률 싸움이라는데 보통 100대1이 넘기 일쑤니까 시험 점수 외에 가산점 1~2점에 당락이 결정되는 겁니다”

지씨는 1년 이상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살았다. 유명한 강의를 반복해서 듣고 고시원에 앉아 책과 싸웠다. 통상 7, 9급 수험생에게 준비기간 2년은 기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지씨는 요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세태에 대해 “2년 정도는 준비해야 된다”며 “2~3개월 과정에 학원 강의도 2~3번은 반복해서 듣는 것이 기본이고, 고시원에 들어가서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시험 준비에 전념해야 된다”고 전했다.

수지 성복동에 사는 전모씨(29)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올해 초 강남에 있는 학원에 등록해 오전에는 학원으로 오후에는 레스토랑으로 출퇴근해 왔다.

전씨가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는 레스토랑 일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다. 대졸자로 정식 지원해 입사했지만 일자리는 비정규직 시급제였다. 하루 7~8시간씩 일하고 받는 한 달 보수는 70만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지금 일은 고되고 적성에도 맞지 않아요. 가족들도 저는 공무원이 딱 이라고 합니다. 제가 좀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면이 있거든요”

전씨는 그러나 지난달에 학원 다니기를 포기했다. 학원과 레스토랑 일을 같이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레스토랑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에 전념해야겠다고 판단하고 일단 학원을 그만 뒀습니다. 레스토랑 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지요. 일하면서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아요. 정말 마음먹고 열심히 하면 합격 점수 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듯 하고… 조만간 회사는 그만 둘 생각 입니다”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사람들은 이처럼 장기간 시험만 준비해온 수험생들이다. 용인시 조직관리 관계자는 “올해 전반기 경기도 공무원 시험에서 용인시 합격자들의 평균 점수는 평균 86졈이었다며 “과목당 1~2개 이상 틀리면 받기 어려운 점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역시 최근 공무원 시험 세태에 대해 “요즘은 공무원 시험도 혼자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시험 점수는 일단 만점에 가깝게 확보하고 자원봉사 점수 같은 가산점을 확보해야만 합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처우 중소기업보다 좋아

용인시는 전반기 경기도 공무원 임용에서 도에서 가장 많은 226명을 모집했다. 제한경쟁임용(특정 자격증 소지자 대상)을 제외한 공개경쟁임용만 192명을 선발하는데 응시지원자는 7306명으로 경쟁률은 38.1대1 이었다.

이와 반대로 지난 9일 경기도가 주최한 용인권 채용박람회 참가자 수는 1천여 명 남짓한 숫자였다. 용인과 평택, 이천 등지의 중소업체가 참여해 채용 예상 수준은 600여명 정도였다. 단순 숫자로만 비교해도 공무원 시험은 38대1의 경쟁률이고 채용박람회 경쟁률은 2대1도 안되는 수준이다.

박람회를 주최한 리크루트 업체 관계자는 “구직자들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방 중소업체 생산직에서는 도리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발표한 지방직 9급 공무원 초임은 1943만40원으로 월평균 161만9170원이다. 이 외에 시간외근무 수당과 정근 수당, 대우 수당 등 법이 보장하는 수당을 정확하게 받는다.

이에 비해 채용박람회에 나온 중소기업들이 제시한 전문대나 대졸 초임은 평균 1400~1500만원 수준이다. 에버랜드 같은 지역 내 대기업과 몇몇 업체들은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기도 했고, 고졸 학력에 월 60~90만원 수준을 제시한 업체도 다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만 놓고도 공무원과 중소기업을 비교해 보면 공무원이 훨씬 낫다.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법에 명시된 수당을 받고, 정년이 보장되며 잘 정비된 연금제도로 안정된 노후까지 보장받는 등 임금 외적인 요소에서 더 낫다는 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임금에서부터 현격한 차이가 나는 셈이다.

더군다나 공무원 선발에는 학력차별을 폐지한지 오래됐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학력에 따른 임금 차이가 존재한다.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역시 똑같은 사무직 일도 대졸자 임금은 고졸자에 2배다. 이 정도니 공무원 시험에 젊은 구직자들이 몰려들 만 하다.

리크루트 업체 관계자는 “요즘 구직자들의 직업선택 기준은 처우와 근무환경”이라며 “사람을 구하는 중소업체들은 주로 생산직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만 생산직에 취직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구직자들에게 신분이 보장되고 법에 따라 다양한 복리후생이 보장되는 공무원이야 말로 최고로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 청년 실업대책 내놔야

지난 해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지모씨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대기업 취업은 문이 좁지 않느냐”며 “대기업만큼 안정적인 직장은 공무원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종에 대우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그 중간에 안정적인 공무원이 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올해 초 9급 공무원 2125명을 모집하는데 17만8802명이 몰렸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44만 청년실업자 중 구직단념자 12만 명을 제외하면 절반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렸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복리 처우 수준이 공무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이 2005년 공무원 시험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이 되어가고 있다.

44만 청년실업자들 전부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용인시 600명 증원 요청 하반기중 뽑을 가능성

용인시는 올해 초 229명의 7급과 8급, 9급 공무원을 경기도에 의뢰해 선발했다. 평균 38.1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 임용에 성공한 합격자들은 직무교육 등을 이수하고 행정구 개편에 따라 구와 동이 신설되는 올해 말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현재 행자부에 올린 행정구 개편 안에 따르면 600여명에 증원을 신청한 상태”라며 “행자부에서 감원한다해도 상반기 선발인원은 물론 하반기에 추가로 선발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9급 공무원에 선발된 신입 공무원들은 신설되는 구와 동에 배치되어 담당업무를 분장받고 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를 보게 되거나 실과소에 배치되어 총무나 도시, 건설, 문화예술 등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들 9급 공무원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1년6개월 이상 성실하게 근무하면 8급으로 승진하고 58세까지 정년을 보장 받는다.

한편 고학력의 젊은 구직자들이 9급 등 하위 공무원직에 대거 몰리는 현상 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직업의 안정성만을 보고 공무원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행정자치부가 처음 실시한 팀제 조직 개편에 따라 성과주의 조직 운영에서 대기발령 등으로 낙오하는 공무원이 발생했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등 주요 중앙 부처들로 확대될 예정이고 서울시도 내년 하반기부터 팀제 실시를 고려하고 있다.

행정 전문가들은 “공직을 민간에 개방하고 직업 공무원제를 축소하는 것이 정부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공무원 인턴제도나 공무원 퇴출제도나 팀제 조직 개편등 공직에서의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다양한 제도에 대한 연구와 도입이 가속화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