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일진회 문제를 들고 나섰다. 그것이 큰 파장을 불렀고 여기저기 언론에서 선정적으로 다루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정부 부처에서는 ‘나름대로’ 대처방안을 내놓았다. 삼청교육대 같은 병영교육을 시키자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부터 학교 안 경찰제도까지 들먹인다. 학교 구석구석에 감시 비디오를 설치하자고도 한다.

물론 생각 있는 사람들은 이미 조폭과 같은 꼴이 된 학교폭력을 ‘처벌’과 ‘금지’로 풀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옳다. 그것이 어찌 ‘나쁜 아이들’이 만든 문제겠는가.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서 배운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에게서 배운다. 말을 거쳐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는 짓을 보고 배운다. 선생이나 부모가 하는 ‘짓’이라고 해서 조금 미안하다. 그렇지만 지금 아이들은 때리고 맞는 것을 ‘그다지 별 것 아닌 짓’으로 여긴다.

지난 설에 공중파를 탄 영화 두 편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올드 보이와 말죽거리 잔혹사가 시청률에서 붙었는데 말죽거리 잔혹사 판정승이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영화에서는 학교 선생이 매질과 주먹질을 내놓는 샘물이다. 그 권력을 뒤에 업고 주먹이 센 아이가 학교를 장악한다. 힘이 약한 아이는 그저 비굴하게 빌붙고 ‘적응’해야 할 따름이다.

사실 일진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꼼꼼하게 들춰내었다. 매질을 하는 아이들이나 맞는 아이들을 보는 것, 둘 다 섬뜩했다. 더욱더 보기 힘들었던 것은 그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어른들 누구도 참으로 걱정하는 이가 없었다. 학교는 그런 것 없다며 큰소리를 쳤고 애써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말썽 많은 아이들이 학교 명예를 깎았다고 한다.

물론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 그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은 마치 그 프로그램을 만든 이밖에 없는 듯하다. 문화평론가가 나와 옳은 말을 섞기도 했다.

일진회 문제를 보면 ‘학교 폭력’이라는 말이 그 실체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힘’을 중심으로 짜여 있고, 부모들조차 시스템이 요구하는 ‘부속품’으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학교 폭력’은 틀린 말이다. 어차피 이제 학교 안팎을 가리지 않고 힘을 드러낸다.

요즘 많이 하는 이야기가 이것이다. 어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아이들은 다 안다. 돈을 중심으로 한 힘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아이들이 말한다. 우리가 뭉치면 어떤 어른도 두렵지 않아요. 조폭의 힘을 아이들은 잘 안다. 강한 힘 앞에서 비굴해야 한다는 것도.

그 사이에 일본 학교폭력전문가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마디했다. 한국 학교 폭력이 10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것 그대로라고. 억누르거나 처벌하는 것은 성인 폭력조직으로 밀어넣는 것과 같다고. 아이들이 만든 이번 폭력사건 문제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강창래(느린문화학교 교장·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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