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민족교육 현장투어

19일 수요일. 눈이 쌓이고 추운 북방 새벽. 마을 한바퀴를 돌았다. 아이들은 눈 속에 쓰러지며 마냥 즐거워한다.
우스리스크로 출발. 꽁꽁 언 쑤이푼강 앞.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 유허비’와 발해 유적지인 ‘육성터’를 둘러 보았다.
독립을 이루지 못했으니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다며 이곳에 재를 뿌리도록 한 곳. 유허비 표면에 새겨진 혼이 올라가는 모양의 조각에 숙연해 진다.
여름에 이 강이 풀리면 이 앞에서 선구자 노래가 절로 나오리라. 선조의 염원과 절절함이 오늘 우리가 이 자리를 찾아오게 했을까?

우스리스크 공립제3학교(한국어 특화학교를 추진, 우리는 민족학교 예정지라 부름)의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서 좋았다. 1학년부터 제11학년까지 한곳에서 수업한다. 저학년의 음악시간이 인상에 남는다. 악코디언을 켜시는 음악선생님 반주에 맞추어 경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노래를 한 곡 합창하는 귀여운 모습. 연해주는 동방의 모습, 서정적 색채가 문화의 깊이와 어우러져 있지 않나하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 투어단 학생들과 최고학년인 11학년 학생들과의 오고가던 질문과 답변의 시간. 학생들의 솔직함과 쾌활함과 화사함 속에 여유로운 문화 정취도 잠깐 느꼈다. 오히려 러시아 학생들이 한글어 배우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맨 처음 동춘호에서 마주친 러시아인들의 생경한 모습이 이제는 순박함과 친근함으로 다가옴은 착각일까?

그후 ‘카레이스키 돔’과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 기념관’을 방문하고, ‘아리랑 가무단’ 안무선생님에게서 칼춤을 배웠다. 서툴지만 열심인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지난번 한국에서 공연한 ‘연해주 길마중’ 총체극에 본 낯선 얼굴도 있다. 현지는 수양언니를 만났다고 좋아라 한다. 기념품도 전달해 준다.

20일(목)은 우정마을을 떠나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했다. 시베리아 철도의 종착지이며 러시아 극동지역의 군사요충지. 동방의 베니스라 불리우는 인구 80만에 달하는 블라디보스톡. 대한민국 러시아 총영사관이 위치한 곳.

가는 도중 아르춈 공항 근처 ‘샤마라’라는 곳에 잠시 들러 설원의 스키를 즐겼다. 학생들이 제일 좋아한다. 신이 났다. 리프트가 한국과 달라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 후 한국 총영사관 방문. 붉은 벽돌 건물. 최총영사님과 오영사님과의 따뜻한 만남과 설명.
작년 9월 노무현 대통령 방러에서 합의해 올해 이루크추크와 EU의 관문인 성페테쓰부르크(푸틴 대통령의 출신지)에 총영사관이 두 곳 더 늘어난다고 전해주신다. 현지, 선정, 제욱의 진솔하고 재미난 질문. 추운 러시아에 슬슬 적응해가는 것 같다.

블라디보스톡 거리마다 많은 차량들 그리고 정체현상. 지나가는 전차들. 신호등이 별로 없는데도 서로 어우러져 실랑이는 없는 것 같다. 택시는 일본제가 많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것도 그냥 사용한다. 거리에는 수입해 온 한국산 중고버스가 색칠도 다시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달린다. 부산버스였나보다. 안내번호판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부산에서 온 기현이. 제현이가 재밌어 한다. 빌딩벽에는 LG 휘센 에어콘 송풍기가 매우 많이 눈에 띤다. 삼성의 핸드폰 광고가 가득한 다리도 지났다.

멋지고 다양한 롱모피코트를 입고 나탸샤(닥터 지바고에 나오는)털 모자를 쓰고 지나가는 아름다운 여인들. 러시아 겨울은 길어 거의 5월까지란다.
바람이 거세어 머리 보호를 위해 대부분의 남자들도 털모자를 쓰고 롱털코트를 입고 지나간다. 혁명 광장앞 미끄럼틀위에는 물을 뿌려 빙판을 마련해 주었다. 역시 러시아어린이나 우리 어린이에게 인기이다. 군함과 여객선과 화물선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다. 설경속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금요일에는 블라디보스톡 ‘아르세니예프 자연사 및 역사박물관’과 ‘잠수함 박물관’에 들렀다. 그후 ‘신한촌 기념비’에 들렀다. 저녁 해질 무렵에는 꽁꽁 언 블라디보스톡의 바다 위를 걸었다. 내달았다. 파도치는 그 모양 그대로 얼어붙은 바다. 장관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블라디보스톡역 옆 항구에서 동춘호 탑승을 위한 출국 수속을 밟는데 3시간 가량 걸렸다. 그동안 통역을 맡았던 슬라바 우즈벡 출신 고려인 대학생과의 이별을 제욱이가 아쉬워 한다. 수속 절차를 관장하는 관리나으리들의 느림에 출발도 늦었다. 한 80명 정도의 간단한 여권확인 절차임에도 휴우. 11시30분쯤 배위에서 컵라면으로 아침 요기..중간에 자루비노항에서 몽땅 짐을 내린후 다시 출국 절차를 밟았다. 같은 나라인데…

23일 일요일 오전 11시 20분 드디어 속초에 도착. 한국 날씨가 따뜻하다.

우스리스크 [140주년 기념관]에서 자원 봉사하는 부산에서 온 대학생 송상윤군, 최치순군. 그리고 나탸샤등러시아인, 고려인들 얼굴이 떠오르며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 말을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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