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가칭 수지구를 시작으로 17일까지 가칭 동구와 서구 등 일반구와 동명칭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일반구 신설과 행정구역 개편 타당성, 일반구와 행정동 명칭을 제안했다. 시민들은 3개 일반구 신설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시에서 제시한 안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다. 물론 행정구역의 경우 전문성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논란꺼리를 만들면 구청 설치가 그만큼 늦어질지 모른다는 조바심에서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용인시 미래를 위해 제대로 행정구역을 짜면 설령 한두 달 구청 설치가 늦어질지라도 이를 두고 비난을 할 시민이 있을까.

구와 동 명칭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조차 일반구와 행정동 명칭이 왜 중요한지, 또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방위 개념을 사용할 경우 다른 시와 변별성이나 전산처리상 오류 등에 따른 불편함을 얘기할 뿐이었다. 행정동 명칭도 마찬가지지만 구 명칭의 경우 최소한 방위 개념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일부는 광역시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이는 권위주의 정권시절 행정편의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히려 비판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따라서 동구나 서구 따위 구청 명칭은 반드시 배제해야 함이 옳다.

두 번째는 역사성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남사면이나 수지면처럼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남쪽 4개 지역을 합쳐 남사면이 됐다 한다. 수지면 역시 1914년 수진면과 지내면을 합치면서 앞자를 따서 수지면으로 한 것과 같이 아무리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해도 별 뜻 없이 사용된 지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풍덕러가 ‘풍덕천’으로 바뀌며 잘못 쓰이고 있는 지명을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는 발상의 전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잘못 쓰이고 있는 풍덕천을 바로 잡지는 못할망정 기존 행정명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해 온 명칭을 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가칭 동구나 서구, 서구의 9개 행정동 명칭도 그간의 고정 관념을 버리고 그 지역을 대표하고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자존심을 가질 수 있는 명칭으로 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떠한 이름이건 처음에는 낯설기 마련이다. 내사면 외사면을 양지면 원삼면으로 바꿀 때에도 처음에는 낯설다고 말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네 번째는 문화와 정체성을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산에는 단원구와 상록구가 있다. 한 곳은 단원 김홍도, 또 다른 한 곳은 심훈의 상록수에서 명칭을 지었다 한다. 무작정 역사적 인물이나 명물로 명칭을 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원구와 상록구처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이름을 짓자는 것이다. 가칭 동구를 처인구라 하는 것도 좋은 예다. 행정구역 개편에 맞추어 잃었던 정체성을 찾아 주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집단 민원이나 정치적인 고려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아울러 부르기 편하고 오랫동안 남는 이름이면 더욱 좋다. 기흥구와 구성구, 동백구, 중앙구 등을 주장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고려나 민원을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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