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김씨 참판공파 하갈종중

▲ 경주김씨 참판공파 하갈종중 회장 김학민 종손 김선기 부회장 김현기 총무 김의기(사진 오른쪽부터)
급격한 도시개발로 수지, 구성, 기흥 일대 종토(한 종문의 소유로 된 토지)가 수 없이 수용됐다. 누대에 걸쳐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보상 또한 뒤따랐다. 보상금을 종원들끼리 분배하는 게 대부분이었고 그 과정에 종친들 간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흔했다.

그러나 「경주김씨 참판공파 하갈종중」은 (종회장 김학민) 그 폐해를 확인하고 지역사랑을 덧칠했다.

종토 보상금 전액을 기금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장학금, 복지지원금으로 쓰고 있다. 여느 종중에서 볼 수 없는 지역사회 환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얼룩졌던 종중 일가 풍토에 산뜻함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우리 집안에도 300년 이상 내려온 땅이 있었어요. 이 땅을 보상받은 것은 선조들이 내려 준 거죠.”

「경주김씨 참판공파 하갈종중」(‘갈천공파 하갈종중’이라고도 한다) 종원들은 종손 김선기(78·구갈리)씨와 같은 생각에 뜻을 모았다.

“대개 보상금 가지고 종토를 다시 사거나 보상금을 나눠 갖지만 이것은 후손들이 사용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해요. 후손들에게 넘겨준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종손 김씨 말에 담긴 후손들은 직계 후손 뿐 만 아니라 종중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기흥지역 후손들까지 모두 포함한다.

「경주김씨참판공파하갈종중」은 의병장 김원립(金元立)의 증손인 김여호(金麗豪) 직계 후손이다. 김원립은 광해군때 인목대비 폐비를 반대해 파직됐다가 인조반정으로 재등용 된 후, 두루 관직을 거쳤으며 능주 부사 시절 병자호란이 일어나 의병을 이끌고 지금의 과천 부근에서 청나라 군사와 전투를 벌였다. 그는 후에 관직을 내놓고 기흥지역에 터를 잡았으며 이러한 연유로 갈천공파 하갈종중은 기흥읍 하갈리에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으며 350여 년간 종중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칡갈’, ‘내천’자를 쓴‘갈천’이라는 호를 사용해 기흥의 옛 지명과 연관이 있기도 하다. 강남대학교 뒤쪽에 묘비가 세워져 있으며 현재 전북 임실에 그의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갈천공파 하갈종중에서 400여 명의 후손이 종중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또한 안팎으로 종중 일을 챙긴다.

종중의 전통을 지키고자 조상들의 시제를 잘 지낼 수 있도록 종중에서 추석과 설에 제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종원들에 대한 복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 신갈고등학교 학생 3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앞줄 왼쪽 두번째 이신구 교장)
65세 이상 된 종원들에게는 매달 10만 원씩 생활비를 보조한다. 특히 후손들 중 대학생은 150만원씩, 고등학생은 50만원씩 각각 매년 학비를 지급하고 종중을 이끄는 종손의 학비를 전액 보조한다. 한 해 후손들에게만 지급되는 장학금이 1억원에 달한다. 또 1년에 한 번 전액 비용을 부담해 조상들의 흔적이 묻어나는 경주, 능주 등을 돌아보는 유적지 탐방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종중이 뿌리내린 기흥지역사랑도 실천하고 있다. 종중 김학민 회장은 “국가에서 지역에서 하지 못하는 장학, 복지사업에 주력하고 있어요. 종손, 종원 모두 전향적인 의지를 갖고 있어 어렵지 않죠.” 종중 일 챙기듯 올해부터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기흥지역 내 신갈고, 기흥고등학교 등 2개 학교에 3명씩 총 6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김 회장은 “지역사회 문화를 이끌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지난해 매입한 종중회관이 지역문화센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어린이 도선관 등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중에서 매장으로 인한 산림 훼손 등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납골묘지 안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산에 더 이상 묘를 쓰지 않고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겠다는 의지다. 또 종중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 개설 작업에 들어갔다.

갈천공파 하갈종중은 이렇게 후손들과 함께, 지역사회 속에서 희망을 가꿔나가고 있다.

종손 김씨는 “종중의 지역사회 운동이 용인내 다른 문중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갈천공파하갈종중이 일깨운 아름다운 희망. ‘가문의 영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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