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보도 없는 도로를 걷는 일이 아닐까 싶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나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 장애인과 노인들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비단 이들뿐이겠는가. 누구나 한 번쯤 국도와 국지도 등 차량이 달리는 갓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보도 없는 갓길을 걷다 깜짝 놀라는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운전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갓길을 아슬아슬 걷는 보행자를 피하다 사고를 낼 뻔한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는 용인지역의 경우 인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불편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이보다 더 큰 현안(?)이 산적해 있고, 시민들은 민원을 넣어봐야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데 대한 체념으로 점차 관심에서 멀어진다. 마치 불편을 감수해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고가 난 뒤 많은 주민들이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야 조금 개선의 모습이 보일뿐이다. 갓길을 걷던 학생이 차에 치였다거나 위험한 도로환경 때문에 학원차를 이용한다는 학부모들 얘기가 전혀 새롭지 않은 것도 어쩌면 그만큼 무감각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디 그뿐인가. 그나마 있는 보행자도로는 버스정류장, 전주, 가로등, 가로수, 노점상, 불법 주·정차 차량이 점유하고 있다. 점유라기보다 점령당했다고 해야 옳을 듯 하다. 도로를 넓히면 으레 전주와 가로등, 가로수 등은 그나마 좁은 인도로 올라오고, 잠시 편안함을 위해 얌체 운전자들은 인도에 차를 들이댄다. 이제는 보도 없는 도로나 노점상 등에 점령당한 인도가 기사화되면 “또야, 혹은 뭐 그리 대단한 뉴스라고”치부해 버린다. 시에 인도를 설치해 달라고 하면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현안사업을 마무리한 뒤 하겠다”는 등 뒷전에 밀리기 일쑤다.

대다수 시민들은 큰 건물을 지어 시설을 이용하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해주길 더 바란다. 특정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제한적이지만 보도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이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귀중한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면 논란의 여지는 적지 않겠는가? 굳이 도시교통난 완화와 에너지 절약, 시민들의 건강증진 등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시는 아파트나 마을 주변, 학교 통학로에 보행자도로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돼 있더라도 폭이 좁아 보행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관련 법규나 지침을 만들어 보행자가 찬밥신세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을 확대해 차량으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뭐니 뭐니 해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가장 크지요. 온통 도로는 차량중심으로 돼 있고 도로체계가 보행자나 자전거에 대한 배려는 나중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어요”라는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한 시민의 말을 당국자들은 곱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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