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인 노화가 시작되는 건 여자는 20살 무렵, 남자는 25세 무렵부터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나이쯤부터는 노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0대가 넘어가면 골지는 주름살, 처지기 시작하는 볼, 먹기만 하면 푹푹 찌는 뱃살이 사람은 역시 나이를 속일 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나게 만든다.

생물학적 노화에 대한 저항이 날로 커지고 있다. 주름살을 펴주는 주사, 배나 허벅지에서 지방만 빼주는 의료 기술 등이 이미 등장했고, 생명공학자들과 의사들은 노화 유전자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부정적인 의견이 과반을 넘었던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성형수술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을 쉽게 가지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이런 ‘인위적인' 노화 억제 노력이 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혀를 차는 이도 많다.

그런데 좀 생뚱맞지만 이렇게 젊어지려고 하는 노력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할 수 있는 젊음의 수가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인이 되는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인구 1억 이상의 내수시장을 가졌다는 것이 엄청난 경쟁력이었다. 한국처럼 인구가 5천만도 안되는 나라는 내수시장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수출에 매달리고, 그만큼 수출의존도가 높았다. 그래도 한국에는 질 높은 인적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이 지점에서 너도나도 우려했던 ‘지나친 교육열'은 대단한 성장잠재력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미국과 일본을 모방해가면서 성장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1세기의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2002년말 기준 한국인의 출산율은 1.17명이다. 인구 현상유지에 필요한 출산율(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우습게도 한국 정부는 출산율이 2.08명으로 대체출산율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1983년 이후 14년간이나 셋째 아이에 대한 의료보험 미적용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2020년쯤이 지나 어느 시점에서부터 한국의 인구는 줄기 시작할 것이다. 어떤 획기적인 전략을 가지지 않는 한 한국의 잠재성장력은 떨어질 것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노동인구의 숫자'는 그저 숫자 문제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출산장려, 여성의 사회참여율을 늘리기 위한 각종 지원, 노인 노동력의 재고용과 같은 정책적인 숫자 늘리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우리들의 의식변화다.

예전에는 ‘오래 오래 살기'가 인간의 꿈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오래 오래 젊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60대 젊은이들이 70대 아저씨의 지휘 아래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회가 되면 출산율을 늘리지 않고도 노동인구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90세, 100세가 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그 때가 되면 80세 웨이터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국가경쟁력이니 하는 다소 생뚱맞은 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엄청난 노인 복지 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개인의 입장에서 80세 90세에 늙어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 여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오래오래 현업에 종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외국 신문들이 한국인의 성형열풍에 대해, 남자들의 화장에 대해 요란법석을 떨더라도 창피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오래 오래 젊은 한국'을 위한 장기적 포석들이니까.

/김경훈(책바치 출판사 대표·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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