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민운동단체들을 중심으로 시민교육의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논의는 사실 시민단체와 관련 학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지금처럼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구체화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시민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분야 학자들을 중심으로 민주시민교육학회가 5년 전에 창설되어 활동해 왔고, 국무총리산하 시민사회발전위원회에서는 이미 2004년에 시민교육의 제도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 제시한 바 있다. 다수의 시민단체들도 ‘민주시민교육포럼’,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등을 만들어 이러한 분위기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또한 여·야를 포함한 정당들도 이미 의원 입법으로 시민교육 관련법을 국회에 상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부와 시민단체가 시민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시민교육을 통한 선진사회의 기본인 시민사회 활성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민교육은 일차적으로 시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케 하고, 이러한 인식은 일상생활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에 기초한 노력을 가능케 한다. 더 나아가 참여를 통한 건강한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교육은 정치교육으로, 혹은 민주(시민)교육으로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주요한 평생사회교육제도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 정당 사이의 정책 충돌로 인한 국정 혼란, 민과 관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사회적 혼란, 방폐장 시설을 포한한 SOC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혼란과 정책 수행 마비현상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원칙에 대한 합의 없이 여론몰이 혹은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시민과 주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 내지 못한 결과인 것이다.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합의도출과 여론 창출 과정 생략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사적 이해관계에 따른 무조건적인 반대와 저항이 이러한 사회혼란의 원인인데, 이는 대화와 협상을 위한 훈련과 학습 부족, 공공성과 사적 이익에 대한 분별력 부재로 촉발된 것이다.

시민교육의 제도화는 입시위주의 교육과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약육강식의 정글법칙만을 강요하는 한국의 공교육에서 결여된 사회성과 인간성 회복과 재발견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민교육의 제도화는 압축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형태의 사적/공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용인은 이러한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일깨워 주는 적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구 70만의 용인은 주민들의 90% 이상이 최근 4, 5년 사이에 이주한 외지인으로 구성된 수도권의 거대 도시 중에 하나이다. 게다가 난개발로 인해 도시의 기본적인 교통, 환경, 교육, 문화 등을 포함한 기반시설 결여로 도시공동체가 형성되지 못하고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충돌하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암울한 도시상을 갖고 있는 용인은 단지별로, 동별로 분쟁지역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다. 도시의 대표적인 기반시설인 지하철과 도로, 그리고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지연에 따른 피해는 이미 용인의 지리적 경계를 넘어 인근 지역인 성남과 수원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그 결과 인근 도시민들이 넌덜머리를 낼 정도로 용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용인은 이제 더 이상 인근 도시로부터 천덕꾸러기로 인식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도 더 이상의 갈등은 없어야 한다. 성숙한 시민사회는 행정당국에 의한 일방적인 개발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을 것이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건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400개 이상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연대기구인 ‘한국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제안하는 ‘시민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법안’에는 지방에서의 시민교육 촉진을 위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어 시민교육을 통한 지방에서의 시민사회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명제(용인환경정의 대표· 성공회대학교 NGO 대학원 교수·본지 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