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용인시가 혁신분권부서를 신설하면서 시정혁신추진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실천으로 최근 각 부서별로 혁신과제를 제출토록 했다 한다. 50개 실·과와 산하 기관에서 60여개 혁신과제를 제출했는데, 내용을 보면 신선함과 함께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신선함을 느낀 반면, 공직사회 경쟁력이 그동안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용인시가 행정을 혁신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살만 하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시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와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몇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중식 당번제나 지방지신문의 효율적 구독, 칭찬릴레이 등 제출 과제 중 일부는 혁신이라기보다 개선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적지 않았다. 브리핑룸 제도 실시, 키워드 검색으로 처리부서 찾기 등 혁신 과제로 제출하기에 앞서 이전에 충분히 실행이 가능한 과제가 눈에 띤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심코 지나쳤던지, 상급자에 건의했지만 묵살했거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에 혁신과제를 발굴해 정책에 반영하거나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최근 시정혁신을 위해 각종 교육과 토론회, 워크숍 등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추진의 하나로 며칠 전에는 부서별 혁신과제를 내 이를 토대로 토론회를 벌였다 한다. 긍정적인 변화다.

긍정적인 변화에서 시작한 행정혁신이 성공하려면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먼저 쇄신해야 한다. 계가 담당으로 바뀌었지만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부서별 토론이나 의견 교환의 자리도 없다. 간부회의서 나온 사항을 담당에게 지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시정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건의하고 이를 수용해 논의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공무원들의 냉소주의가 적잖이 퍼져 있는 듯해 아쉽다.

행정에서 말하는 혁신이란 무엇인가. 조직문화, 제도, 구조, 관리기법 등 행정관행을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일부이긴 하지만 용인시민들에게서 비판 받아온 무사안일주의나 적당주의, 권위주의와 기회주의, 이기주의 등을 불식할 수 있어야 한다. 고정관념과 관행을 과감히 버리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창조적 사고와 실천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변화와 혁신은 구호나 사고가 아니라 실천이 뒤따를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공직사회가 용인시와 사회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 개선에서 머물지 진정한 혁신을 통해 거듭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주체가 공무원과 조직 스스로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부서간 이기주의라는 말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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