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는 지난 2월 23일 지명위원회를 열어 일반구 신설에 따른 구와 행정동 명칭을 확정했다.

지역별로 세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전문가 및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가칭 동구는 처인구로, 서구는 구흥구로, 그리고 수지구는 원안대로 수지구로 확정한 것이다.
또 신설되는 행정동 중에서 논란이 많았던 두 지역의 명칭을 토론 끝에 상갈동과 어정동으로 확정했다고 한다.

지명위원회에서 결정된 일반구와 행정동 설치안과 명칭이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확정된 명칭을 보면 지역의 특성과 역사적 관련성을 두루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여론 조사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동구'와 ‘서구'라는 방위 개념의 명칭을 배제한 것은 타 지역과의 변별성을 확보하고 동서라는 대립적 구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본인은 ‘처인'이라는 명칭이 되살아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유럽에서 천하무적이라 일컬어졌던 징기즈칸의 몽고족 10만을 500여명의 부곡민이 물리친 곳이 바로 처인성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역사에도 유래가 없는 전쟁으로,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지명을 통해 다시 태어난 처인성이 우리의 민족혼을 되살리는 명칭으로 자랑스럽게 불리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구흥구의 경우, 용흥(龍興)과 구흥(駒興)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용인시(龍仁市)의 명칭도 거슬러 올라가면 용흥과 관계가 없지 않다고 볼 때 용(龍)자가 이미 용인 전역을 총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이번 결정으로 두 명칭을 모두 사용하게 된 셈이 된다.

수지구는 수진면과 지내면의 머리글자를 딴 지명으로, 1914년부터 사용됐다. 죽전지역이 한때는 구성면에 속하기도 했고, 이번에 일부 주민이 죽전구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넓은 의미에서 죽전도 수지면에 포함되어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로 비추어 볼 때 이번 결정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지명위원회에서 결정한 일반구의 명칭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해 보았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신설되는 행정동의 명칭을 살펴보아도 그 나름의 의미와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지명과 관련해서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그것은 우리의 부주의로 인해 변형되었거나 타에 의해 왜곡된 지명들에 대한 검토 작업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무단통치와 문화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왜곡된 지명이 전국적으로 한 두 개가 아니다. 서울만 해도 146개나 되는 지명이 일제에 의해서 왜곡되었다. 특히 유서 깊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개조하고, 그 서쪽을 원서동, 남쪽을 원남동이라 하였는데 지금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용인에도 일제에 의해 왜곡된 지명이 여러 곳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풍덕천동이다. 풍덕천은 고려시대의 충신이었던 정몽주 선생이 개성 부근에 있는 풍덕군에 가매장되었다가 용인으로 오시면서 풍덕래(來)라 부르게 된 것을 일제가 풍덕천이라 왜곡한 명칭이다. 누구나 존경하는 훌륭한 분이 오셨다는 본래의 의미와는 너무도 다른 엉뚱한 지명이 되고 만 것이다.

지명도 하나의 문화재라 할 수 있다.
지명 속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민속이 담겨 있고 지형과 자연현상, 그리고 인간의 삶의 모습까지도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얼굴과도 같은 지명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변질되고 왜곡되었다면 이제라도 바로 잡는 것이 역사 앞에 떳떳해질 수 있는 길이다.

/김장환(용인의제21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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